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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는 대화 9. 선택하지 않은 것을 감당하는 힘

좋아하는 일을 선택한 것이 좋은 선택이 되려면

by 단비

실제 있었던 대화를 각색하기도, 상상으로 대화를 구성하기도 합니다. 내 안의 타자와 나누는 대화이기도 합니다. 질문이 남기도, 깨달음이 남기도, 감정이 남기도 해서 '남는 대화'입니다.


아들: 아빠는 운동을 이렇게 좋아하는데, 왜 운동선수를 안 했어요?

아빠: 원래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잘 견디는 일은 직업으로 가지는 거야.

아들: 왜요?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면 좋잖아요?

아빠: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어야 하면 더 이상 좋아하는 일이 아니게 되거든.

아들: 그러면 좋아하는 일은 언제 선택해요?

아빠: 선택한 대가를 견딜 힘이 있을 때?

아들: 돈이 안 되도 견딜 수 있을 때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하라는 거네요.

남은 질문

좋아하는 일을 선택한 것이 좋은 선택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남는 생각

사회가 자유롭고 부유해진다고 해서 개인의 행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선택의 폭이 넓어질수록 더 나은 선택을 해야 하는 부담감이 커지고,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미련도 더 많이 남는다. 이렇게 선택지가 많은 사회일수록 각 개인은 스스로 그 선택지의 범위를 줄일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선택을 했든 그 결과에는 얻는 것과 잃는 것이 공존한다. 선택의 이유가 돈이었고, 결과적으로 돈을 많이 벌었어도 심신의 건강이나 정서적 관계를 잃을 수도 있다. 또는 돈에 대한 채워지지 않는 욕구로 인해 끊임없이 결핍감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 이 모든 것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돈을 버는 데 쓴 시간은 다른 무언가를 하는 데는 쓰지 못한 시간이기도 하다.

아이러닉하게도 선택에 대한 만족도는 그 선택의 결과를 바꿀 수 없을 때 높아진다고 한다. 왜냐하면 결과를 바꿀 수 없을 때, 우리는 결과를 보는 관점을 바꾸기 때문이다. 관점을 바꾼다는 건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것에 가치와 의미를 두는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선택한 것이 좋은 선택이 되려면, 그 결과를 바꿀 수 있는 시점과 그렇지 않은 시점에서 고민할 내용이 달라진다. 결과를 바꿀 수 있는 시점이라면 선택의 대가, 즉 선택하지 않은 것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좋아하는 일을 선택한 대가로 돈을 벌지 못하는 시간을 견뎌야 한다면,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그러나 결과를 바꿀 수 없는 시점이라면, 그 결과의 가치와 의미를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운명을 피할 수 없을 때, 도망칠 수 없을 때, 그리고 취소할 수 없을 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는 운명에서 긍정적인 면을 발견하고자 한다. 결정을 변경할 가능성이 열려 있을 때에는 이익을 얻음과 동시에 그 대가도 치러야 한다.
- 바스 카스트 '선택의 조건' 중에서


당신은 선택한 것을 위해 선택하지 않은 것을 감당해낸 경험이 있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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