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에게 '하루를 살아갈 때 네가 가장 우선순위로 두는 것은 뭐야?'라고 물어본다면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깨어있는 것'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여기서 깨어있다는 것은, 잠에서 깨어있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깨어있는 것을 말한다. 의식적으로 깨어있을 때 나는 나의 생각, 감정, 느낌, 행동에서 한 걸음 떨어져 그것들을 관찰하고 알아차릴 수 있다.
”평소에도 그냥 깨어있는 것 아닌가요? 저도 제 생각과 감정이 어떤지 아는데요?"
단순히 내 생각과 감정을 아는 것과는 다르다. 평상시에 우리는 그냥 잠들어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인간 의식의 95%는 무의식이 지배한다. 이 말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생각과 행동, 느끼는 감정의 95%는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즉, 의식되지 않는다.
'의식적으로 깨어있다'는 말은, 나의 생각과 감정, 행동이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고 있음을 '알아차린다'는 뜻이다.
당신은 오늘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알아채지는 못했겠지만, 어제와 똑같은 느낌으로 일어났을 것이다. 스스로에 대한 너무나도 익숙한 느낌으로.
당신은 당신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디에 사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 장단점은 무엇인지, 부모님은 어떤 사람들인지, 요즘 걱정거리는 무엇인지, 무슨 음식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연애를 해왔고 어떤 상처가 있는지, 속속들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당신이 자신의 삶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것이 당신의 무의식에 저장되어 있고, 그것이 곧 당신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그 정체성 그대로 느끼면서 당신은 하루를 시작한다. 따라서 오늘 당신의 하루 또한 그동안 알아왔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당신은 항상 가던 길을 선택해 출근을 하고, 회사에서 만나는 사람들 얼굴을 보며 늘 그랬던 것처럼 똑같은 감정적 반응을 한다.
'오, 김 대리 출근했네. 이따가 같이 점심 먹자고 해야지. 박 사원은 오늘도 역시 늦는군. 성실하지가 않아. 이 부장과는 최대한 마주치지 말아야겠어. 꼴도 보기 싫으니까 말이야.'
당신은 김 대리는 좋아하고, 박 사원에 대해서는 불만이 있으며, 이 부장은 싫어한다. 그들이 당신에게 오늘 무슨 말이라도 했는가? 아직 그들과 말 한마디 섞지 않았다. 하지만 당신은 그들에 대한 특정한 감정을 갖고 있다.
이 감정들은 어디서 왔는가? 그 감정들은 당신 안에 있었다. 당신은 그저 '느껴지는 대로' 느끼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점심시간이 되었다. 당신은 제육볶음이 먹고 싶었는데 팀장이 순댓국을 먹으러 가자고 한다. 팀장과는 입맞이 안 맞아 점심시간마다 곤욕스럽다. 먹는 것도 내 마음대로 못 먹나. 내 뜻대로 되는 게 없다.
밥을 먹고 카페에 간다. 커피를 주문하는데 평소에 마음에 안 들던 직원 한 명이 오늘도 역시나 불친절하다. 아무래도 나를 만만하게 보는 것 같다. 당신은 무시당한다는 느낌에 기분이 나빠지고, 조만간 한 소리 해줘야겠다고 결심한다.
퇴근 직전, 이 부장은 당신에게 일거리를 던져주고 한 번 검토해 달라고 덧붙이며 쌩하니 나가버린다. 진작 줄 수는 없었던 걸까? 사람들이 왜 이렇게 다 이기적인지. 다들 제 멋대로구만. 짜증을 억누르고 야근을 한 뒤, 친구를 만나러 간다.
회사 사람들을 안주 삼아 한바탕 수다를 떨고 나니 조금 후련해진다. 친구도 힘들다고 하는 걸 보면 사람 사는 건 다 똑같구나 싶다. 돈 버는 게 원래 힘든 거지 뭐. 술을 마시니 좀 괜찮아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근데 술값을 또 내가 냈다. 이 인간은 매번 얻어먹기만 한다.
집으로 돌아오니 벌써 밤 10시. 올해부터 퇴근 후 무조건 1시간씩 운동하러 가기로 결심했었는데 오늘도 실패다. 이직을 위한 공부도 시작하려 했는데 내일로 미뤄야겠다.
갑자기 피곤이 몰려온다. 나는 왜 계획한 것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것인지. 스스로 실망스럽다. 당신은 찝찝한 마음으로 잠이 들고, 다음 날 아침, 어제와 똑같은 느낌으로 일어나서 똑같은 하루를 되풀이한다.
삶의 대부분이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 우리는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상황들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습관적인 반응을 하며 살아간다. 나의 '의식적인 선택'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내가 내 생각과 감정, 느낌, 행동을 의식적으로 선택할 수 없고,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자동적으로 끌려갈 수밖에 없다면, 잠들어있는 것과 뭐가 다른가? 술에 취한 상태와 뭐가 다른가?
이런 상황에서는, 변화가 있을 수 없다. 매일매일 똑같이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면서 어떻게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바랄 수 있는가?
변화를 위한다면 깨어있어야 한다. 나를 끌고 가는, 과거로부터 비롯된 무의식적인 에너지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정신을 차리고, 지금 이 순간 명료한 정신으로 있어야 한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리고 관찰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를 이끌어가야 한다.
의식적으로 중심을 잡고 있지 않으면, 당신은 언제든 과거의 에너지 속으로 빨려 들어가 또다시 습관적으로 반응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면, '이제 더 이상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선택을 하면 된다. 더 이상 예전의 당신처럼 같은 방식으로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된다.
당신은 어제 이 부장을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오늘도 그를 싫어하는 사람이어야 하는가? 당신은 어제 하루 동안 만났던 사람들에 대해 시종일관 비관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렇다고 오늘도 그래야 하는가? 당신은 어제 예민하고, 불평하고, 자책하는 사람이었다. 당신은 오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가?
원하지 않는다면, 멈추겠다고 결정하라.
이제 당신이 원하지 않던 감정의 찌꺼기들을 모두 버리고, 당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해 보라. 무의식적이고 습관적인 반응을 하는 당신을 발견할 때마다, 알아차리고, 다른 선택을 해보라.
지금까지 화를 냈던 상황에서, 그냥 웃어보라.
누군가에 대한 분노가 있었다면, 흘려보내라.
두려움에 망설였던 일이 있다면, 그냥 시작해 보라.
불평을 멈추고, 그저 감사함을 느껴보라.
쉽지 않겠지만 익숙하게 느껴지는 삶의 패턴을 깨려는 시도를 계속해야 한다. 실패하면 다시. 그리고 또다시.
항상 깨어있는 상태에서, 당신이 원하는 당신의 모습이 되어보라. 그게 '진짜' 당신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