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수는 아니지만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아름다운 나무
왕버들나무
남해로 들어가는 입구를 막 지나 도로를 따라 달리던 차 안에서, 유독 눈에 띄는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그 크기와 아름다움이 너무도 압도적이어서, 차를 돌려 나무를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크기가 어마어마하여 보호수일까 싶었는데, 아니었다. 그러나 보호수 못지않게 웅장하고 멋진 나무였다. 아마도 100년 정도는 거뜬히 넘지 않았을까?
예기치 못한 선물은 늘 반갑듯이, 이 예쁜 노란 나무가 나에게 그랬다. 여행 중 예상치 못하게 만난 이 아름다운 친구와의 만남은, 반가운 봄의 기운처럼 그렇게 나에게 행운을 불어넣어 주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무슨 나무인지 몰랐다. 여행이 끝나고 한동안에도 무슨 나무 몰랐다. 생소한 노란빛 잎이 황금처럼 반짝반짝 빚났는데, 꽃인지 잎인지도 구별이 잘 가지 않을 만큼 화려했다. 보호수를 찍기 막 시작한 때라 나무에 대해서 아예 모를 때 만났었던 친구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도 '이름 모를 예쁜 나무'로 소개하곤 했었다.
어느 정도 보호수 촬영을 좀 하게 되고, 돌아다니며 이제 보니 이 나무가 왕버들나무였구나,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그것도 왕버들나무. 강가에서 자라고, 4월 봄바람과 함께 꽃과 잎을 터트리는 왕버들나무. 그게 바로 여행의 시작 알리는 길목에 서있던 황금 같은 친구였다.
왕버들나무는 버들나무보다 한층 더 밝고 화려한 노란색을 자랑한다. 팽나무도 봄엔 노란빛을 띠는데, 버들나무는 그 이상의 노란색이었다. 개나리가 피어있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빼곡한 노란빛. 이 날을 이후로 나무의 노란빛이 가장 사랑하는 색이 되었다. 살짝 연둣빛을 머금은 노란색이 봄의 기운을 한가득 품고 있었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남해의 나무들은 다른 지역의 나무보다 더 구불구불한 느낌이다. 남해 바다의 거친 바닷바람과 강인한 생명력 사이에서 탄생한 고유의 모습이지 않을까. 보호수는 아니었지만, 거칫 바람 앞에 몸을 맡기며 자신의 자리에서 홀로 그 자리를 지켜온 나무. 여기서 나의 '나무여행'은 시작되었다. 이제 왕버들나무를 보면 항상 그 순간을 떠올리게 된다.
봄의 기운을 가득 담아 나에게 전해준 작은 선물. 봄 같은 설렘을 주었던 왕버들나무를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수종 : 왕버들나무
수령 : 알 수 없음
소재지 : 남해군 고현면 도마리 58
방문일시 2023. 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