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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막달라 마리아)

Gospel

by 커피탄 리

내 세상은 무너졌습니다. 건축자가 46년 동안 쌓아 올린 돌들이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졌을 뿐만 아니라, 하늘에서 벼락이 내려와 돌들을 쪼개고 가루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화려한 성전이 있던 자리는 이제 폐허가 되었습니다. 타조와 개, 고양이가 잔해 위로 돌아다녔고 싸늘하고 음산한 기운만이 그 주위로 가득했습니다. 모든 것을 잃은 내 마음은 어둠이었습니다. 어둠 속에선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심지어 바람도 불지 않았습니다. 나는 눈먼 자처럼 허공에 손과 발을 덧대고 덧댔습니다. 그래도 만져지는 것이 없었습니다. 아, 날 사랑해 주신 유일한 분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고 난 다음부터 말입니다.


그분은 이스라엘의 빛이셨습니다. 일곱 귀신 들렸던 나를 귀신에서 완전히 해방시켜 주셨던 거룩한 검이셨습니다. 그분으로 인해 내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일곱 귀신으로 인해, 말도 제대로 하지도 못했고, 몸도 제대로 보살피지 못했고, 온갖 죄와 상처에 사로잡혀 살았던 내 인생에는 새로운 장이 펼쳐졌습니다. 바로, 죄로부터 해방되고, 온 세상의 구주이신 메시아를 따르는 축복 말입니다. 때로는 길바닥에서, 때로는 엉망이 된 방에서 아무렇게나 누워 지내던 나는, 그분의 따스한 품에 쉬게 되었습니다. 그분의 혀에서 떨어지는 포도송이 같은 말씀이 저를 그렇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그분이 안 계십니다. 그분은 유대 지도자들과 선동당한 유대인들 그리고 로마 군정에 의해 무참히 도살당하셨습니다. 도살당한 어린양처럼, 죄인 중 최악의 죄인들을 처형하는 십자가에서 그리도 잔혹하게. 아, 그분은 돌아가셨습니다.


나는 눈물을 감추지 못한 채 예루살렘과 그분의 무덤 주위를 떠돌았습니다. 때는 이른 새벽이었고, 풀벌레가 고요히 우는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직 새벽 여명이 밝아오기 전이라 하늘은 어둡게 푸르스름했습니다. 그분을 매장한 무덤 주위는 옅은 안개에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나는 어둠을 더듬어가며 그분의 무덤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깊은 구멍 같은 것이 보였고, 길지 않은 시간 안에 나는 그것이 그분의 시신이 놓인 동굴 속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나는 화들짝 놀랐습니다. 무덤 입구의 무거운 돌이 굴려져 있던 것이었습니다. 나는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했을까요? 나는 빠르게 상황을 판단해야 했습니다. 누군가 시신을 도굴한 것이라고 짐작하고, 이 상황을 빨리 다른 이들에게 알려 그를 추적하자고 생각했습니다.


급하게 달려가 예루살렘의 제자들이 묵고 있던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시몬 베드로와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제자에게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나는 제자들과 함께 다시 새벽을 달렸습니다. 숨이 벅차올랐지만 그런 것은 제게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았습니다. 제자들은 무덤을 확인해 보러 무덤 속으로 들어갔고, 나는 무덤 밖에 서서 울기 시작했습니다. 제자들은 무덤을 확인해 보곤 시신이 없는 것을 확인하곤, 다시 제 곳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러나 나는 계속 울었습니다. 멀리서 동이 터 와서 사위가 밝아져 오고, 숲의 새들이 우는 지도 알지 못했습니다. 울다가, 울다가 나는 불현듯 무덤 속을 들여다봤습니다. 흰옷을 입은 남자 둘이 무덤에 앉아 있었는데, 그들의 옷은 너무 빛이 나서 멀리 있던 내 눈이 부실 정도였습니다. 한 남자는 주님의 시신이 놓여 있던 자리 머리맡에 앉아 있었고, 다른 한 남자는 발치에 있었습니다. 그들이 내게 말했습니다.


“여자여, 왜 우느냐?” 나는 대답했습니다. “누가 우리 주님을 가져갔습니다. 어디에 두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는 뒤를 돌아다보았습니다. 웬 남자가 서 있었는데, 나는 그를 동산 지기인 줄로 알았습니다. 그가 말했습니다. “여자여, 왜 울고 있느냐? 누구를 찾느냐?” 나는 그 동산 지기에게 대답했습니다. “여보세요, 당신이 그를 옮겨 놓았거든, 어디에다 두었는지를 내게 말해 주세요. 내가 그를 모셔 가겠습니다.”


“마리아야!” 그 말에, 나의 온몸에 전율이 흘렀습니다. 머릿속에 많은 생각들이 흘렀지만, 나는 단 한 가지 생각만을 붙잡았고, 그 말을 내뱉었습니다. “선생님!(라부니, 랍비)

아, 그분은 메시아, 내가 찾던 그리스도, 죽음에서 살아나신 나의 선생님이셨던 것입니다. 생전에 –이런 표현은 좋지 않지만 구분하기 위해 씁니다.- 많은 이들을 고치시고 죽었던 자까지도 살리셨던 그분이, 이제는 스스로 죽음에서 부활하신 것이었습니다. 내 무너졌던 성전은 일시에 회복되어 다시 그 웅장한 자태를 드러냈습니다. 어둠에 파묻혔던 내 눈과 마음은 다시 밝아져서 세상을 똑바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는 귀신에 들렸다가 해방되었던 그 순간 그때로 돌아간 것 같았습니다. 내 눈으로 주의 구원을 보았고 내 눈으로 빛을 보았습니다. 그 순간 주홍빛 햇빛이 나무들 사이에서 수백 갈래로 갈라져서 그분 뒤에 후광을 그렸습니다. 나는 말을 이을 수 없었습니다. 떨리는 손으로 그의 옷자락에 손을 데려고 했으나, 그분은 그것을 저지하셨습니다. 그분이 이어 말씀하셨습니다. “내게 손을 대지 말아라. 내가 아직 나의 아버지 곧 너희의 아버지, 나의 하나님 곧 너희의 하나님께로 올라간다고 말하여라.”


이 말을 들은 나는, 즉시 목자에게 순종하는 양처럼, 일어나서 제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제가 보고 들은 것을 증언했습니다.


-진한 글씨는 요한복음서 말씀을 인용한 것입니다.

-대부분의 줄기는 요한복음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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