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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디정 Dec 16. 2022

행복의 문제

어째서 꼰대들의 조언이 안 들리는지

논리 얘기를 계속 해보자.
가장 기초적인 논리 단계는
집합에 대한 통찰이다.



똑똑하신 분들의 조언이 이상하게도 듣기 싫은 경우가 있다. 맞는 말씀이지만 어쩐지 설득력이 없다.


집합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여기 두 개의 집합이 있다. 집합 A는 집합 B에 속해 있고, 그러므로 집합 B의 부분집합이다. 부분집합의 논리 관계로 사례를 풀어 본다.


A: 경제적 행복

B: 행복 일반


손오공: 집합 A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사오정: 집합 B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당신은 손오공의 얘기를 경청하고 있는 중이다.


집합 A에는 더 많은 이익, 소득, 재산, 소비, 투자, 직장, 여가, 성공 등의 원소로 갖는다. 사람들이 모여 경제적 행복에 관해 대화한다. 무엇이 좋은 직장을 얻는 방법일까?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 사람들은 성공하는 방법이나 지혜를 말하고 경청한다. 크게 성공한 CEO 손오공이 자신의 성공담을 사람들에게 전한다. 담화에 참여한 사람들의 관심이 손오공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한다. 이들에 대한 논리적 규정은 ‘집합 A에 속해 있음’이다. 그런데 사오정 선생이 경제적 행복은 진정한 행복이 아니라면서 정신적인 행복이라든지, 관계의 행복이나 마음의 행복 같은 다른 행복을 말하며 이런 담화에 참여한다. 사오정의 머릿속에는 집합 B라는 더 큰 집합이 있다.


이처럼 사람들의 관심사가 집합 A에 있고, 사오정의 이야기는 집합 B에 속해 있다면, 이런 상황에서 사오정의 이야기는 — 집합 A의 머릿속에서는 — 비논리적이다. 사오정은 사람들을 한탄하면서 삶의 진정한 가치를 말하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집합 A보다 더 큰 집합 B에 속해 있음이 가정된다. 그러나 집합 A에 관심을 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집합 B가 부각되지 않는다. 그들이 보기로 사오정의 말씀은 그저 집합 C에 속해 있는 것이다(정신적 행복 집합). 그러므로 사오정은 이 담화의 논점에서 벗어났다. 집합 C가 사람들의 머릿속에 나타나는 순간(대체로 암묵적으로 나타난다), 사오정의 목소리는 집합 A에서 들리지 않게 된다. 교집합이 없는 논점 밖 이야기일 뿐이다.


사오정의 말씀이 옳고 바람직하다고 해도, 담화는 집합 A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집합 B는 어떤 조건을 추가적으로 만족해야만(예컨대 경제적인 행복을 동반하는 조건) 집합 A의 원소가 된다. 이처럼 논리적으로 전체집합은 부분집합에 함부로 개입하지 못한다. 그걸 수리논리에서는 <필요조건>이라 부른다. 거꾸로 집합 A에 속해 있기만 해도 집합 B에 포함된다. 그걸 <충분조건>이라 부른다. 그래서 경제적 행복이 사람들에게 더 설득력이 있는 이유는 그것만으로도 행복 일반을 논리적으로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위의 예에서 전체집합의 크기를 강조하려는 사오정 선생의 논리력은 경제적 행복이라는 더 작은 크기의 부분집합에서는 통하지 않는 것이다. 사오정이 자신의 논리력을 향상시키고자 한다면, 자신의 머리로는 안 된다. 사람들의 관심이 집합 A에서 벗어나 집합 B로 향하거나, 정신적 행복의 집합인 집합 C로 이동해야 한다, 그런 논리적 상황이 있어야 비로소 설득력이 생긴다.


이런 논리 문제는 일반론과 개별론이 충돌할 때 항상 나타난다. 개별론이 부분집합에 관하고, 일반론이 전체집합에 관하며, 부분집합은 전체집합에 포함됨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개별론 입장을 택한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일반론에 입각한 의견, 충고, 비판을 전체집합이 아닌 그저 ‘집합 C’로 여긴다는 것. 그래서 올바르고 멋진 생각들이 비논리적인 모습으로 정처없이 떠도는 것이다.


논리 교훈:
똑똑한 바보가 있다.
공통된 관심사를 규정하는 집합 안에서 사람들이 대화하고 있는데
당신이 그런 집합보다 더 큰 집합에 속한 얘기를 꺼내 놓으면,
설령 당신이 옳다 하더라도
 ‘그 대화’ 속에서 당신은 비논리적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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