Blu Shaak 커피
어제저녁 9시가 되기 전에 아들의 메시지가 왔다.
이런 걸 받았다고 어떻게 할까 하고 물었다.
아들이 부산 생활을 하면서 주민증을 처음 가지게 되었는데
지문을 찍으면서 아들은 자신도 주민증이 생긴다고 좋아했다.
그래서 은행 통장도 개설하고 신용 카드도 손에 쥐고
당당하게 한국 휴대폰 번호도 가지게 되었다.
이 순서는 내가 미국에서 10년 만에 나와서 했던 방식으로
주민증은 있었지만 카드도 휴대폰 번호도 있어야 한다는 것을
살면서 절실하게 느껴 아들에게는 바로 신청을 하게 했었다.
그렇게 가진 카드와 휴대폰을 부산에서 사는 동안 잘 썼지만
미국에서 살게 된 아들은 어느 것도 쓸 일이 없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기껏 써야 교통비 정도였는데 그것마저 없으니
카드를 쓰지 않는다고 하는 정지 안내가 온 것이다.
한국 생활을 하게 된 아들에게 한국인인 것을 진하게 느끼라고
카드로 버스도 타고 배달도 주문하도록 일상을 경험하게 했더니
별 쓸 일도 없는 카드나 휴대폰은 그런 역할을 확실하게 했는지
부산을 떠날 때도 아들은 번호를 그대로 유지하기를 바랐다.
그리고 아들에게는 엄마가 부산에 있다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한국에 자신의 이름의 통장이 있고 휴대폰 번호가 있다는 것은
아이에게 중심을 잡아 주는 역할을 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
휴대폰 요금을 번호 유지비 정도로 줄여서 내기로 했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생기고 아들에게 살짝 잊지 말라는 듯이
아직도 연결이 되어 있다고 하는 연락이 온 것이다.
카드를 쓰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은 한국에 올 짬이 없을 것 같지만 카드는 유지하고 싶으니
미국에서 한국 카드를 쓸 수 있으면서 부담이 없는 것으로
매번 주문했던 배민으로 먹을 것을 주문하자고 했다.
이 블루샥 커피는 아들이 부산에 있는 동안 정말 좋아했다.
떠나기 2달 전부터는 미국에 가면 이런 맛은 없을 거라고 해서
미련이 남지 말라고 이틀에 한 번은 배달을 시켰었는데
아들은 블루샥 커피의 맛은 가격에 비해 최고라고 했다.
부산에 지내면서는 iphone8에 심을 바꿔 넣어 썼었다.
그 7년째 쓰던 폰을 세 명이 같이 iphone15로 바꿨는데
거기에는 심이 들어가는 자리가 없다는 것을 나중에 알고
아들은 한국 번호의 심을 그냥 가지고 있었다.
미국에서 파는 iphone15에는 심 넣는 자리가 없는데
한국에서 iphone15를 사면 심 넣는 자리가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한국 번호가 있는데도 사용할 수가 없었지만
이번에 내가 전에 쓰던 삼성폰을 가져다주고 심을 넣어
본인 확인을 해서 연결해 둔 한국 번호의 휴대폰이 있으니
주문도 카드 결제도 할 수 있다고 해 보자고 했다.
그랬더니 한참 조용했는데 전화가 걸려 왔다.
배민이나 카드웹이 모두 iphone에 있어서 그걸 다시
삼성폰으로 깔고 본인 확인을 하고 연결을 했는데
주문을 하려고 보니 시간이 지나서 안된다고 했다며
내가 자고 일어나면 모닝커피로 마시도록 하자고 했다.
그렇게 해서 오늘 아침부터 나는 블루샥 커피를 마시는데
정말 아들의 주문으로 바로 배달이 왔다는 것이 신기했다.
뉴저지에서 주문한 것을 부산 해운대에서 배달받았다는 것이
손으로 들고 마시고 있으면서도 잘 느껴지지 않는다.
정말 세상은 감당하기 어렵게 바뀌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