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능력자들 이야기 3
사람들이 저를 신사동의 성녀라고 부릅니다.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습니다. 속으로는 똥녀라고 부를 겁니다. 그건 확실하지요. 지나쳐 가면서 고개를 돌리며 나를 감상하는 사람들이 나와 엮이지만 않는다면 성녀라고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 얕은 시각으로 인생을 허비하는 사람들이 많지요. 흔하지 않은 몸매를 감상하세요. 배우처럼 생긴 얼굴에 잠시 감전되세요. 하이힐을 신고 걸으면 웬만한 남자들은 제 머릿결을 보지요. 저는 신체적으로 완전히 잘났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껏 내내 움츠러든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어째서 사람들에게 코가 있는 것일까요? 인간은 동물도 아닌데 굳이 후각이 있을 필요는 없잖아요? 언제쯤 우리는 후각 없는 종으로 진화할 수 있을까요? 인간은 아직도 코가 있고 후각이 있다는 것, 이것이 이번 생에 내게 내린 형벌입니다.
저는 남들이 모르는 능력이 있습니다. 몇 가지 제한이 있지만 타인의 머릿속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은밀하게 텔레파시를 보낼 수도 있고, 전화나 메일로 서로 연결되는 순간 그때 상대방의 생각을 알 수 있습니다. 문자로 표현된 생각이 아닌, 그런 표현을 할 때의 속마음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이러고 보면 엄청 대단해 보이겠지요. 저는 엄청 쓸모 있는 여자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내게는 천형이에요. 제 능력이 발현될 때 제 주위에서 아니면 나와 연결되는 상대방의 주위에서 냄새가 풍겨납니다. 그게 샤넬 넘버 5였으면 완벽했을 텐데요.
아, 더러운 냄새가 납니다.
차라리 무슨 냄새인지 바로 알 수 있는 지독한 자연의 냄새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면 사람들이 내 존재를 알아채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이 기분 나쁜 냄새는 자연의 냄새가 아니라 인공적으로 합성한 그런 냄새입니다. 비린내, 구린내, 똥내가 혼합된, 그런 인공향. 독은 아닙니다. 하지만 욕이 나옵니다.
일단 그 냄새를 제가 맡아야 합니다. 그 냄새가 나한테서 풍겨난다는 것을 들켰을 때 그 비참함을 누가 알까요? 누군가와 통화만 해도, 제 주위에서 그리고 저와 전화통화한 사람 주위에서 그 냄새가 퍼집니다. 저와 몇 번이고 통화해 본 적이 있는 사람에게 저는 똥녀로 기억되는 거지요. 저는 친구가 별로 없습니다. 똥녀로 놀림받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코가 없는 사람이라면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비참한 기분에 겨우 인생을 살아가다가 그이를 만났습니다. 사람들은 내가 그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모릅니다. 그이가 있기 때문에 내가 존재합니다. 그래요 그이의 외모는 형편없습니다. 키가 작고 뚱뚱하며 그다지 잘 생긴 얼굴도 아닙니다. 부자도 아니고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아, 특별한 능력이 있지요. 그 능력이 나를 아름답게 만들고 나를 도도하게 합니다.
신사동 맥도널드에서 도산대로를 바라보며 상하이버거를 먹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아차, 휴대폰 방해금지모드를 한다는 것을 깜빡 까먹었습니다. 광고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아, 그때 찾아오는 익숙한 절망감. 앗? 그런데 냄새가 발생했다가 갑자기 사라지더니 은은한 꽃냄새가 나는 것입니다. 쟈스민향과 장미향이 섞은 그런 꽃냄새였습니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요. 저한테는 똥냄새가 아니라 이런 꽃향기가 어울립니다. 저는 너무 당황스럽고 너무 기뻤습니다. 제가 저주에서 벗어난 것은 아닌지 그래서 나의 새 삶을 이곳 맥도널드에서 찾은 건 아닌지 확인하고 싶어졌습니다.
매장 안의 사람들을 둘러 보면서 한 명씩 텔레파시를 보내 봅니다. ‘아이리스, 쟈스민, 로즈, 뮤게.’ 그러면 똥냄새가 내쪽과 그쪽에서 퍼질 겁니다. 먼저 3인 가족 테이블로 보내봤습니다. 예의 그 구린내가 나타다가나 사라졌습니다. 그 세 명이 햄버거를 먹다 말고 서로 눈을 마주치면서 “어, 이상한 냄새가 나?”, “어? 누가 향수 뿌렸나?” 하면서 주위를 둘러보는 것입니다. 저는 여전히 똥녀입니다. 그런데 누군가의 간섭에 의해 냄새가 바뀐 게 틀림없습니다. 나는 그 누군가를 찾아야 했습니다. 이렇게 테이블마다 텔레파시를 보냈습니다. 구석진 곳에 빅맥을 먹고 있는 뚱뚱이 남자 차례입니다.
‘아이리스, 쟈스민, 로즈, 뮤게.’
그 남자의 머릿속에서 이런 말이 들립니다. ‘이게 도대체 몇 번째야. 맛있게 먹고 있는데 짜증나게. 어디에서 냄새가 나는 거지? 냄새를 다른 걸로 바꿔볼까?’ 그랬더니 갑자기 꽃향기가 라벤더로 바뀌었습니다.
저 남자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