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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파즈 Apr 12. 2022

"오늘 이름은 아빠가 사랑하는 꼬고야."

아빠육아 #23

 곧 딸이 세 돌을 맞이합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니 딸의 생일이 가까이 왔음을 느낍니다. 주말 아침에는 함께 식사를 하며 소소한 시간을 보냅니다. 그럴 때마다 묻곤 합니다.


"오늘은 꼬고 이름이 뭐야?"


 꼬고는 주변 친구들이 딸을 부르는 별명입니다. 딸은 자기 이름이 꼬고는 아니지만 자신이 꼬고라 불리는 것은 압니다. 그래서 매일매일 자신을 부르는 이름을 바꿔도 거기에 맞춰서 엄마와 아빠가 부르기 때문에 한 번씩 묻곤 합니다. 그런데 돌아온 답변에 제가 너무 놀랐습니다.


"오늘 이름은 아빠가 사랑하는 꼬고야."


 딸이 가슴에 새겨놓고 싶은 문장을 말했습니다. 순간 너무 놀라 1~2초간 멍하니 있다가 아주 큰 웃음과 함께 박수를 치며 말했습니다. 고맙다고.


 나를 닮은 딸이 나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것만으로 감동이었습니다. 종종 딸 녀석은 자기 마음에 들지 않을 때나 심술이 나면 '아빠, 미워.', '아빠, 무서워.', '아빠, 저리 가!'라는 말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제가 반복적으로 말합니다.


"그래도 아빠는 꼬고 사랑해."


 어느 날 아내는 딸이 심술부리고 화가 날 때 하는 말이지만 왠지 아빠가 그래도 꼬고를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하는 말을 더 듣고 싶어서 그러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왠지 그럴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 그런 말을 할 때마다 반복해서 '사랑한다고, 좋아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딸은 이 말을 했습니다.


"오늘 이름은 아빠가 사랑하는 꼬고야."


 그날은 제가 딸을 부를 때마다 아빠가 사랑하는 꼬고라고 불렀습니다. 그렇게 불러달라고 했으니깐.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인간을 만나고 보시기에 좋았더라고 하신 말씀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좋은 아빠인가?'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하기 어렵습니다. 저를 이루고 있는 많은 것을 부모로부터 받았다는 것을 인지한 어느 시점부터 스스로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부담처럼 느껴졌습니다. 나의 모습 그대로 딸이 닮아갈 것이기 때문에. 그럴수록 육아는 어렵게 다가왔고 자기 검열만 더욱 강해졌습니다.


 이상적인 아빠의 모습만 그려놓고 거기에 맞추려다 보니 정작 자녀가 어떤 말을 듣고 싶고 어떤 마음을 느끼고 싶은지 확인하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딸이 던진 따뜻한 말이 봄꽃처럼 사뿐히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내가 아빠로서 해야 하는 유일한 일은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것이고, 표현하고 또 표현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삶. 하나님이 지구별로 우리를 보내며 말씀하신 유일한 삶의 원칙입니다. 분노와 절망, 시련과 방황.. 무엇보다 고통이 삶의 본질이라 하더라도 나라는 존재만큼은 오로지 사랑의 결과이자 징표입니다. 어느 누구도 쉽게 무시하거나 모욕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2022년, 짧은 봄이 지나고 있습니다. 딸이 저에게 던져놓은 따뜻한 말이 훗날 2022년 봄을 유쾌하게 기억하게 될 이유가 되리라 믿습니다. 시원한 봄바람이 부는 좋은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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