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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저너리 Oct 07. 2020

[에세이 121] 내일 죽게 된다면,

[줄리아의 크루 에세이] 내일 내가 죽는다면, 오늘 하고 싶은 일은

몽테뉴는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죽음이 주는 무서움에 가장 한심한 대응이다라고 했는데, 나는 사실 나의 죽음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아직 평균적인 죽음의 나이에 반도 다가가지 못했기 때문인지 주변에서도 그런 주제를 가지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눠 본 적이 없다. 죽음이라는 단어는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접하지는 않는다. 왠지 무거운 단어이기도 하고 천천히 생각해봐도 될 거라고 생각하고 미뤄두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 단어가 일상으로 들어오는 순간이 있다.


친한 친구였던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던 때, 친구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친구를 위로해줄 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낼 때. 평소에 죽음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못한 채 그 단어가 내 일상으로 들어왔을 때는 정말 정신 못 차리게 슬픔이 가득하다. 죽음을 지켜보는 순간에는 항상 이별이 있었기 때문에 죽음은 나에게 이별이라는 단어와도 가깝게 느껴졌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고민은 자주 했었지만, 나의 삶의 마지막 순간에 대해선 고민해볼 시간은 갖지 못했다.


예전에 읽었던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라는 책이 생각났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자살률이 OECD국중 상위권이며 전 세계적으로 출생률은 줄어들고 있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노인들은 노후를 보장받을 수 없다. 이러한 힘든 시기에 아침을 열 때 공동체와 나의 죽음을 생각해보라고 저자는 말한다.


죽음이 오는 중이라면 죽음과 대면해 놀라지 않을 수 있고, 죽음이 아직 오지 않는다면 남은 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보다 성심껏 선택할 수 있다. 또 정치인들이 말하는 가짜 희망에 농락당하지 않을 수 있다. 공포와 허무를 떨치기 위해 주변 사람들이 과장된 행동을 할 때, 상대적으로 침착할 수 있다. 그렇게 얻은 침착함으로 자신의 생과 이 공동체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가장 와 닿는 부분은  죽음이 아직 오지 않는 다면 남은 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신중히 선택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우리는 삶의 마지막을 생각하면서 지금 현재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고 소중히 보낼 수 있게 해 준다. 죽음은 우리에게 삶의 유한함을 느끼게 도와준다.



내일 내가 죽는다면,
 오늘 당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며 스티브 잡스의 연설문에서 공감하는 대목을 보게 되었다.

제가 곧 죽을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는 것은, 제가 인생에서 큰 결정들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준 가장 중요한 도구였습니다. 모든 외부의 기대들, 자부심, 좌절과 실패의 두려움, 그런 것들은 죽음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에, 진정으로 중요한 것만을 남기게 됩니다.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당신이 무엇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의 함정을 벗어나는 최고의 길입니다. 여러분은 이미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의 마음을 따라가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죽음 앞에서 나는 무엇을 후회하고 있을지, 누군가를 미워하고 불평하기도 하고 나의 환경에 대해 실망하고 감사하지 못했던 마음은 사라지고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좀 더 따뜻하고 사랑한다고 자주 이야기하지 못한 일들이 떠오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질문에서 처럼 나에게 정말 하루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식사를 하고 싶다.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 당신들 덕분에 내가 얼마나 행복했고 얼마나 가치 있는 사람들인지를 말해주고 싶다.


삶의 선택의 순간들에서, 삶이 너무 무겁고 힘들게 느껴질 때 나의 마지막에 대해 찬찬히 자주 생각해봐야겠다. 스스로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나에게 새로운 전환점과 한 발자국 뒤에서 나를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생길 거라는 생각이 든다.





다음 크루 자영님에게 던지는 질문이에요.

"죽음이 올 때 당신은 어디에 있고 싶나요?"







• 언제 가장 내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나요?

 [에세이 120] 사실 내가 거지같은거면 어떻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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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편안해지는 나만의 장소를 한 주 동안 찾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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