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수영 24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생존 수영 교육이 실시되었다. 몇 년도부터 시작했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인터넷 기사를 찾아보니 2015년 무렵부터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생존 수영 교육이 진행 중이라고 나와 있다. 세월호에 탄 아이들이 수영을 잘하지 못해서 죽은 게 아닌데, 그 당시 정부에서는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형식적으로 생존 수영 수업을 의무교육으로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내가 다니는 수영장(깊이가 1.2~1.4미터)에서도 일정 기간에 초등학생 아이들의 수영 수업을 진행했다. 키가 작고 어린아이들이 수영을 하기에는 어른들이 다니는 수영장의 물이 깊다고 느껴졌다. 수영을 전혀 할 줄 모르고 물을 무서운 아이들에게는 학교에서 하는 생존 수영 수업을 따라서 하는 것이 더 힘들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물에 대한 두려움만 더 크게 만드는 건 아닌지...
종종 일상복을 입은 아이들이 친구들이 수영하는 수업을 참관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샤워실에서 혼자 샴푸와 비누로 온몸을 깨끗이 씻고 수건으로 머리와 몸을 닦고 머리를 드라이어로 말리고 옷을 챙겨 입고 수영복 가방을 잊지 않고 가져가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담당하는 선생님들이 계셨지만, 그 많은 아이들을 일일이 케어하기는 쉽지 않았다.
아이가 3학년이 되었을 때 학교에서 '생존 수영'이라는 이름으로 수영 수업을 키즈 전문 수영 센터에 가서 했다. 그해에는 3학년과 4학년이 1년에 6번의 수영교육(생존 수영 교육과 영법 교육)을 받았다. 이후에는 5학년과 6학년으로도 수업이 확대된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2년간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 등교하지 못했고, 당연히 모든 수업이 중단되었다. 기본적인 과목의 수업도 줌으로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 1년 이상 지속되다가 이후에야 시작할 수 있었다). 키즈 전문 수영 센터는 90-100센티미터의 깊이로, 따뜻한 수온을 유지해서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지 않고, 물이 깊지 않아서 수영에 대한 두려움을 덜 갖게 만들었다. 형식적인 면이 높지만.
수영을 전혀 배우지 않은 아이들도 낮은 물에서 발차기 동작과 몇 가지 물놀이를 할 수 있었다. 응급 구조 교육도 무조건 포함되었다. 상반기에 6번 수영 수업. 한 반의 아이들이 봉고차 3대로 이동하기에, 보호자로 선생님 외에 학부모 2명이 각각의 봉고차에 탑승해야 한다. 학부모가 수영 수업 도우미를 신청해서 아이의 생존 수영 교육에 따라갔다. 수영을 배운 적이 없는 아이들도, 물을 좋아하는 아이들도, 수영을 잘하는 아이들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수영 정도에 따라 선생님들이 나눠서 수영을 했다. 초보반, 기초반, 중급반, 상급반으로.
아이는 2년 정도 수영을 배웠기 때문에 그나마 접영까지는 할 수 있는 상태였다. 아이들은 수영 선생님의 지도 아래 수영을 했다. 수업은 생각보다 짧게 했고, 물속에서 같은 반 아이들과 공놀이와 물놀이를 하는 것이 신나 보였다. 실제로 물속에서 수영하는 시간은 1시간이 채 되지 않았고, 씻고 들어가서 수영복을 갈아입고, 다시 나와서 씻고 옷을 갈아입고 머리를 말리고, 봉고차를 타고 학교로 이동하는 시간이 더 걸렸다.
고백하자면, 생존 수영 수업 때문에 아이는 수영을 1년 전부터 선행학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큰 편이라, 3학년에는 학교에서 생존 수영 교육을 한다고 해서 2학년 때부터 어린이 전용 풀장에서 일주일에 1~2번씩 수영 수업을 했다. 어린이 전용 센터는 수영장 물도 따뜻하고 깊이도 90센티미터에서 1미터였다.
물의 기본 온도가 32도. 여름에는 31도, 봄과 가을에는 32도, 겨울에는 33도의 수온으로 맞춘다. 아이들이 감기 걸리지 않으면서 수영을 할 수 있게 따뜻하게 온도를 맞춰놓는다. 수영 학원 버스가 집 앞으로 데리러 오고, 집 앞까지 데려다주셨다. 수영 강습 선생님들이 일일이 다 씻겨주시고 머리까지 말려주셨기 때문에 일반 수영장보다 비용이 몇 배는 더 비쌌지만, 물을 무서워하는 아이가 수영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친구와 재밌게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최근에는(2021년) 코로나 때문에 수영장에서 생존 수영 수업을 하지 못하니, 초등학교에 전문가들이 찾아가서 '찾아가는 생존수영'이라고 가상 체험(VR)으로 구조법, 입수법, 심폐소생술 등 실내 체험 교육으로 수영 수업을 진행하는 학교도 있다고 한다.
아이가 수영장에서 접영까지 배우고는, 내가 다니는 수영장에서 함께 자유 수영을 한 적이 있었다. 아이는 발이 수영장 바닥에 닿지 않는 깊이 때문에 여전히 물을 두려워했다. 물놀이를 재밌게 하기도 했지만, 깊어서 수영을 편하게 하기도 쉽지 않았다. 아이가 수영 교육을 받으러 갈 때마다 세월호가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세월호에 타고 있던 아이가 내 아이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 어쩌면 또 다른 내 아이들이라는 생각도 한다. 아이가 수영 수업을 갈 때마다 불안함과 애잔함과 슬픔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잊지 않겠습니다. 4.16.
수영 4년 차까지 1년 차에는 3명의 선생님을, 다시 4년 차에 선생님이 세 번쯤 바뀌고 있다.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선생님 중에 수영 시간에 끼고 들어간 세월호 팔찌를 알아보신 선생님이 계셨다. 여전히 세월호가 수면에 가라앉아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을 때(여전히 그대로이지만), 팔찌를 알아보신 그 선생님이 기억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