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를 응원하고, 걱정하는 마음을 담기에
말하면 사라져 버리는 심플한
'힘내'라는 말은 너무 연약해서
차마 입 밖으로 뱉지 못했었는데.
그렇다고 어떠한 말도,
편지도 없이 이 순간을 넘어가버리면
나는 분명 언니에게 너무 미안하고
후회할 것 같아서 펜을 들었어.
내가 겪어보지 못한 일이라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지,
혹은 어떻게 행동해야
언니에게 부담 없는 응원으로 느껴질 수 있을지
매번 고민하는 데에도
이렇다 할 방법이 떠오르지를 않더라고.
가장 비슷할 수 있는
나의 전 연애가 끝났을 때를 떠올려봐도
그건 정말 말 그대로 '연애' 였으니,
긴 시간 동안 집이라는 하나의 공간 안에서
함께 머무르고, 함께 숨 쉬었던 언니와 비교가 될까.
그렇지만 언니,
내 전 연애가 끝나고 나서 내가 깨달았던 두 가지는
언니에게도 해당될 것 같아서 꼭 이야기해주고 싶었어.
첫 번째는,
좋은 사람들이 새로이 더 많이 생겼고,
이미 주변에 존재했던 좋은 사람들과는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는 거고.
두 번째는,
사실 나는 꽤나 괜찮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거야.
그 순간순간에 무시라고 느껴본 적은 없었지만
지금 와 돌아보니 너무나 아픈, 처절했던
상대방의 무관심 속에서
나는 조금씩 자존감이 떨어졌었고,
주변 사람들과 마주하며 교감할 눈도,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귀도 막게 되었던 것 같아.
그러다 보니 조언뿐만이 아닌 나를 향한 응원조차도
나는 들을 수 없었을 테고,
또 자존감은 더 떨어졌겠지.
이런 끝없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자
그제야 비로소 진정하게 행복해지더라고.
물론 지금은 언니 말처럼
공허하고, 황망함을 느끼겠지만
언니는 원래 참 괜찮은 사람이었고
주변에는 언니를 좋아하는 건강한 사람들이 많으니
이 모든 풍파가 지나 언니가 더 견고해지고 나면
분명 언니는 더 행복하고 풍요로워져 있을 거야. 확신해.
그때까지 내가 담을 수 있는 모든 마음을 담아,
묵묵히 옆에서 응원할게.
친구에게 준 편지를 읽고, 나는 다시금 공허함과 황망함을 이겨낼 힘을 얻었다. 내가 더 빨리 행복해질 수 있을거라는 자신이 조금 더 생겨났다. 나는, '그가 묘사했던 나'보다 좋은 사람이었다.
(+)
제게 100명의 구독자가 생겼어요. 처음부터 글을 열심히 연재해볼 생각이었지만, 거기에 누군가의 공감과 위로가 함께 더해지니 이렇게나 큰 힘이 되네요. 덕분에 저는 더 열심히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존감을 되찾느라 어려운 시기인데, 저는 누군가가 읽고 싶어하는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으로 +1 레벨업 하고 스스로 행복해 하는 중입니다. 댓글도 라이킷도, 그저 읽다가 공감해주신 그 마음들도 모두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