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통을 묶어 두는 처방
왜 안 오는 건지 궁금하기는 했었다.
아들의 이사를 도와주러 가면서도 걱정이 되었지만
무사히 마치고 딸의 집에서 부실해진 몸을 추스른다고
매일을 늘어져 지내면서도 살짝살짝 기분이 이상할 때엔
역시 무리였나 하면서 어지러움에 대비를 했었다.
그래도 잊힐 정도로 어지러움은 오지 않았다.
나이가 드니 이것도 떠나갔나 하는 해방감이 있었는데
느끼는 기술도 나이가 들면서 민감하게 정확했었다.
젊어서는 내가 방어하기도 전에 어지러움이 확 밀려왔는데
이제는 슬그머니 오려는 조짐만 와도 나는 느끼고 있었다.
이런 것도 반복 학습의 효과가 있다는 것인지
머리를 움직이면 사물이 제자리에 있는 것 같지가 않다든지
눈을 감고 있을 때와 뜨고 있을 때의 차이가 난다든지
입술이 긴장을 해서 꽉 물고 있는 것을 먼저 알게 된 것이다.
그래도 오랜만에 오는 작은 어지러움에 당황을 했는데
잠에서 깨어 잔 시간을 계산하고 충분히 잤다고 일어나려니
사물이 흐트러지려고 해서 얼른 눈을 감고 다시 누웠다.
눈을 감고 누워있으니 어지러운 기분은 사라졌는데
이미 잠에서 깨어 더는 잠이 오지도 않으면서 일어나지 못하니
이런 구속은 없다고 뭔가 해야겠는데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러니까 반복 학습이 다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생각이 엄청나게 많아지다가 문뜩 아들을 불렀던 생각이 났다.
마지막 어지러움이 아들과 살고 있을 때였다는 기억이 나고
아들에게 머리통을 묶을 끈을 가져다 달라고 했던 것이 기억났다.
그땐 몰랐는데 아들이 있어서 든든했었나 보다 하는 생각에
지금이라도 아들 이름을 한번 불러보면 힘이 날까 하다가
이런 정신 나간 짓을 생각한 자체가 너무 한심하고 창피해서
이렇게 정신을 놓아 버리면 한 번에 가는 거구나 했다.
침대에는 길고 가는 눈을 가리기 위한 수건이 항상 있었는데
완전하게 캄캄해져야 잠이 잘 와서 꼭 필요했던 수건이었다.
이 수건으로 누워서 머리통이 흔들리지 않도록 이마를 꽉 조여주고
눈을 감고 일어나 손으로 이마에 있는 매듭을 누르면서 눈을 떴다.
확실하게 젊었을 때보단 어지러움이 심하게 오지 않는다.
어지러움을 민감하게 느끼면서 조심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나이가 있으니 너무 힘들지 말라고 배려를 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