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아빠 안녕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용 Sep 27. 2023

아빠 안녕!

0. 프롤로그 - 아빠 잘 지내시죠?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이송되는 의식 잃은 한 남자.

생후 6개월 된 아들은 할아버지였다는 것을 기억할까요? 아버지는 제 품에서 정신을 잃었습니다. 아버지는 병원 응급실에 정신을 잃은 모습으로 누워있었습니다. 아버지 옆에 제가 있는 동안 온 가족이 병원에 대기하게 되었습니다. 대기중 병원을 거닐던 아내와 유모차를 탄 아들은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겨지는 아버지와 마주쳤습니다. 운명처럼 아내와 아들은 할아버지를 목격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아들이 할아버지를 목격한 마지막 날이 될 것이라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아들에게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여기서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들에게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습니다.

나중에 커버린 아들은 할아버지를 기억 못 할 것입니다. 할아버지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들은 할아버지가 어떤 분이었을지 나중에 궁금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여 할아버지를 마주친 날을 기억한다 하더라도 할아버지는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이 전부라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욱 나의 아버지이자 아들에게는 할아버지인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습니다. 나중에 아들이 성장해 이 글을 본다면 자신이나 아버지인 제가 왜 이러한 성격, 가치관을 형성했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들이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함께한 추억을 글을 통해 상상해 보며 따뜻한 마음을 느껴보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나를 위한 아버지와의 이별 과정이기도 합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신 지 200일이 되어갑니다. 급작스러운 병으로 세상을 떠나서인지 믿기지 않은 하루하루였습니다. 더구나 사망에 따른 장례나 상속 절차, 나보다 더 슬퍼하는 다른 가족들 등으로 인해 나와 아버지와 이별기간이 지금에서야 가능하구나 싶습니다. 저는 아버지와 잘 이별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에게 이별을 잘 하는 것은 아버지를 마음에 묻고, 기억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버지와 함께한 추억들을 잘 저장하고 싶었습니다. 더 잊어버리기 전에 펜을 들었습니다. 또한 보고 싶은 아버지에 대한 마음을 이렇게라도 풀어야겠습니다.


아버지의 마음을 느껴보셨으면 합니다.

아버지에 대한 자서전도, 미담을 묶은 글도 아닙니다. 에세이 형식을 빌려 제 시각으로 느낀 아버지와 추억을 적은 글입니다. 독자분들이 이런 아버지도 있구나, 좋은 아버지가 되려고 노력하셨네, 아버지가 생각난다라고 느끼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아버지와 추억에 관한 글로 아버지를 상상하시면서 저와 비슷한 또는 동일한 감정을 느껴보면 좋겠습니다. 마음속 위로, 위안 등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에세이를 통해 잘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이 에세이를 시작하며 아버지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아빠 잘 지내시죠? 아빠, 안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