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무 슮 Jan 24. 2024

나무이야기_ 옥천 보호수 해제 느티나무

 보호받지 못했던 보호수, 우영우 팽나무 이야기의 주인공




옥천 보호수 해제 느티나무


옥천의 보호수 3호였던 이 느티나무는, 1982년에 지정된 수령 600살의 나무였다. 나무가 있던 자리에 경부고속도로가 생기며 나무는 베어질 위기에 처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한 사람이 나무를 매입해 현 위치에 심었다고 한다. 그렇게 나무는 한번 죽었다. 가지가 다 잘려나가고 강한 생명력으로 다시 살아났다.


이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너무 안타까웠다. 드라마 우영우에 나왔던 팽나무 사건과 같은 실제 주인공은 사실 이 나무가 아니었을까.

이 세상에 이런 위기에 처해진 나무가 얼마나 많을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보호수로 지정이 되었다면 마땅히 보호해야 하는데, 보호되지 못하는 보호수가 정말 많은 것 같다.


옥천의 느티나무 이야기를 보고, 찾아가야겠다고 마음먹었었다. 그런데 문제는, 더 이상 보호수가 아니기에 소재지를 찾을 수 없었다. 처음 있었던 위치조차도 찾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꼭 만나고 싶어서 보호수를 해제요청하는 군의 공문까지 다 뒤져 보았다. 그렇게 겨우 찾아낸 한 문서. 보호수를 해제하며 어디 위치로 옮겨졌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마저도 사실 두 개의 공문이 위치가 달라서 둘 다 기록해 놓고 근처를 찾아다녔다.


그렇게 겨우 만나게 된 느티나무. 굵은 가지는 다 잘려 나갔고, 외과수술을 한 부분만이 보호수였던 흔적 보여주고 있었다. 푯말도, 주소도, 가지도 없지만, 그 어떤 나무보다도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나무.   

2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결국 다시 살아낸 나무의 생명력이 마치 기적 같았다.

굵은 가지가 잘린 곳에서는 무수한 잔가지가 자라났다. 그 가지를 타고 새로운 생명이 무수히 뻗어 나갔다.


그렇게 이 느티나무는 가장 오래되었지만, 가장 어린 나무가 되었다.

그런 나무의 모습이 마치 나에게 세상을 살아갈 지혜를 들려주는 동화 속 나무할머니 같았다.


아마도 나는 이 나무를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수종 : 느티나무

소재지 : 충북 옥천군 청성면 조천리 567



방문일시 2023.7.31


매거진의 이전글 나무이야기_옥천 보호수 능월리 느티나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