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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프로 Jun 24. 2024

남편이 박수 친 오늘의 저녁 메뉴는요

두구두구두구두구

오늘은 남편이 기차를 타고 당일 출장을 가는 날이라 평소보다 두 시간이나 더 잘 수 있었다. 잠을 푹 자고 가면 좋으련만 남편은 게임을 하겠다며 중간에 벌떡 일어나 컴퓨터방으로 갔다. 월요일 아침부터 게임하고 출근하는 직장인이라니. 브라보.


나는 좀 더 자고 일어나서 비몽사몽인 채로 침대에서 뒹굴거리고 있었다. 그때, 남편이 건넌방에서 애교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오늘 저녁에는 뭐 해줄 거예요?" (갑자기 존댓말 상황극)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침부터 저녁 메뉴 묻지 마라... 나는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뜨리며 되물었다.


"왜요?"


"그냥 궁금해서요."


나는 남편을 약 올리기 위해 한참 뜸을 들이다 대답했다.


"음... 밥에다가 계란 후라이요."


"좋아요!"


쳇, 타격감 제로.


다행히도 남편은 뭘 차려줘도 좋다고 하며 잘 먹는다. 어제저녁엔 솥밥 느낌으로 '버섯밥'을 했는데 아주 반응이 좋았다. 간장 양념장을 만들어 버섯밥에 넣고 살짝 비벼 김에 싸 먹으니 내가 먹어도 맛있었다.


밥 양이 적어 보이지만 밥그릇이 아니라 국그릇이라 그런 겁니다 하하


물개박수 치는 남편을 보니 뿌듯 뿌듯. 인스타 레시피를 보고 만들었는데 성공적이었다.


기세를 이어 오늘은 '고등어 메밀소바' 만들기 도전. 소바집에서 고등어나 청어가 올라간 소바를 몇 번 먹어본 적이 있는데 맛있어서 나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쯔유를 사서 소바를 해먹은 적은 있지만 고등어를 올리는 건 처음이었다.


일단 먹기 편해야 하니 생선 가시 빼는 작업부터. 외과 의사가 된 기분으로 고등어의 속살을 더듬으며 박힌 가시를 하나씩 잡아 뺐다. 성가신 작업이었지만 맛있게 먹기 위해 인내심을 발휘했다.


가시 뺀 고등어를 굽고, 양념 소스에 살짝 졸이고, 메밀면을 삶고... 사이드 메뉴로는 요즘 핫한 지중해식 오이토마토 샐러드. 바쁘다, 바빠. 요리하랴, 핸드폰으로 레시피 확인하랴 1시간이 후딱 가버렸다.


드디어 완성! 과연 결과는...



.



.



.



예쁜 고등어 조각은 남편 소바 위에. 내 고등어는 부서졌...


일단 비주얼 합격. 남편 리액션이 폭발했다.


"대박이다. 진짜 맛있다. 미쳤다!!!"


어제에 이어 물개로 변신해 연신 감탄하며 먹는 남편의 모습을 보니 수고스러워도 고등어 소바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다행히 비리지 않고 고등어살도 부드럽고 맛있었다.


"거봐, 나도 할 때는 제대로 한다니까. 맛있게 먹어줘서 너무 좋다. 고마워!"


요새 어머님 반찬 찬스에 외식, 배달 찬스도 많이 써서 남편이 '날로 먹는 주부'라고 했는데 어제오늘 이미지 변신 제대로 했다. 엣헴!


서른 살까지 밥도 제대로 할 줄 몰랐던 요리 왕왕왕초보였던 내가 이제 레시피 보고 뚝딱뚝딱 만들어낼 수 있다니 감개무량하다. 물론 아직도 허둥지둥하는 초보지만.


내일은 또 뭘 해 먹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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