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인 폭력이 난무하는 영화 속에서 해독제가 되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이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던 영화
*인생이라는 시
'패터슨'이란 작은 도시에 '패터슨'이 살고 있다. 그는 버스 운전을 하며 짬짬이 자신의 일상을 시로 적는다. 그의 반복되는 듯한 일상이 그를 통해 노트에 적히고, 그로 인해 한 편의 시가 된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일상’이라는 한 편의 시의 흐름 속에서 '시적 화자'로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반복되는 듯해도 하루하루 다른 운율로, 미묘하게 다른 감정들로.
‘패터슨’이라는 도시에 사는 ‘패터슨’을 영화의 주인공으로 만든 까닭도, 어쩌면 이런 이유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패터슨'시의 시적 화자로 '패터슨'을 선택한 거다. 그렇게 시적 화자 '패터슨'을 통해 그 도시의 순환이 비슷하면서도 순간순간마다 다른 아름다움이 있다며 알려주는 것만 같았다.
개인적인 취향으로, 잔잔한 일상의 모습들을 보여주는 것들이 좋았던 영화. 소소하면서도 다른, 누군가는 지루해할, 하지만 시를 품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눈치챌.
*딱 한 문장이 주는 여운
영화를 보든 음악을 듣든 추억을 되돌아보든, 유독 잊지 못하겠는 장면들이 있다. 그런 장면들은 곧 일상이라는 시 속에서 반복되는 시어의 새로움이 된다.
나는 이것의 한 예로, 영화 '어바웃 타임'을 들고 싶다. '어바웃 타임'에서 주인공 팀은 시간여행자로 살아간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시간으로 되돌아갈 수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바꾸고 싶지 않은 다른 것들까지 바뀌어버려 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수많은 순간들의 연속 안에서 우리에게 바꾸고 싶지 않은, 남기고 싶은 과거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러한 과거가 미래에도 계속되었으면 하는... 어쩌면 이런 것들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건 아닐까?
그렇게 장면들이 문장이 되어 우리의 마음에 남는다. 진한 여운을 남긴 채.
*타인을 발견하다
작년 학과 관련 실습을 가게 되었을 때, 정말 좋은 선생님 한 분을 만났다. 같이 일하며 서로 시너지를 얻는다는 게 이런 걸까 싶은 만큼의 사람이었다. 그분과 대화를 하며, 그 대화 속에서 내가 눈치채지 못한 것들을 마주했다. 내가 간과하고 있던 사실들이 너무도 새롭게 눈앞에 나타나니 기분이 좋은 나머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상치 못한 언어를 만나고 예상치 못하게 꽂혀버렸다.'며 그날의 일기장을 채웠더랬다.
그분이 내게 준 한 문장은, 하루 종일 생각해도 모자란 생각이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을까싶을 정도로 내 삶의 반복 속에 특별함을 줬다. 그 문장들은 여전히 곁가지를 달아 뻗어나가고 있다.
Would you rather be a fish?
그때 떠올랐던 게 패터슨의 마지막 시였다. 딱 한 줄, 그 한 줄이 내게 주는 것은 하나 그 이상이며 반복 속의 특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