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너희 아빠 생일인 거 알고 있어?”
스쿼트를 막 끝내고 플랭크로 넘어가려던 차에 엄마가 말했다. ‘맞다. 아빠 생일이었지.’ 부모님은 왜 생일을 음력으로 쇠는지 아직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몸을 일으켰다. 이럴 때는 챙겨주는 사람들만 당황스러워지니 양력으로 생일을 챙겼으면 좋겠다고 늘 말하지만, 그 덕에 부모님 생일을 잊고 있던 걸 감출 수 있다는 점은 나쁘지 않다.
“아 맞네. 음력이라 잠깐 까먹었다.”
능청스러운 연기를 펼치고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직 밤 10시 30분이니 자고 있을 시간은 아니었다. 내가 중학교 3학년 때 부모님은 이혼하셔서 따로 살고 있긴 하지만 나와 아빠 사이는 나쁜 편은 아니었다. 주말마다 함께 등산을 가기도 하고, 날씨가 부쩍 추워진 요즘에는 함께 저녁을 먹는 날이 많아졌다. 올해 1/1에도 해돋이를 함께 보며 서로의 건강과 행복을 빌어주었다. 곁에서 살뜰히 챙겨줄 수는 없어도 나름의 효도를 하고 있지 않나, 스스로 평가하기도 했다. 두세 번의 신호가 가고 아빠가 전화를 받았다.
“아빠, 내일 무슨 날인지 알아?”
“내일? 모르겠는데. 무슨 날인데?”
나는 이미 다 알고 있었다는 듯, 생일자의 기분을 최대한 끌어올려 주려 목소리를 한 톤 높인다.
“아빠 생일이잖아~”
“어이구, 그랬어? 몰랐네 나는”
“내일 점심 같이 먹자. 내가 그쪽으로 갈게”
“그래, 내일 일어나면 전화해”
내가 성인이 되고 취업까지 했음에도 아빠는 나한테 밥 한 번 사지 못하게 했다. 늘 다음에, 다음에. 다음에 사라며 한사코 나를 말리던 아빠였다. 하지만 기회는 내가 만들어 가는 법. 언제 돌아올지 몰랐던 차례는 바로 내일이었다.
“응, 내일은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아이고, 됐네요. 이 사람아”
“아니야 생일이니까 내가 살 거야. 아빠는 먹고 싶은 거나 생각해!”
“으이구”
“끊어 내일 봐~”
나름의 효도를 발휘할 내일을 생각하니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