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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위날다 Sep 23. 2024

더 늦어질까 봐

서윤

안녕,

오늘은 비가 내린 후 모처럼 맑은 하늘과 선선한 바람이 부는 월요일이었어. 주말에 갑자기 많은 비가 내려 당황했잖아. 우리나라 날씨가 아닌 거 같았어. 아빠는 많은 삶을 살지는 않았지만, 어른들이 하는 이야기가 보통 추석 때쯤이면 긴팔을 입을 날씨가 된다고 하던데 올해는 유난히 길고 무덥고 마지막에 많은 비가 내렸거든. 네가 살아가는 시대가 기후변화에 힘든 시대가 될까 걱정되는구나.

오늘은 무슨 말을 기록할까 고민하는 시간이 없었어. 너무도 많은 이야기를 쏟아 내고 싶거든. 아마 장담하건대 이 글 또한 퇴고 과정을 안 하면 산만한 어디론가 향하는 글이 될 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기록해.

지난 금요일에 아빠가 직장상사와 고성을 오가는 다툼이 있었어. 어른들의 감정싸움이라 치사하고 구차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를 기록하는 건 그 싸움에서 아빠가 굴하지 않고 싸울 수 있었던 이유가 , 바로 너였기 때문이야. 아빠가 서윤이 아빠가 되는 순간부터, 스스로 떳떳한 사람이고 싶었고, 모범을 보여주는 삶을 살고 싶었고 부당한 일에 고개 숙이는 비겁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어. 난 적어도 그런 아빠의 모습을 너에게 보여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어. 그러다 보니 잠깐 내가 한번 허리 숙였으면 갈등 상황을 회피할 수 있었는데 그러하지 못한 점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야. 예전에 아빠는 불편한 상황과 갈등 상황을 싫어했어. 사실 지금도 그래. 그렇지만 아빠가 아빠가 된 순간부터. 지켜야 할 것들이 많아진 순간부터 불편한 상황에 대응하고 갈등상황을 피하고 싶지 않았어. 내가 맞다고 판단한다면 말이야.

그래 맞아 딸아. 사실은 아빠가 힘들다고 우리 딸에게 하소연하는 글이 맞아. 이렇게 힘들어도 우리 가족, 우리 딸 때문에 굴하지 않고 이길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거야. 지금은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나중에 아주 먼 미래에 이 글을 접한다면 그때 아빠 등을 토닥여 주면 "아빠 괜찮아." 따뜻한 말 한마디를 기대하면서 말이야.


두 번째 있었던 일, 네가 오늘 유치원 앞에서 엄마랑 떨어지고 싶지 않다고 울었다고 이야기를 들었어. 항상 씩씩하고 유치원 가던 네가 오늘 갑자기 울면서 엄마랑 떨어지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해서 엄마도 그리고 아빠도 얼마나 놀랬는지 아니? 부모의 마음이 이런 거구나 다시 한번 느끼는 하루였어. 아빠의 약한 심성을 닮은 너를 보면서 아빠가 한 걱정을 했어, 그러다 운동장에서 열심히 달리기 하고 철봉을 하는 네 모습을 지켜보고 더 이상걱정 안 하기로 결정했어. 왜냐면 많이 흔들리면 더욱 강하게 뿌리내려 성장을 잘할 수 있다는 걸 아빠는 알기 때문이야. 너무 강한 바람과 외력으로부터는 지켜줘야 되겠지만 흔들리는 바람 떨어지는 비는 네가 스스로 맞고 견뎌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야. 그런 거 까지 아빠 엄마가 간섭한다면 우리 딸은 바보가 될 거라 생각해. 강해져라 서윤아. 이 세상은 항상 맑고 깨끗하고 희망만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강해져야만 해. 정신력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도. 아빠도 흔들리는 멘털을 잡고 이 높은 언덕을 한번 넘어가 볼게. 함께 하자꾸나. 함께 또 다른 언덕을 향해 힘차게 넘어가보자꾸나.


사랑하고 너무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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