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지 않으려고 너무 버틴다.
TA를 하게 된 이유는 독립된 공간에서 살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러자면 월세를 올려야 했고 한 달에 500달러를 더 낸다면
TA로 일 년 치 6000달러는 벌어야 한다는 계산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한 학기 TA를 하면서 받은 금액이 생각보다 많았고
그걸 안 쓰고 모으면 얼마가 될지 계산을 하더니 아들이 변했다.
한 학기 벌어서 일 년의 집세에 나눠 보탤 생각이었는데
버는 동안에는 아직 이사를 하지 않아 온전히 남겨지고
그 액수가 점점 늘어나는 재미가 아이에게는 독이 되었는지
고스란히 놔두고 싶다며 쓰지 않으려고 버티는데 지독해졌다.
이런 아이였나 하는 새로운 아이의 모습에 나도 놀랬다.
월급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고 TA에서 받는 돈은 모으려 하는지
두 학기의 월급이 달라서 작아지는 학기에는 식비를 줄이는데
엄마의 입장에서 TA에서 버는 돈이 있으니 먹으면서 살자고
거창하게 사 먹는 것도 아니니 그러지 말라고 했다.
저번 셰어하우스에 지낼 때에는 월급에서 조금씩 남았던 것이
이사를 하고 나니 월급에서 모자란다는 것에 긴장을 한 것 같았다.
그러니까 어떤 생활에 어떻게 쓰이는지를 생각해 줘야 하는데
그냥 액수만 생각하면서 모자란다는 것에서 아끼는 것 같았다.
뉴욕의 물가가 정말 비싸기는 하다.
어떻게 혼자서 사는데 식비가 그렇게 많이 나오는지
비슷하게 사는 딸아이의 LA 물가와 비교하면 엄청 차이가 난다.
그렇다고 아들이 굶고 사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사를 하고 한 달을 온전하게 혼자서 지내고
그 결과로 나온 명세서를 한참 보더니 굳어진 얼굴로
저번에 국밥을 배달시켜 먹었던 금액이 컸네 한다.
국밥집이 새롭게 생기고 할인을 해 주겠다는 광고를 보고는
Uber Eats의 할인으로 큰맘 먹고 주문을 했었다고 했는데
그때 나는 아들이 먹고 싶어 하는 국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에
적어도 먹는 것은 해결이 되는구나 했더니 이렇게 된 것이다.
아들은 씀씀이가 컸다고 하더니 먹을 것을 줄어야겠다고 한다.
그 말에 나는 가슴이 먹먹해졌는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당장 먹을 것 정도는 보테 줄 테니 그러지 말라고 하고 싶었는데
아이가 하는 노력에 간섭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참았다.
엄마의 입장에서는 아들이 짠하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도와줄 수는 없는 일이다.
이제 막 시작한 독립된 삶을 내가 끼어서 흐트러 놓는다면
내가 없는 시간에는 어떻게 될 건지 그건 내가 더 불안하다.
냉철한 엄마의 입장으로 다시 생각한다.
아이가 왜 불쌍해 보이냐고 나에게 묻는다.
원하는 공부를 하면서 월급도 받고 그래서 자유로워졌는데
먹는 일에서 조금 불편해진다고 불쌍한 아이가 되는 것인지
부산에서 살면서 늘어난 몸집이 아직도 남아 있으니
이번 기회에 날씬해진다면 좋은 일이 아니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