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니 Jan 07. 2021

“나는 어떤 완벽한 엄마인가?”


   

  요즘 엄마들의 육아에 대한 관심과 열망이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육아 관련 다양한 콘텐츠와 정보들은 공통적으로 부모의 역할에 대한 중요성을 얘기하고 있죠. 사회는 완벽한 엄마를 기대하고 있고, 엄마들은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런 완벽한 엄마가 다 나쁜 것은 아닙니다.  자녀를 위해 좋은 프로그램과 문화생활을 함께하고, 책도 함께 읽습니다. 그뿐 아니라 식단에도 신경을 쓰며 잘 키우려고 애쓰고 있죠. 이런 엄마는 우리가 흔하게 알고 있는 완벽한 엄마입니다. 문제는 일방적으로 기대를 높이고, 자녀의 실수에 대해 엄격하고 단호한 태도를 보이는 완벽주의 엄마겠죠. 제가 말하는 완벽한 엄마는 이런 의미에서 완벽한 엄마는 아닙니다. 완벽주의 엄마와 가깝죠.


  완벽주의 엄마를 세 가지 유형으로 설명해볼게요.

A형 완벽주의 엄마는 본인 스스로가 자신에게 매우 높은 기준을 부과하고 완벽해지고자 노력해요. 그 이유는 개인의 강한 동기 때문이죠. 따라서 A형 완벽주의 엄마는 부모상이 높고 그것을 현실에 반영하려고 노력합니다.


강의에서 만난 1학년 준형(가명)이 엄마는 A형 완벽주의 엄마입니다. 준영이 엄마의 기준을 볼까요? 준영이 엄마는 준영이 식단에 신경을 씁니다. 가급적 집 밥을 먹이고 가능한 인스턴트 음식은 먹이지 않습니다. 독서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준영이 엄마는 1학년인 준영이에게 책을 읽어줍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에 해야 하는 공부도 정해놓았습니다. 수학, 영어, 태권도, 피아노, 미술, 독서 프로그램이라고 본인은 생각합니다. 준형이가 해야 할 것들을 정해두고 꼭 지키게 하려고 시시때때로 체크하며 부단히 노력합니다. 옆집 아이는 놀이터에서 팽이를 치고 놀고 있을 때 준형이는 엄마가 골라준 학원에 다니느라 바쁩니다. 준영이 엄마는 학습뿐 아니라 운동도 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매스컴에서는 잘 노는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고 얘기하고, 저학년에는 예체능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준영이 엄마는 매스컴에서 이상적으로 이야기하는 엄마가 되려고 노력합니다. 친구 같은 부모도 되고 싶고 권위 있는 부모가 되고 싶습니다. 준영이 엄마는 이런 높은 부모상과 자신이 얼마나 일치하는지 강의도 듣고 육아서도 읽습니다. 뿐만 아니라 육아 체크리스트도 만들어  자신의 모습을 시시때때로 점검하는 엄마입니다. 그러면서 자신을 채찍질합니다. 오늘도 준영이 엄마는 하루를 반성하며 내일은 더  잘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7살 예지(가명) 엄마는 B형 완벽주의 엄마예요. 예지 엄마는 생활태도와 인성교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7살이면 이 정도는 해야지!라는 당위성이 있습니다. “7살이면 정리, 정돈을 잘해야 하는 거야!”, "이웃을 만나면 인사는 꼭 해야 돼!”,“다 먹은 그릇은 개수대에 가져다 놓고!”, “빨래는 빨래 바구니에 넣고,  뒤집어서 놓지 말고!” 등등..  하루 종일 잔소리를 합니다.  7살 예지 엄마는 특히 예지의 방 정리 문제로 스트레스가 이만 전만이 아닙니다. 방 정리로 문제로 매번 큰소리가 나옵니다. 엄마는 꼼꼼하고 정리를 잘하는 성향입니다. 정리된 방을 보면 하루가 마무리가 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반면 예지는 정리하는 게 어려워요.  다시 놀 건데 정리를 왜 해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예지는 지저분한 방이 하나도 불편하지 않거든요. 예지 엄마는 예지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어려운 것을 요구하는 것도 아닌데, 따르지 않는 예지의 행동을 반항이라고 얘기합니다. 예지의 집은 오늘도 조용하지 않을 듯싶네요.     


 유석이 엄마는 C형 완벽주의 엄마예요. 유석이 엄마가 저를 찾아온 것은 작년 봄이었어요. 이지적이고 깔끔한 외모의 유석이 엄마는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저를 찾아왔습니다. 7살 유석이는 공감능력이 부족하고, 고집이 센 자기중심적인 아이였어요. 유석이 엄마는 아동학과를 졸업했고, 유치원 교사로 10년 이상 근무했어요. 유석이 엄마는 나름 유치원에서 성실하고 아이들과 엄마들에게 인기 있는 유능한 교사였지요. 누구보다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문제행동이 있는 아이도 바꾸어 놓는 유능한 교사였죠. 그런데 자식은 못 가르친다는 말이 틀리지 않았어요.  유석이는 엄마 말을 따르지 않고 제멋대로 하는 아이예요. 시기마다 좌절을 주었지요. 특히 유석이는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을 잘하지 못했어요.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로 친구들과 부딪쳤습니다. 그럴 때마다 유석이 엄마는 큰 절망감과 자괴감에 빠졌습니다. 유석이 엄마는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유치원 교사로 알고 있는 터라 행동이 조심스럽습니다. 유석이가 친구 모임에 가서 친구를 울리거나 친구와 싸우면 창피한 마음이 앞섰고, 자신이 유치원 교사 시절에 했듯이 유석이를 말 한마디로 바꾸어 놓아야 한다는 중압감이 있었어요. 유석이의 행동보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였습니다.  유석이와 단둘이 있는 집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친구들 모임에만 가면 얼굴이 붉어지는 일이 생기니 약속을 만들지 않게 되었습니다. 유석이 엄마는 유석이가 이러다 친구 하나 없는 아이가 될까 두려워집니다.  유석이를 자꾸 다그치고 혼내는 것도 싫고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무능한 엄마라고 얘기하는 것 같아 만남을 피하고 있습니다. 결혼 전에 이지적이고 아이들을 잘 교육했던 유능한 교사의 모습과 달리 지금은 헐크가 된 자신의 모습에 혼란스럽습니다. 유석이 엄마는 남들 앞에서 칭찬받고 부러움을 살만한 사람인데 엄마가 된 자신은 한없이 낮아진 것 같아 화가 납니다.  엄마가 된 유석이 엄마의 38살 봄은 가장 우울하고 혼란스럽기만 합니니다.     


 A형, B형, C형 완벽주의 엄마 모두 잘 못된 것은 아닙니다. 이들이 어떤 관점에서 잘 못된 것인지 살펴볼게요.     

  A형 완벽주의 엄마는 어떨까요? A형 완벽주의 엄마는 자기 통제가 강하고 육아를 잘해야 하는 동기가 분명합니다. 동기가 무너지거나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우울감과 무기력함, 자기 비난이 생길 수 있겠지만 다른 두 유형의 엄마에 비해 적응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적응적인 모습이란 엄마가 일관적으로 제시한 기대와 가치를 자녀가 잘 따르고 성취하는 겁니다.  B형 완벽주의 엄마는 자신이 정한 완벽한 기준을 적용하여 자녀의 행동을 평가합니다. B형 완벽주의 엄마는 기준이 자기보다 아이에게 초점화되어 있어 자신을 비난하거나 절망감에 빠지지 않습니다. 대신, 자녀를 탓하고 처벌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C형 완벽주의 엄마는 타인이 자신에게 거는 기대는 높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자신을 생각보다 형편없다고 할까 봐 불안하고 초조합니다. C형 완벽주의 엄마는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자신이 실수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의심을 하며 사람들의 작은 비언어적인 반응에도 상처를 받습니다. 완벽주의 엄마는 높은 기준으로 자신과 자녀를 괴롭힙니다. 이것이 C형 완벽주의 엄마가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 예민한 이유겠지요. 엄마의 완벽주의 성향은 아이를 보는 창이 됩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나 규칙들이 어쩌면 지극히 주관적이고 모순된 지침이 아닌지 점검해봐야 하는 대목입니다.  나 자신을 괴롭혔던 완벽주의 성향이 결국 지금은 아이를 괴롭히고 있지는 않나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결국 우리가 마주 할 진실은 완벽주의가 육아에서 만큼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엄마의 죄책감의 시작은 산후조리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