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초록이 더 짙게 칠해지는 순간
나의 초록이 더 짙게 칠해지는 순간
5월, 연둣빛의 수줍은 색을 뽐내던 새싹은 더 길어지는 햇빛만큼 더욱 짙은 초록이 된다.
완연한 봄의 기운이 조금씩 따사로워지는 햇살로 인해 밀려나고, 사랑스러운 연둣빛 잎은 더욱 탄력을 받아 마구 돋아난다. 바람에 햇살의 냄새가 짙어져 가는 요즘, 연둣빛은 점점 짙어지고 하루하루 색이 변해감을 보게 되었다. 가장 생명력이 넘치는 것은 옐로우그린의 새싹이었다면, 초록은 생명력을 흘러 넘치게 한다. 연둣빛이 짙어져가며 뿜어 내는 생명력을 보면, 나까지 활기차지는 것 같다. 그 생명력이 나까지 살아있음을 실감하게 만든다.
가장 '살아있다'라고 느낄 때가 언제쯤이었나 생각해 본다.
제일 좋아하는 무언가를 만나고, 행복함을 느꼈을 때이지 않을까.
처음 내가 꿈꾸던 일을 시작했을 때, 새로운 프로젝트를 내 힘을 해냈을 때, 성공의 기운을 느꼈을 때,
무언가 희망찬 것을 꿈꾸는 모습이 5월의 초록과 닮았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모든 것이 새로 돋아난 새싹처럼 신기하고 재밌었다. 내가 무언가 해낼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도 신기했다. 그러나 곧 경험부족으로 프로젝트를 크게 망칠뻔한 일도 있었고, 지금 내가 더 나아지고 있는 게 맞긴 한 건지 잘 모르겠는 때가 있었다. 그렇게 여기저기 거친 바람이 불어오고, 때로는 무서우리만치 쏟아지는 비도 맞아보고 처음으로 강한 햇살도 온몸으로 받아내 보며, 나는 경험이라는 거름을 바탕으로 짙어졌다.
그렇게 또 한 번의 어른이 되는 시간이 되었다.
사람들이 성숙함을 표현할 때 가을로 비유하는데, 나에겐 5월이 그렇다. 어린이에서 막 성장한 청년의 싱그러움을 가장 잘 표현한 계절이 아닐까 싶다. 생각해 보면 5월은 행사도 많고, 사람들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때이다. 어쩌면 초록의 생명력이 우리 사람에게까지 전달되어 기운차게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처음 태어난 연두색 잎은 심지도 굵지 않고 잎 자체도 투명하다. 그러나 계절변화에서 오는 풍경이 어느새 잎을 더 짙게, 그리고 반들반들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 잎은 웬만한 것에는 상처받지 않게 되었다.
모든 초록을 전부 흡수한듯한 짙은 초록색처럼, 생명력 넘치는 초록.
나의 초록을 짙게 물드는 이 시기가 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