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니 Feb 06. 2021

나를 먼저 사랑해 준 아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엄마가 되어 줄게"

 나를 먼저 사랑해준 아이    

 

  우리는 왜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을까요? 강연장이나 상담소를 찾아오는 엄마들은 대부분 같은 감정으로 전문가를 찾아옵니다. 자신이 나쁜 엄마일까 봐 두렵다고 말합니다. 반대로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거겠지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것은 좋은 사람 콤플렉스가 있어서도 아니고 엄마의 완벽 성향 때문만도 아닙니다. 엄마와 아이의 관계는 특별하고 유일하다는 측면에서 이해되어야 합니다.


  엄마들은 “아이를 낳은 것이 내가 태어나서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습니다. 엄마가 아이를 낳은 것이 엄청난 일인 것은 분명합니다. 엄마에게 아이는 전에 만나보지 못한 특별하고 유일한 존재입니다. 엄마뿐 아니라 아이에게도 엄마는 유일한 존재이고 세상의 전부입니다. 아이는 세상에 태어나면 나의 곁을 지켜주는 엄마가 세상이 됩니다. 아이는 태어나서 누워만 있어도 먹을 것이 들어오고, 축축한 기저귀가 뽀송해지고, 누군가 따뜻하게 안아주는 좋은 세상을 경험합니다. 아이는 좋은 세상인 엄마가 마냥 좋습니다. 엄마의 목소리, 모습만 보여도 좋아서 발을 버둥댑니다. 엄마가 웃으면 같이 웃고 엄마가 친절한 목소리로 이름을 불러주면 미소를 짓습니다. 세상에 엄마보다 좋은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엄마는 아이에게 존재 자체입니다. 특별한 무언가를 주지 않아도 아이는 엄마를 사랑합니다. 엄마는 살면서 이런 대우를 받아본 적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아무래도 엄마와 아이 중 사랑을 먼저 시작한 쪽은 아이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엄마는 아이의 사랑과 관심을 받아서 인지 에너지가 마구마구 나옵니다. 그래서 밤잠을 못 자도 하루 종일 아이에게 시달려도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것 같습니다. 소중한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엄마는 부모가 나에게 해주었던 것을 기억해 내어 차근차근 엄마가 됩니다. 혹은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부모의 모습을 닮아가려고 애씁니다. 그렇게 조금씩 엄마가 되어갑니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B 씨   


  30대 중반 B 씨는 결혼을 준비하면서부터 엄마가 될 자신을 생각하며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생각보다 쉽게 임신이 되지 않았던 터라 결혼 1년 후 임신 소식에 세상을 다 갖은것처럼 기뻤습니다. B 씨가 임신 소식에 처음에 한 일은 병원에서 영양제를 처방받고, 서점에 달려가 육아 관련 책을 샀습니다. 아기를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지 검색을 하고 노트에 메모도 합니다. 아기가 태어나면 더 바빠진다는 얘기에 놓치는 부분이 없도록 시기마다 읽어야 하는 부분을 포스트잇으로 표시해 놓습니다. B 씨는 공부를 하면 할수록 엄마로서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저 먹이고 재우고 기저귀를 갈아주는 것 이상으로 엄마가 해야 할 일은 많았습니다. 아이와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상호작용하는 공감적인 엄마가 아이와 건강한 애착이 생긴다고 합니다. 애착형성은 초기 3년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에 B 씨는 애착형성을 위한 방법들에 관심을 갖습니다.  일정 기간 엄마는 아이의 울음소리만 듣고도 아이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것을 채워줘야 아이는 세상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B 씨는 아이가 울면 달려가서 아이가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채워줘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아이 곁에 늘 있어주는 엄마가 되어주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래야 세상이 말하는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랬던 B 씨는 요즘 우울합니다.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맘처럼 잘 되지 않는 육아의 끝은 있을까요?


 세상은 완벽한 엄마를 좋은 엄마라고 한다.


   5살 재희(가명)는 B 씨가 애지중지해서 키운 아이입니다. B 씨가 엄마가 된 후 '좋은 엄마'의 첫 번째 관문은 모유 수유였습니다.  완모가 목표였던 B 씨는 모유수유가 생각보다 힘들었습니다. 모유는 충분해서 만족스러웠으나 밤중 수유로 자주 깨야했고, 외출도 맘대로 못했겠죠.  재희랑 한 몸이 되어 함께 다녀야 했어요.  옷을 고를 때도 원피스는 곤란했죠.  그다음은 이유식이었어요. B 씨는 아이 입에 들어가는 것은 뭐든 좋은 것으로 했지요. 유기농 식재료는 물론이고 첨가물을 특히 조심했습니다. 재희가 3살 무렵이었을 때 믿고 주었던 약국 어린이 비타민 캔디에 당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바로 금지할 정도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희는 아토피 진단을 받았답니다. B 씨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것이 무엇인지 성장에 도움이 되는 음식이 무엇인지 정보를 모으고 살폈습니다. 이런 것만 보아도 아이의 건강에 좋지 않은 것은 조금도 허락하지 않으려는 B 씨의 노력을 알 수 있습니다. 친정 부모님과 시부모님들은 이런 B의 모습을 보며 유난 떤다고 혀를 차지만 B 씨는 재희가 잘 자라 준다면 그런 눈총쯤 받아도 된다고 생각했답니다. 아토피가 있는 재희의 로션도 신경을 썼습니다. 하루 종일 거울 볼 시간도 없는 B 씨는 재희의 로션을 고르느라 바쁩니다. 로션의 성분을 꼼꼼히 살피고, 엄마들의 후기도 참고하여 재희에게 가장 좋을 것 같은 로션을 고릅니다. 이렇게 잠을 줄이고 시간을 내서 검색을 하면 B 씨는 실수를 줄일 수 있었답니다. 정보를 잘 활용해서 실수를 줄이는 것이 가능한 세상이 된 반면 실수를 하면 안 되는 세상이 되기도 한 것이지요. 이렇게 많은 정보가 있는데 잘 못된 선택을 하게 되면 그것들이 모두 엄마의 탓이 되는 세상이 된 겁니다.

  

  이렇게 B 씨는 실수하지 않는 엄마, 완벽한 엄마, 좋은 엄마가 되려고 노력합니다.  엄마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세상에서 얘기하는 기준들을 사용하다 보면 육아가 뒤죽박죽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B 씨는 자신을 의지하고 바라봐주는 아이를 보면서 오늘도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어떤 완벽한 엄마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