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수쟁 Jan 05. 2020

여름날의 초록

190425



쓰지 않는 것이 쓰는 것보다 익숙해진 어느 날, 옮겨 적을 글귀를 찾다 2014년 초여름의 흔적을 발견했다. 누군가가 좋아서 그가 하던 대로 기록마다 날짜와 시간까지 적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렇게 두루뭉술한 기억도 크게 나쁘지는 않다. 좋은 일이 가득하시기를 바란다는 그 마음이 다섯 해를 관통해 왔다. 그간 내게는 좋은 일이 가득했을까. 


생각이 넘쳐흐르던 아이는 글자에 치여 살고 있다. 앞서 나가는 무언가들을 불러 세워 생각으로 빈 곳을 채우는 요 며칠, 그다지 놀랍지는 않게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이렇게 쉬운 거였나. 이렇게 좋은 거였나.


생각을 다시 하기 시작했다는 건, 떠날 때가 되었다는 것. 조용하게 혼자 벳푸의 어느 숙소를 다녀오고 싶다. 초록색 잎사귀들이 바람에 간간이 흔들리고, 햇빛이 그 위로 떨어지는 그런.



매거진의 이전글 남은 6분을 기다리는 동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