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에 살아야 하는 이유
행복은 저기가 아니라 '여기'에 있다.
아이 성장앨범을 찍으러 갔다가
사진이 너무 마음에 안 들어서 재촬영을 잡았다.
'아... 엄마 아빠를 보게 했으면 수호가 웃었을 텐데...'
'그때 하늘색이 아니라 노란색 한복을 골라야 했나?'
아쉬운 걸 곱씹느라 반나절이 넘도록
그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결혼식 사진을 고를 때도 똑같았다.
몇 번의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는지 모른다.
(결혼을 한 번만 했으니 다행이지
안 그랬다간 난 블랙리스트에 올랐을 거다.)
그런데 그렇게 한 달 동안 고른 결혼 앨범은
정작 방에 처박아두고 한 번도 꺼내보지 않았고,
여행을 할 때면 경험 그 자체를 즐기기보다
사진이나 영상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마치 미래에 나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느라
현재의 나는 정신없이 고군분투하는 느낌이랄까
(물론 여행 영상은 너무 행복한 선물이었다.
추억을 위한 그 이상의 과도한 의미를 갖지 말자는 뜻이다.)
문득 뭔가 중요한 걸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과거, 현재, 미래 중 어디에 살고 있는 걸까?
바로 눈앞에 수호를 두고도
과거의 수호를 곱씹으며 아쉬워하는 걸 보니
나는 과거에 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내년 복직을 걱정하느라
지금 내가 가진 것들에 감사할 줄 모르는 걸 보니
나는 미래에 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행복은 현재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의 지나간 시간은 절대 되돌릴 수 없고,
내가 그렇게도 걱정하는 미래는 오지 않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우울한 사람은 과거에 살고,
불안한 사람은 미래에 살고,
평안한 사람은 현재에 산다.
-노자
이보다 명쾌한 말이 또 있을까?
현재에 살아야겠다.
오늘은 핸드폰 속 수호보다 내 앞에 있는 수호를 더 많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