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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디정 Dec 16. 2022

삶의 작은 기적을 여러분께

쌓인 눈에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삶의 작은 기적을 여러분께.


수요일 이른 아침, 

작은 형이 뇌출혈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왼쪽이 마미되었고 말을 못한다. 긴급히 수술에 들어간다. 내 마음에 어둠이 무겁게 내려앉는다. 


엎친 데 덮친다고 하나, 아내가 몸이 안 좋다는 것이다. 마스크 쓰고 병원에 갔다. 코로나 확진. 정신이 없네. 내 몸의 모든 면역 세포에게 명령을 내렸다. 일하라고. 나는 지금 감염될 상황이 아니다.


아이들을 모두 케어한 후 하루를 정리하면서 그날 밤, 오늘날 모든 일이 뜻대로 되는 일이 별로 없다는 생각에 우울감이 들었다. 하지만 속상한 일이 많아도 나는 철들었고, 어둡게 반응하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어찌해 볼 수 없는 일은 내가 어쩔 수 없다. 옛날에는 나쁜 감정에 쉽게 휩싸이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하늘을 탓하지 않는다.


불현듯 드는 생각이 있었다. 

큰소리로 딸의 이름을 불렀다. 


- 왜?

- 아빠, 찬송가 부를 테니까 너도 따라 불러! 


딸은 어이 없는 모습으로 아빠를 본다. 


- 뭘? 모르는데 내가 어떻게 따라해! 

- 잔말 말고 따라 불러! 


그리고 나는 찬송가를 불렀다.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 ~ 내 일생 소원은 주 찬송 하면서 주께 더 나가길 원합니다. 


몇 번이고 찬송가를 불렀다.


어제 저녁, 청주 성모병원에서 소식이 왔다. 

수술이 잘 끝났고 기적처럼 회복되었다는 연락. 작은형에게 전화를 걸어 목소리를 들었다. 좋네. 


아내를 위해 고기를 굽고, 아이들을 하나씩 케어하고. 그렇게 또 하루를 마감했다. 고맙다. 쌓인 눈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여러분에게도 삶의 기적이 찾아오기를.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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