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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ㅁㅎ Sep 08. 2019

사진과 너무 다른 애가 소개팅에 나왔다.

나는 주선해준 친구와 친하다고 생각했다.

대학교에 들어와도 오랜 기간 연애를 안 하는 못 하는 나를 보고 부모님은 걱정이 되셨나 보다.

명환아, 여자도 많이 만나봐야 너와 잘 맞는 사람을 아는 거야



#첫 번째 소개팅

명환 소개팅할래?

친구가 제안했다.


나의 척수가 물었다.

"이쁘냐?(사내놈들이란...ㅉㅉ)"


"이쁘다 명환. 얘 인기 개 많다."


"콜"

척수가 답했다.

.

"아 잠깐, 사진 있냐?"

대뇌가 물었다.


이뻤다. 이뻤다. 진짜 이뻤다. 누가 봐도 이쁘다고 할 만큼 이뻤다. 이름이 낯이 익었... 아!! 얘는 사범대에서 이쁘다고 소문난 바로 그....! 성격은 모르니까 만나봐야 했지만 너무 설렜다. 이 친구 페이스북과 인스타 등 다 들어가서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취미가 뭔지 집착할 정도로 뒤졌다. 아는 친구 등 총동원해서 이 친구가 어떻게 옷 입는 걸 좋아하는지 이전 남자친구는 어떤 스타일이었는지 등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총동원했다.


 정말 잘되고 싶었다. 그렇게 소개팅은 다가왔다. 소개팅 당일 정말 심장 터져 죽어버리는 줄 알았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다 준비했는데, 막상 걔 앞에 있으니까 머리가 새하얘졌다. 전혀 떨지 않는 그 친구 앞에서 나는

와 진짜 이쁘네요 사진만큼은 아니지만?ㅎㅎ

분위기 푼다고 이 하늘이 준 기회에 저 ㅈㄹ을 했다ㅎㅎㅎ

다시 생각해도 진짜 화끈거린다. 그 소개팅은 호로록 말아먹었다. 사실 그 친구는 나 아니어도 사귀고 싶어 하는 남자가 줄을 섰다. 나중에 들으니 경영학과에 키 180 넘는 모델 같은 애와 사귄다더라. 안녕


#두 번째 소개팅


좌절하고 있는데, 여사친이 건너 건너 아는 애인데 만나볼 생각 있냐고 갑자기 사진을 보냈다. 난 이 친구의 이런 과감함이 참 맘에 든다(사내놈들이란...ㅉㅉ). 풍겨지는 이미지가 굉장히 세련된 느낌이었다. 기대를 하고 소개팅에 나갔다. 

.

사진이랑 달랐다.

.

(친구에게 최근에 돈을 꾸고 안 갚은 게 있는지 생각해봤다.) 흠...포장이 많이 된 느낌을 받았다. 이야기를 하는데 그렇게 잘 맞는다는 느낌도 없었다. 헤어지고 카톡 조금 하다가 자연스럽게 그 친구와의 인연은 끝났다. 안녕

▲ 우이씨


#세 번째 소개팅

 

 원래는 내가 받은 소개팅도 아니었다. 친구가 나가는 건데, 이 놈이 갑자기 여자친구가 생겼다. 상황이 난처해져 나한테 갑자기 소개팅 좀 나가 달라고 하더라. 난 준비도 안 됐고 상대방에 대한 정보도 거의 없는데 말이다. 다음날 다행히 바쁜 일정은 없어서 알겠다고 하고 나갔다. 약간의 설렘은 있었지만, 큰 기대도 안 하고 있었는데...

.

내 스타일이었다...!

.

말을 하면 할수록 그 친구가 궁금해지고 기분이 좋았다. 그 친구도 나에게 호감을 보여 우리는 연인이 되었다. 사람일은 정말 모르는구나... 이 친구를 만나며 내가 어떤 스타일의 여자를 좋아하는지 알게 됐다. 아마 이 친구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알기 어려웠겠지.


#소개팅앱이 똑똑한 거 아닌가?


 친구가 소개팅을 해달라고 했지만, 그때는 정말 해줄 애가 없었다. 나는 소개팅앱도 있던데 그거한번 해보라고 권했다. 친구는 부끄럽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명환아, 나 그 정도는 아니다. 그런 걸 왜하냐?"


내가 교육학과다 보니 남자인 친구들이 너도나도 소개팅을 말할 때, 소개팅앱을 한번 해봐라 말한다. 그런데 할 때마다 저런 이야기를 들어서 어떤 늬앙스인지 알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이건 정말 넌센스다 싶었다.


 어차피 친구가 여자 소개해달라고 하면, 사진부터 보여달라고 하는데, 이미 사진을 올려놓은 어플을 이용하는 게 훨씬 편리한 게 아닌가...?(사진이랑 실물이랑 다른 건 어떤 소개팅이건 가능한 거고) 뭐 창피하면 굳이 말 안하면 되는거고, 앱들이 바보가 아니라서 연락처나 SNS 친구 등은 다 차단도 해준다. 


 친구에게 굽실거리면서 소개팅 한번만 제발 한번만...ㅠㅠ 해서 데이트 코스 짜고, 돈 쓰고 시간 쓰고 그나마 자기 스타일 나오면 괜찮은데 그럴 확률 10%도 안되는데... 이것 보다는 처음부터 당당하게 자기 스타일 찾는 게 경제적이고 똑똑하다고 본다. 소개팅앱은 진지한 만남 하려는 사람이 쓰지는 않을 거라고 하지만, 지인에게 소개팅 받는 것도 사실 그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나올지는 모르는 거니까.


 10년 뒤가 되면, 왜 굳이 본인 스타일 골라서 데이트 신청할 수 있는 소개팅앱 두고, 지인한테 부탁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20대 30대가 대부분이지 않을까 추측해보며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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