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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프로 Jun 09. 2024

행복하게 잠드는 방법

남편은 베개에 머리를 대면 1분 안에 잠든다. 나는 몸이 많이 피곤한 날에만 금방 잠들고, 평소에는 누운 지 몇 분이 지나야 꿈나라에 간다.


눕자마자 바로 곯아떨어지는 남편이 부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몇 분 동안 노곤노곤하고 조용한 시간을 갖게 되는 게 은근히 좋다. 이 잠깐의 시간 동안 나는 내일 일정을 생각하거나, 이루고 싶은 것들을 상상하곤 한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스르륵.




며칠 전, 침대에 누워 남편과 다정하게 굿나잇 인사를 하고 평소처럼 잠을 청했다. 눈을 감고 내일 할 일을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일이 있어서 행복하다!'


내일이 있다. 내일이 있다. 내일이 있다...


잠을 자고 눈을 뜨면 또다시 하루가 시작된다는 안도감이 가슴속에 잔잔히 퍼졌다. 내일이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내일도 나는 남편과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웃을 수 있고,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고, 산책하며 햇볕을 쬘 수 있다. 내일이 온다는 게 참 좋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너무 당연하게 살아간다. 너무 당연해서 이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자주 잊는다. 삶에서 못마땅한 것들을 찾아내고 불평하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다. 어제처럼 오늘도, 오늘처럼 내일도. 그렇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하루를 계속 허비하느라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감탄할 겨를이 없다.


인간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삶'이다. 살면서 우리가 바라는 그 어떤 것도 '삶'과 비교할 수 없다. 삶은 그 모든 것이 가능하게 하는 터전이기에. 삶이 없으면 우리가 그렇게 원하는 돈도, 명예도, 사랑도, 건강도 다 의미가 없다. 그 무엇도 누릴 수 없을 테니까.


내가 울고 웃는 찬란한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삶이다.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매일 공짜로 주어지고 있는 이 순간들 말이다. 이보다 더 큰 선물이 있을까? 이보다 더 큰 축복이 있을까?


더 이상 내일이 설레지 않을 때, 영혼은 슬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영혼은 언제나 나에게 말하고 있다.


'삶보다 중요한 것은 없어. 그러니까 그냥 이 삶을 즐겨! 좀 더 가벼워져도 괜찮아."


영혼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며 나는 종종 방향을 바로잡는다. 다시 한번 정신을 번쩍 차린다. 그러면 내 앞에 닥친 힘든 일은 조금씩 작아져 하나의 티끌같은 경험이 되고, 나의 초점은 그 뒷배경에 고요하게 자리 잡은 삶에 맞춰진다. 그때서야 비로소 편안해지는 마음.


가만히 속으로 중얼거린다. '사는 게 참 좋아'라고. 상황이 마음에 안 들어도,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어도, 나의 부족한 점이 너무 많이 보여도, 내일도 오늘과 별 다를 바 없는 무료한 하루가 될 것 같아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는 게 참 좋다고.  




잠들기 전, 다시 한번 내일이 온다는 것에 마음속 깊이 감사해 본다. '나'라는 인생 드라마가 여전히 절찬리 방영 중이라니, 그저 감개무량할 뿐.


내일은 또 어떤 장면으로 내 인생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될지 설렌다.


.


.


.


설렌..ㄷ ㅏ... Z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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