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굿모닝 Feb 06. 2023

내게는 추억, 네게는 현재

간장계란밥 남매


 초등학생 때 자주 먹던 음식 중 하나는 간장계란밥이었다. 어린이 혼자서도 뚝딱 만들 수 있고 간장과 계란은 늘 집에 있으니 언제든 배가 고프면 자주 해 먹었다. 단일 메뉴가 질릴 때는 소스에 변화를 주어 고추장계란밥, 케첩계란밥으로 맛을 달리했다. 소스의 변화도 성에 차지 않을 때는 김 한 봉지를 더했다. 김의 짭조름함이 집 나간 입맛을 얼마나 자주 찾아줬는지 한동안 내 밥상에는 김이 꼭 올려져 있었다.


 그 시절 나와 2살 터울인 오빠가 집에 있을 때는 늘 내 밥을 차려줬다. 그 역시 간장계란밥 마니아였는데, 반숙 계란 프라이의 노른자를 터뜨려 밥과 비벼 먹는 것을 좋아했던 내 취향에 맞춰 내 계란은 늘 반숙으로, 본인의 계란은 본인 취향에 맞춰 완숙으로, 계란의 익힘 정도를 능수능란하게 컨트롤하며 계란을 튀겼다. 반숙 계란 프라이를 만들려고 하면 늘 실패해 결국 스크램블 에그를 만들어내던 나와 달리 오빠는 실패 없이 척척 만들어냈다. 그럼 나는 척척 잘 받아먹었다.


 청소년을 거쳐 성인이 된 후로는 받아먹을 수 없었던 오빠의 계란 프라이를 다시 본 날은, 조카의 밥상에서였다. 아기 전용 식탁 의자에 앉아 천진하게 웃으며 자신의 아빠가 내오는 음식을 기다리던 우리 조카. ‘먹는 걸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는 말이 뭔지 알게 해 준 작은 사람이다. 열심히 주방과 식탁을 오가며 뭔가를 만들어내는 오빠의 모습에서 지난 시절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기억 저편으로 잠시 넘어가 있던 그 시절의 기억이 불쑥 떠올라 미소가 지어졌다. 우리는 이렇게 자랐고 오빠는 다시 누군가를 위해 계란 프라이를 만드는구나. 왠지 코를 한 번 쓱 문지르게 되는 순간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빠의 생일-희망 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