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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저너리 Nov 06. 2020

[에세이 124] 나부터 들여다보기

[미셸의 크루 에세이 14] 정말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어떻게?

정말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어떻게 친해질 수 있을까요?


오늘은 질문에 엉뚱한 답을 하는 글을 쓰고 싶다. 

오랜만에 다시 솔직한 회색 빛(?) 글이다.


정말 친해지고 싶은 사람은 요새 코로나 때문에 일단 사람 자체를 잘 안 만나서 없고,

어떻게 친해지는지는 이전 글에 https://brunch.co.kr/@visionary0115/64 썼었다.


오늘은 내 솔직한 내면을 드러내면서 가까운 사람들과 친해진 후에 '가깝게 유지하는(?)'에 가까운 글이다.



우선 나에게 친해진다는 것은 여러 개의 층위로 나뉘는 것 같다. 

1. 가벼운 이야기들을 하며 웃고 떠들 수 있는지로 주로 통하거나 유용한 정보들을 공유하고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지인 및 두루두루 친구 층위와 

2. 가뭄에 콩나듯 가끔 보더라도 마음의 햇살 같은 안식처를 찾고 나의 힘듦을 다 뒤집어 보이며 나누는, 손에 꼽는 짱친(?) 층위

3. 모지리 같은 면과 때로는 가장 악덕스러운 면도 보이며 서로를 떠나지는 않고 사랑하는 애증의 가족이나 남자 친구 층위가 있다.


헌데 마음 아프게도 다 어느 정도 마음의 거리가 있다. 너무 가까워지거나 내 개인 시간이 없어지는 것(?)은 싫다. (그러면서도 사실 내면 깊숙이는 엄청나게 더 가까워지고 싶고, 더 찐득하게 사랑 받고 싶은 마음이다 흠흠..)


그런 요상한 지킬&하이드 성향을 가진 자인데, 요즘은 마음도 몸도 힘들어졌다 보니 이 모든 관계가 다 뭔 의미란 말인가...!하며 '나 아무 것도 안 해 가마니만 있을래 뿌에엥' 혹은 '별 것도 아닌 일로 주변을 들쑤시는 활화산'이 되었었다. 


올해는 이런 시기 없이 지나려나 했는데 환절기마다 찾아오는 성장통인지, 요상꾸리한 감정에 고여 있게 되니 속이 많이 상했다. 감정에 사로 잡히는 것(?)은 쥐약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또 무언가 내 스스로 통제를 못하고 불확실한 안개 안에 있나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지난 주말 실행으로 옮겨버린 헤어짐까지 더해져 이번 한 주는 마음이 잔뜩 젖은 솜같이 보냈다. 여동생과는 퐁퐁 눈물 떨구며 새벽이 늦도록 이야기를 나누고, 오늘은 고등학교 절친을 불러냈다.


울고플 땐 울어야지 우째?!


그렇게 또 잠 못 드는 몇 주들을 끝마치며 몇 주만에 내 안을 들여다 보았다. 나는 또 괜찮으려고 했었구나. 내가 느끼기에 내 감정에 있어 정상의 범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다시금 그 궤도를 찾아야만 해'라고 약간은 강박적으로 생각했었구나 느꼈다. 그리고 그런 나의 상태를 인지하고, 슬픔이나 괴로움이나 속상함이나 안타까움이나 마주하려고 하지 않고 미루려고 했던 감정들을 다시 마주하기로 했다.


나는 요 한주 사실 아주 많이 슬프고 많이 괴롭다. 하지만 한동안은 여기 머물 생각이다. 누가 툭치면 와르르 눈물을 쏟을 것만 같은 마음이라면 그런 대로, 집에 돌아가면 돌아가자마자 침대에 누워 눈물을 적셨다면 적신 대로 실컷 슬퍼하고 괴로워할 생각이다.



정말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어떻게 친해질 수 있을까요?


내 오늘의 답변은 '내 마음을 내가 먼저 알아주고 들여다 보고 그 어떤 감정이든 소중하게 여기며 전달하기'다. 두려움이든 어려움이든 속상함이든 막막함이든.. 마주하지 않으면 아마 나는 그 여러 감정들을 피해 다니며 괴로운 줄도 모르고 계속 괴로워하며 사람들로부터 내 할일들로부터 계속계속 도망다니다가 결국 펑 터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도, 이제부터도 나를 위해서 그 감정들을 온전히 인정하고 온 몸으로 받아들이고 이름 붙이고 때로는 휩싸여 있기를, 그렇게 강하지 않고 약해지기를 선택하기로 했다. 벗어나지 못하면 어때. 정상의 범위로 다시 올라가지 못하면 어때. 내가 목표한 바에 내 감정 때문에 또 가닿지 못하게 되는 건가 좌절하면 어때. 그냥 다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의 이런 기복에 내 소중한 사람들이 괴로워할까, 그래서 나를 떠나게 될까 두려워했었는데 그래 그마저도 그러면 어때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내가 나한테,  내 감정에, 내 상태에, 내 마음에 솔직하지 않고 자꾸 무언가 덧 입히려 하면 나는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평생 다가갈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렇게 받는 사랑은 어떤 방식으로든 결국 다시 나를 괴롭힐 거다. 그러니 차라리 다시 있는 그대로 내 자신을 드러내면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살아갈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 출발은 내 감정 받아들이기다.


'어떻게 친해질 수 있을지' 혹은 '어떻게 하면 더 사랑 받을 수 있을지' 방법들을 끊임없이 갈구하며 나를 괴롭히기도 했는데, 에라이다. 모든 사람에게 통하는 방법은 없고, 터널 같을 때는 터널을 걸어야 한다. 그래서 '괜찮아지기'에 파업을 선포해본다. 나는 한동안은 안 괜찮을 거다. 그래도 괜찮을 거다. 그렇게 하늘하늘, 때로는 파르르 겁 먹고 힘들어하는 약한 나도 괜찮다고, 괜찮다고 보듬어주며..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기대기도 하며, 유약한 그모습 그대로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줘야 겠다.











다음 크루에게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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