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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티카카 Oct 13. 2021

가장 어려운 건 평영

어쨌든, 수영 11

배영은 타이밍이다. 손의 물 잡기도 중요하지만. 팔을 머리 위로 똑바로 뻗고(11시와 1시 방향이라고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손목과 팔꿈치 사이의 부분으로 물을 잡아 엉덩이까지 죽 밀어내야 한다. 머리 위로 죽 나간다는 느낌이 든다는데, 2년 차의 배영은 버벅거릴 수밖에 없었다. 물 잡기도 안 되고, 발차기도 제대로 못하니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괜히 물 잡기 하려 했다가 팔만 아프고 잘 나가지도 않아 제대로 배영 동작을 익히기까지 물 잡기 금지.


자유형과 접영보다 배영과 평영을 잘하는 분들이 많다. 물론 영법 4가지를 다 잘하는 분들도 많지만. 수영을 배우는 초기 강습반에서 배영과 평영을 할 때면, 원래 내가 서는 자리보다 뒤로 이동했다. 내 뒤에 있는 사람은 밀리더라도 자기 자리를 유지하라고 하지만, 수영을 하다 보면 나를 뒤로 보낼 수밖에 없다. 앞사람과 간격은 멀어지고 뒷사람은 내 뒤를 딱 붙어 쫓아오게 되기 때문이다. 평영은 하는 중에도 앞사람과 간격이 점점 멀어진다고 느낄 때, 배영은 내 뒷사람의 머리가 내 다리에 차이거나 뒷사람이 나를 넘어서는 경우에 100퍼센트 내가 느리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배영과 평영을 잘하는 사람이 마냥 부럽기만 했다. 뒤로 가지 않고 내 자리에서 배영과 평영의 속도를 익히고 싶었다.


수영 4년 차 때 나의 가장 큰 고민은 평영이었다. 맨 처음에 수영을 배울 때, 그나마 평영이 좀 나간다고 생각했는데(왜 그랬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렸을 때 여름에 바닷가로 놀러 갔을 때 아빠에게 개구리헤엄을 조금 배웠던 기억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수영 4년 차에는 평영에서 삽질하는 중이었다. 수영장에서 들은 말 중에 이런 게 있었다. 평영을 잘하는 사람은 접영을 잘 못하고, 접영을 잘하는 사람은 평영을 잘 못한다고. 그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난 평영보다 접영이 더 편하다(편하다고 더 잘한다는 뜻은 아니다). 접영도 속도는 빠르지 않다. 수영을 잘하는 사람은 평영이든 배영이든 자유형이든 배영이든 다 잘한다. 수영이 안 되는 사람만이 뭐가 되니까 뭐가 잘 안 된다고 핑계를 댈 뿐이다. 나도 그중의 한 명이다.  


어느 순간, 평영이 후퇴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앞으로 나가지 않았다. 팔을 쭉 뻗고 난 후에 평영 발차기를 해야 하는데, 그걸 기다리지 못하는 것이 문제였다. 평영은 손동작과 발차기, 둘 다 잘 안 된다(생각해보면 모든 수영 영법에서 손동작과 발차기가 다 안 되는 것 같다ㅜㅜ). 특히 발차기가 가장 큰 문제. 무릎을 벌리지 않고 오므린 채 무릎과 발 사이에 물을 모은 다음에 발목을 꺾어 아래로 돌리면서 밀어 찬다는 느낌으로 차야 한다는데, 우선 무릎을 모으기가 어렵다. 발 사이로 물이 모아진다는 생각은 1도 들지 않는다. 하다 보면 어느새 무릎은 벌어지고, 발차기를 하기 위해 발을 접을 때도 찰 때도 힘이 많이 들어가 허리가 아프다. 잘못하면 평영 발차기를 하다가 옆 레인 수영 회원들과 선생님을 빵 하고 차곤 한다. 평영 발차기를 잘 못 차서 부딪히면  아프다. 맞은 사람이 더 아프다. 그러면 수영을 하다 말고 바로 일어서서 죄송하다고 사과한다(아니면 욕먹는다). 옆 레인의 회원들의 평영 발차기에 나도 종종 맞는다.

 

평영의 손동작도 지적받는 포인트. 물잡이를 하고 팔꿈치와 손을 빨리 모아 앞으로 뻗으면서(밑으로 가 아님) 머리를 숙여야 하는데, 내 평영의 손은 이미 물 밖으로 나와 있고, ‘주세요’(아기들이 무엇을 달라고 할 때의 자세) 포즈가 되고 만다. 손동작은 빨리, 발은 천천히 차야 하는데, 손과 발이 둘 다 느긋하다고 지적받는다. 시간 차를 두기가 어렵다. 초기에 평영의 물 잡기는 포기했다. 대신 손을 많이 벌리지 않고(팔꿈치가 어깨 뒤로 넘어가면 안 된다) 아래로 누르고 재빨리 팔꿈치를 가슴 앞으로 모아서 물속으로 뻗는 연습을 했다. 손동작 후에 재빨리 발차기. 머리로는 알지만, 실제로 몸이 구현되지는 않는다. 평영이 제일 어렵다.    


그래서 수영 시작 전인 워밍업 시간과 수영 끝나고 난 후의 시간에 죽어라 평영만 연습했다(5~10분). 평영과 배영을 잘 못하는 이유는, 자유형과 접영보다 연습 시간과 양이 적어서 그럴지도 모른다고 선생님이 말해줘서였다. 연습량을 늘리라는 말에 배영과 평영을 시간 날 때마다 해보니, 그 말이 맞았다. 같이 수영하는 회원들 중에도 배영과 평영이 너무 안 된다고 해서 수업 시간에 하기 싫어하시는 분들도 많다(자기가 잘하는 것만 하고 싶은 마음, 백번 동의한다). 선생님은 배영과 평영을 못한다고 하지 않으면 실력이 늘지 않는다며, 꾸준히 시킨다. 좋은 방법이다. 결국 연습만이 살 길이다.

 

특히 평영 수업을 할 때 다리 사이에 풀 보이를 끼는 것이 최악이다. 킥판을 팔을 쭉 뻗어 앞으로 잡고 풀 보이를 허벅지 사이에 끼고 평영 발차기를 하는 게 제일 어렵다. 앞으로 안 나가고, 당연히 허리도 아프다. 발차기를 잘못하기라도 하면 레인에 발가락이 다치기도 한다(너무 높게 차기 때문에). 때론 킥판 없이 풀 보이만 끼고 평영 발차기 연습을 할 때는 앞사람과 간격이 많이 벌어진다 싶으면 나도 모르게 옆에 있는 레인 줄을 잡고 당기면서 가거나 자유형 손동작을 한다. 이러면 늘지 않는 것을 알지만 저기 저 멀리 앞사람과 벌어진 간격을 보면 어쩔 수 없다.


더 최악은 킥판을 가슴에 부여잡고 배영처럼 누워서 평영 발차기를 하는 것이다. 오 마이 갓! 내 평영 발차기가 자기 멋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무릎 아래가 아니라 허벅지부터 벌려서 발차기를 한다는 것을 내 눈으로 확인하게 된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웃긴 장면이지만, 나는 처참하다. 내 평영 발차기의 상태를 정확하게 깨닫는다. 그러면 교정할 수밖에 없다. ㅜㅜ    


수영 수업을 하는 수영장이 아니라 다른 곳에 가서 수영할 때면 자유형과 평영을 가장 많이 하게 된다. 호텔 수영장이나 바닷가에서 어설프게 배영과 접영을 할 수 없다. 배영은 사람들과 부딪쳐서 다칠 확률이 높고, 접영은 파닥파닥 거리다가 물만 컥컥 먹게 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호텔 수영장이나 바닷가에서 접영을 하는 사람이 보인다면... 혹시 나일지도 모르겠다. 수영모자와 수경을 꼭 장착하고 접영을 연습하고 있는 나일지도 ㅋㅋ ^^;;;.


바닷가에서는 머리를 물 밖에 두고 주로 평영만 한다. 바닷가 짠물에 머리를 담그면서까지 수영하는 게 싫기 때문이다. 짠맛이 싫기에.


사막 수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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