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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YOND DEVELOPMENT Jan 01. 2023

국제개발협력, 노동의 사회적 가치

국제개발협력의 사회적 가치 인정받기

2022년 하반기, 흥미로워 보이는 워크숍 시리즈가 진행되었습니다. 발전대안 피다의 주체로 진행된 '국제개발협력 노동 이슈 솔루션 그룹(노.이.솔.그)' 워크숍 시리즈인데요. 이 워크숍은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국제개발협력 활동가들의 생태계는 과연 지속가능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여러 활동가들이 모여 함께 고민하고 의견을 나누며 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워크숍에 참여자로 참석하진 못했지만 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워크숍의 주제와 목적에 크게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활동 후기들이 공유될 때마다 글을 읽으며 워크숍 진행상황과 내용들을 팔로우업해 왔는데요.


약 5개월 간 진행되었고 지난 12월 9일의 결과 공유 포럼으로 우선 마무리가 된 워크숍. 단기적인 워크숍 진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본 워크숍의 연장선이 되는 활동들이 계획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논의와 실천의 자리를 만들어 주신 발전대안 피다와 여러 관계자, 또 직접 참석하여 동료들을 대표하여 여러 의견을 공유하고 정리해 주신 참석자 분들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노.이.솔.그 이야기 1호 by 김치앤칩스

노.이.솔.그 이야기 2호 by 김치앤칩스

노.이.솔.그 이야기 3호 by 김치앤칩스

노.이.솔.그 이야기 4호 by 김치앤칩스

노.이.솔.그 이야기 5호 by 김치앤칩스

노.이.솔.그 이야기 또다른 시작호 by 김치앤칩스

웹진 피움 by 발전대안 피다



노.이.솔.그의 워크숍 진행 내용과 입장문, 그리고 결과 자료집을 보면서 정말 많은 부분에서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본 워크숍에 직접 참여를 하지는 못했지만 워크숍의 목적과 내용에 깊이 공감하는 동료로서, 보다 본질적인 고민을 이 글을 통해 나눠 보고 싶습니다.


노.이.솔.그에서는 2023-2025년 동안 우선적으로 집중해야 하는 이슈를 세가지로 정리하고 이에 대한 실천가능한 솔루션과 이행계획을 수립하였는데요.

출처: 노.이.솔.그 참가자 입장문(https://bit.ly/3G1TIdj)


개인적으로 이 세가지 이슈, 특히 첫번째 이슈의 밑바탕에는 더 본질적인 고민거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국제개발협력은 무엇을 하는 분야인가, 종사자들이 우리가 하는 일의 가치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입니다.


노동자의 권리에는 보장되어야 하는 여러 영역들이 있지만, 그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적정 임금의 보장입니다. 그렇다면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적정 임금은 어느 수준일지는 어떻게 합의할 수 있을까요. 국제개발협력 활동가들은 어느 정도 수준의 임금과 처우를 요구해야 하는 것일까요.



국제개발협력 분야는 시장 논리에 따라 움직이고 결정되는 영리의 영역과는 다르기 때문에 적정 임금에 대한 합의가 매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국제개발협력 종사자로서, 이 부분에서 개인적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국제개발협력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입니다.


'사회적 가치'가 우리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임은 이미 오래 전부터 국내외에서 강조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속가능한 발전목표(SDGs)에 들어서면서, 경제적 요소 뿐만 아니라 사회·환경적 요소도 우리가 함께 보호하고 발전시켜 가야 하는 가치라는 것에 국제사회 구성원들이 더욱 의견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에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공유가치창출(CSV), 환경·사회·기업지배구조(ESG) 등이 계속해서 강조되면서 '사회적 가치'는 우리 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더 나아가 소셜벤처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가치를 보다 적극적으로 창출하는 기업들에 대한 관심과 집중도도 더욱 높아졌습니다. 임팩트 투자와 같이 이러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투자하고자 하는 흐름도 더욱 커져가고 있는 것 같구요.


국내 국제개발협력계의 KOICA도 CTS, IBS와 같은 별도의 트랙을 운영하며, 개발도상국에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들을 지원하는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과 필요에 대해서는 점차 그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개발협력 분야는 어떠할까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듯이 국제개발협력은 사회적 가치 창출을 가장 근본적인 목적으로 삼고 있는 분야입니다. 개발도상국에 거주하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그들의 사회경제적 권리를 보장하고 더 나은 삶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활동들을 하는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참 아이러니하게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가치 창출에는 점점 많은 관심과 주목이 가고 있는데에 반해, 본래부터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존재하며 일하고 있는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기관들과 노동자들에게는 그만한 관심이 주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 분야에 속해 있으면서 가장 아쉬운 부분입니다.


대중들이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노동이 아닌 봉사로 인식하는 것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국제개발협력 활동이 창출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에 대해 여전히 인지를 하고 있지 못하거나 그 가치를 충분히 높게 평가하고 있지 않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요.


때문에 우리가 하는 일이 단순 봉사가 아닌 노동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은 물론, 우리가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에 대해 보다 정확하고 명확하게 전달하고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단지 개발도상국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밥먹이고 학교보내는 수준의 자선이 아닌, 대상이 되는 지역사회와 참여자들의 사회경제적 권리 증진 등을 위해 사회의 여러 구조를 개선하고 서비스 전달을 대신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더욱 강조하고 분명히 알려야 합니다. 어떤 전문성으로, 어떠한 전문적인 일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떠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지에 대해 더욱 깊이있게 대중들, 다양한 전문가들과 소통해야 합니다.



노동자로서의 권리 그 이상으로, 현재보다 더 높은 수준의 임금을 받을 만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알려지길 바랍니다. 그 방법으로는 다양한 것들이 있겠지만, 우리의 일을 보다 깊이있고 전문적으로 다루는 콘텐츠들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국제개발협력 활동의 단기 성과들만을 가능한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는 블로그나 소식지 수준이 아닌, 보다 구체적이고 심도있게 국제개발협력 활동의 진행내용, 단기 성과와 그 영향들까지 다룰 수 있는 수준의 자료들이 지속적으로 쌓여 가야 합니다.


또한, 우리가 만들어 내는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고 평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과 실행 역시 필요합니다. 영리 분야에서도 사회적 가치/소셜 임팩트 등을 정의하고 측정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활발해 지는 지금,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도 더욱 적극적이고 실행력있는 모습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물들은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책무성 증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고 정당한 평가와 보상을 받기 위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여러 전문적인 과정을 거쳐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근거자료가 되는 것이지요.


대부분의 기관에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수행하는 것 만으로도 재정과 인력이 부족한 현실이지만, 누군가는 먼저 지원하고 누군가는 먼저 적극적으로 실행해야 하는 일들입니다.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함과 동시에, 우리가 하는 일의 가치를 측정하고 표현하고 알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희망합니다.



또한, 국제개발협력을 정의하고 표현하는 일에 대해서도 잠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평상 시에도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일을 설명할 때,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참 쉽지 않은 경우들이 많습니다. 워낙 광범위하고 다양한 활동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돕고 지원하는 일에서부터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사회를 만든다는 등, 우리의 일을 알리는 표현 또한 매우 넓고 다양합니다. 정말 다양하고 많은 수식어들이 붙기도 합니다. 반면, 영리 분야에서는 정말 다양한 영역과 활동이 존재함에도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매우 명료한 표현으로 그들의 방향성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국제개발협력 분야도 마찬가지로, 다양하고 광범위한 활동들을 아우를 수 있는 하나의 지향점에 대한 명료한 표현이 필요합니다. 국제개발협력의 정의를 보다 통일되고 명료한 표현으로 세워가는 일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속가능한 발전목표(SDGs)가 제시되어져 있고, 국제개발협력 분야는 SDGs 달성을 누구보다도 그 최우선 과제와 목표로 생각하는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각기 다른 지역에서 다른 활동을 진행하고 있지만, 국제개발협력이라는 틀 안에서 같은 지향점을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이 보다 명확하게 표현되어야 합니다.



국제개발협력 분야 노동 이슈는 노동권 보장 그 밑바탕에 자리한 노동의 가치에 대한 문제입니다. 다른 직군들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더 가치있는 일을 하고 있다 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사회적 가치에 대한 사회와 대중들의 인지도와 이해는 점점 깊어지는 만큼, 사회적 가치 창출에 앞장 서고 있는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일하는 우리의 노동 가치 역시 정당하게 인정받고 보상받고 싶을 뿐입니다. 자본주의 사회라고 할지라도 경제적 가치만을 좇아서는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지속될 수 없음을 더욱 많은 이들이 인식해 가는 지금, 국가·인종·성별과 관계없이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일하는 국제개발협력의 가치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지금까지도 그랬던 것처럼 이 가치를 인정받는 일은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다 하더라도 그 한계는 분명히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사회적 가치 창출의 활동이 우리 사회에서 더욱 활발해 지고 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영역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분야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 개선은 계속해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더욱 많은 이들이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고민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노.이.솔.그의 활동과 결과는 국제개발협력 분야 종사자들에게 너무도 반갑고 힘이 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노.이.솔.그 활동을 통해 국제개발협력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넘어서서, 이 분야의 가치가 더욱 알려지고 인정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더 많은 동료들이 공감하고 참여할, 후속 활동들을 기대하며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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