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전능감을 채워주는 좋은 엄마
엄마는 아이에게 어떤 존재일까요? 아이는 태어나서 3개월까지는 나와 대상을 구별하지 못하는 자폐 단계에 있습니다. 이 시기 아이는 자신과 늘 함께 있어주는 엄마와 자신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엄마와 자신을 한 몸이라고 생각하죠. 그러니까 엄마가 거울인 셈이죠. 아이는 태어나면 환상적인 세상을 경험합니다. 배가 고프면 먹을 것이 들어오고, 축축한 기저귀가 순식간에 뽀송해지고, 누군가 안아주는 따뜻하고 좋은 세상을 경험합니다. 유아는 자신이 움직이면 세상도 움직이고 유아가 느끼면 세상도 느낀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엄마를 통해 전능감을 얻은 아이는 좌절이 없는 완벽한 세상을 만납니다. 엄마는 세상과 아이를 이어주는 통로입니다. 전능감이란 자기가 원하는 것이 마법처럼 이루어지는 것을 말합니다. 아기는 어떠한 제약도 제한도 없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무한한 능력과 권능의 시기를 맞이합니다. 엄마가 해주는 모든 것이 자신의 힘으로 이루어낸 것이라고 착각합니다. 이렇게 엄마는 유아가 전능감을 경험할 수 있는 짧은 기간을 허용합니다. 이 시기에 채워진 전능감은 아이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기본적인 힘이 됩니다. 그러니까 아이가 전능환상을 갖게 되는 것은 엄마가 아기의 상황에 대해 언제나 민감하게 반응해주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요.
엄마의 돌봄은 유아에게 만족을 주는 것 이상으로 대상을 발견하게 하고 대상과 친숙하도록 하는 과정이며 애착을 형성하는 데 초석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침대 누워있는 아이가 엄마의 모습을 보면 반갑고 즐거워하는 형태는 엄마와 애착을 형성해가는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불편하거나 혼자 있다는 생각에 불안함을 느끼면 아기는 곧 울어버립니다. 그때 여지없이 나타나 자신을 안아주고 위로해주는 대상인 엄마를 알게 됩니다. 그래서 아이는 엄마가 마냥 좋습니다. 엄마의 목소리, 엄마의 냄새, 엄마의 촉감, 모습만 보아도 좋아서 발을 버둥댑니다. 엄마가 웃으면 같이 웃고 엄마가 친절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주면 미소를 짓습니다. 엄마는 아이에게 존재 자체입니다. 엄마가 특별히 무언가를 주지 않아도 아이는 엄마를 사랑합니다. 세상에 엄마보다 좋은 것은 없습니다. 이것이 대상관계 이론가 위니 컷이 얘기한 좋은 대상으로서의 엄마입니다.
30대 중반 B 씨는 5살 남자아이의 엄마입니다. 결혼을 준비하면서부터 엄마가 될 자신을 생각하며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생각보다 쉽게 임신이 되지 않았던 터라 결혼 1년 후 임신 소식에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뻤습니다. B 씨가 임신 소식에 처음에 한 일은 병원에서 영양제를 처방받고, 서점에 달려가 육아 관련 책을 샀습니다. 아기를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지 검색을 하고 노트에 메모도 합니다. 아기가 태어나면 더 바빠진다는 얘기에 놓치는 부분이 없도록 시기마다 읽어야 하는 부분을 포스트잇으로 표시해 놓습니다. B 씨는 공부를 하면 할수록 엄마로서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저 먹이고 재우고 기저귀를 갈아주는 것 이상으로 엄마가 해야 할 일은 많았습니다. 아이와 놀아주는 것도 부모의 몫입니다. 아이는 놀이를 통해 엄마와 좋은 관계가 형성된다는 얘기에 놀이도 함께 하려고 애를 씁니다. 하지만 대부분 엄마들은 아이와 놀아주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집안일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을 뿐 아니라 아이의 환상을 따라가기가 싶지 않아서입니다. 그래도 엄마는 노력합니다. 아이와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상호작용하는 공감적인 엄마가 아이와 건강한 애착이 생긴다고 해서입니다. 애착형성은 초기 3년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에 B 씨는 애착형성을 위한 방법들에 관심을 갖습니다. 일정 기간 엄마는 아이의 울음소리만 듣고도 아이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것을 채워줘야 아이는 세상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B 씨는 아이가 울면 달려가서 아이가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채워줘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아이 곁에 늘 있어주는 엄마가 되어주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래야 세상이 말하는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