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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에서 찾은 나의 목소리

by 바크

작가의 꿈을 향한 첫걸음


작가의 꿈에 한 발짝 다가가게 해 준 것은 우연히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발견했을 때였다.


그때 나에게는 무언가 감정의 돌파구가 절실히 필요했다. 모든 것이 막혀있었다. 특히 사람과의 관계에서 나만 이상한 것은 아닌지, 밤잠을 설치며 같은 생각을 되풀이했다.


무작정 정답을 찾기 위해 책을 읽었다.

비난하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점점 부족한 사람이 되어갔다. '왜 살아야 하는가.' 그런 생각이 머리를 맴돌 정도로 심각했다. 아이들은 질풍노도의 시기였고, 남편의 자아는 비대해져 갔다. 나는 점점 더 작은 공간으로 숨어들고 싶었다.


인정받지 못하는 나를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들었다. 똑같은 인간인데 왜 이렇게 차별을 받아야 하는지, 생각만 더욱 깊어졌다.


부모에게 의지하고 싶었다. 하지만 부모도 마찬가지로 앞가림하며 사느라 급급했다. 전화를 걸고 싶어도 망설여졌다. 혹시라도 내가 돈을 꾸러 간다고 생각하실까 봐. 부모님마저도 나에게서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며, 연락이 올까 봐 안절부절못하셨다. 아무에게도 기댈 곳이 없다고 생각하니 자꾸 우울해져만 갔다.


결혼으로 평생의 반려자가 생겼지만, 그는 내게 의지하는 나약한 인간이 되지 말라고 주장했다. 모든 것이 내가 온실 속 화초처럼 살아서 세상을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남편 나름대로는 나를 독립적인 사람으로 만들려 했겠지만 그는 늘 내가 틀린 답만 내놓는다고 주장했다.

"너는 어리기 때문에, 혹은 너는 경험이 없기 때문에 많이 부족한 사람이야."

그런 말들이 내 안에 쌓여갔다. 그때 내게 조언의 말이었을지 몰라도 그런 말들이 나에게는 비난으로만 들렸다


이러니 밖에 나가서 나를 칭찬해 주는 사람을 만나도 그것이 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허울뿐인 겉치레일 뿐이었다. 오랫동안 내가 걷는 길은 모두 실패했다고 생각했으니까.


전부 실패했다. 다만 망하지 않으려고 노력한 것이 가정을 지키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허망함이었다. 무엇도 나를 달래줄 수 없었다.


내가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을까? 아니다. 절대 처음부터 그런 거대한 꿈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왜 스멀스멀 작가의 꿈이 생겼을까?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있던 것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과연 나는 늘 틀린 답만 할까? 그때부터 나는 정말 정답 찾기에 혈안이 되어있었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내가 선택한 모든 것이 틀렸다면, 내 생각마저 전부 뜯어고쳐야 했으니까.


그렇게 결혼 후 뚝 끊어버렸던 소설부터 다시 시작했다. 남편과 이야기하면서, 시댁과 이야기하면서 '어리석은 내가 과연 그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책을 막 읽기 시작할 때부터 남편의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이겨나가야 했다.

"책만 수집하던 네가 책을 과연 읽기나 하냐."

그는 늘 나를 놀리기 바쁜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을 증명할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중에 눈에 띈 것이 브런치스토리였다. 여기는 사전에 작가 인증을 받아야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었다. 엄청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야 하는 녹록지 않은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어느 날 갑자기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내 머릿속에 응축된 것들을 끄집어내어 습작으로 글을 여러 편 남겼다. 그 습작들을 모아 작가신청을 했고, 승인 메일을 받고 나서야 나는 처음으로 무언가를 증명받은 사람이 된 것처럼 뛸 듯이 기뻤다. 남편 역시 내 일처럼 기뻐하였다.


"브런치스토리에는 아무나 글을 쓰는 게 아니야!"


나도 하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야 말았다. 남편의 그동안 놀림이 한꺼번에 씻겨나가는 것 같았다.


1년이 지난 후, 여전히 나는 사회생활과 가정을 병행하느라 글을 많이 쓰지 못한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써보자는 계획은 브런치스토리 덕분에 꾸준히 할 수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아예 시작하지 않았다면 나는 처음에 절실하게 썼던 습작들에서 계속 멈춰버렸을지도 모른다.

생각은 글로 정리되며 표면적으로 드러나고, 그것은 다시 우리 눈으로 인지되면서 머릿속으로 다시 체계화 과정을 거친다. 그러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사고의 깊이나 통찰력은 더욱 확장된다.


이렇게 하다 보면 전보다 더욱 나아진 글을 볼 수 있게 되고, 내면을 꺼내놓았던 숨기고 싶은 이야기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나의 묵은 감정도 동시에 토해낸다. 그렇게 함으로써 가라앉은 마음이 정리되고, 나는 그동안 스스로 깎아먹은 마음들이 고쳐지며 올바른 나를 받아들이도록 돕는 힘을 얻게 된다.


글쓰기를 시작했을 때는 단지 내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다. 그러나 글을 거듭할수록 나는 틀려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실수와 오류는 누구에게나 있고, 완벽하지 않아도 삶은 충분히 이어진다는 것을 글쓰기가 내게 가르쳐주었다.


지속하다 보니 다가갈 수 없는 꿈에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다. 희미하지만 나에게도 내 마음속에 작은 등불이 켜지기 시작한 것이다.


잡히지 않던 꿈들이 마침내 실체가 되어, 내 손안에 꼭 쥐어질 날이 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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