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대통령실에 신설한 AI미래기획수석 자리에 네이버클라우드 AI혁신센터장이었던 하정우 박사를 발탁했다. 국내 민간 빅테크 출신 전문가가 청와대 핵심 보직에 오른 것은 한국 정치사에서 보기 드문 과감한 선택이다. 업계와 언론은 이를 두고 대한민국의 미래 AI 전략을 선도할 강력한 승부수로 평가하면서도, 그 이면에 잠재된 위험과 과제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이번 인사는 대한민국 AI 정책의 운명이 걸린 중대한 분기점이자, 기술국가 실험의 첫 단추가 채워진 순간이다.
무엇보다 하정우 수석의 임명은 실전형 AI 개발자가 국가 정책 최전선으로 올라선 파격적 사례다. 그는 거대언어모델(LLM)을 직접 설계 및 구현을 한 국내 대표 연구자로, 국제 학술논문 50편 이상, 1만4천 회 이상의 논문 피인용이라는 글로벌 성과를 갖추고 있다. 네이버라는 플랫폼 기업에서 대규모 AI 상용화 경험을 보유한 그의 이력은 민간 AI 생태계의 현실을 정책에 적극 반영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AI 주권 확보’와 ‘소버린 AI’ 전략 실현에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소버린 AI(sovereign AI): 자국 또는 조직이 자체 인프라, 데이터, 인력, 네트워크를 통해 인공지능 시스템 전 과정을 개발·운영하며, 외부(특히 해외 벤더)에 대한 의존을 최소화하는 자주권 있는 AI 체계를 뜻한다.
그러나, 이런 기대 속에도 조심스러운 우려와 구조적 한계가 병존한다. 첫째, 행정 및 정치 경험의 부재가 지적된다. 기술 전문성만으로는 국가 전략을 온전히 설계하고 집행하기 어렵다. 이해관계 조정, 부처 협력, 정치적 협상이라는 행정 시스템 속에서 하수석이 실질적인 정책 리더쉽을 발휘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일부 언론은 "행정 경험이 없는 하수석이 부처 공무원과의 기싸움에 휘말릴 수 있다."고 우려를 했다. 인사권 없는 신설 직책의 한계는 우려를 부각시킬 수 있다고 생각된다.
둘째, 정책의 구체성 부족이 당면 과제로 꼽힌다. 정부가 제시한 ‘100조 원 AI 투자’는 그 규모에서 세계적 주목을 받았지만, 구체적 실행 계획은 여전히 모호하다. 산업계에서는 구체적 로드맵 부재가 정책 신뢰성에 의문을 남긴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책 실현의 첫 단계부터 뼈대 없는 거대 계획이 공중에 떠버릴 위험이 있다. 실제로 '국가 AI컴퓨팅센터'의 민간투자 입찰이 두차례 유찰된 사례를 보면 낡은 정책적 사고로 AI와 신기술 사업을 적용시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다만, 공공 및 민간 공동 투자모델과 인센티브를 포함한 조율과 정책의 구체성을 하정우 수석이 로드맵을 제시하여 빈틈을 메울 것으로 기대해 본다.
셋째, 정책 균형성의 문제이다. 네이버 출신이라는 배경이 특정 기업의 입장이 정부 정책에 과도하게 투영될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낸다. 국내 AI 생태계에는 스타트업, 중견기업, 글로벌 빅테크, 연구기관 등 다양한 주체들이 공존한다. 이들의 목소리가 균형 있게 반영되지 않을 경우 산업 생태계 전체의 다양성과 역동성이 훼손될 수 있다.아울러, 본인이 주장하는 소버린 AI 편향 가능성의 문제가 지적된다.
이제 오픈 AI와 협업하여 상용제품을 출시하겠다는 카카오는 물론이거니와 챗봇과 LLM에 국내에서 가장 프론티어인 네이버도 글로벌 AI기업과의 격차가 커지고 있어 이 분야에서 성공했다고 아무도 이야기 할 수 없다. 네이버의 초대규모(Hyperscale) 언어모델인 HyperCLOVA X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대화형 에이전트CLOVA X를 사용하는 국내 사용자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아직은 평가가 시기상조일 수 있겠으나, 네이버 CLOVA X가 왜 실패했는지 원인 분석이 필요하다. 반대로, DeepSeek는 어떻게 성공했는지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네이버 중심적 사고의 소버린 AI 정책에 쏠릴 경우 다양한 AI 플레이어들이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즉,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도 여전히 중요하다. 소버린 AI가 중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과거 정책적 지원 속에 관공서에서만 주로 사용되던 아래아 한글(hwp)처럼 한정적인 생태계에 머물 것 같다는 우려가 먼저 든다.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MS 워드와 같은 범용성과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생태계와 인프라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우려를 하정우 수석도 인지할 것이라 생각되며, 기업체의 AI 리더 입장에서 벗어나 국가 AI 리더(AI 거버넌스 - AI 윤리와 안전성 수립, 데이터센터 및 AI컴퓨팅 자원 확보, AI 반도체, AI 인재양성, AI교육 등)로 균형적인 시각에서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 해 본다.
넷째, 정책 권한과 소통의 어려움도 잠재적 문제로 거론된다. 비관료 출신의 AI수석이 관료조직과 원활히 협력하며 실질적 정책 드라이브를 걸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기존 관료조직의 복잡한 의사결정 시스템 속에서 소외되거나 상징적 자문 역할에 그칠 경우, 수석 직책 자체가 정책 추진력을 상실할 위험도 있다. 이 부분은 하정우 AI수석이 큰 그림을 그리고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줄 수 있는 이재명 대통령의 적극적 지원 의지가 중요하다. 아울러, 실행을 위한 전담 지원조직 신설 및 종합적 국가 AI 전략 본부 설치가 필요하다.
앞서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하정우 AI수석의 현장 경험과 실무 역량이 AI정책 구현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하정우 수석의 발탁은 대한민국이 기술패권 시대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선언이다. 지금까지의 관료 중심 기술정책 모델을 넘어 실전 경험을 갖춘 민간 전문가가 정책 전면에 등장한 첫 실험이 본격 가동되었다. AI 패권 경쟁은 기술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정책 집행력, 이해관계 조정능력, 글로벌 협상력 등 종합적인 국가역량이 총동원되어야 한다. 하정우 수석이 이 다층적 과제를 풀어낼 수 있을지가 향후 대한민국 AI전략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참고] 량원펑은 누구인가? 수학괴짜에서 글로벌 게임체인저로
https://brunch.co.kr/@gauss92tgrd/149
[참고] 퀀트투자 진화와 AI전략
https://brunch.co.kr/@gauss92tgrd/160
[참고] 퀀트, 퀀트투자, AI: 기술과 콘텐츠의 진화
https://brunch.co.kr/@gauss92tgrd/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