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인 눈에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삶의 작은 기적을 여러분께.
수요일 이른 아침,
작은 형이 뇌출혈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왼쪽이 마미되었고 말을 못한다. 긴급히 수술에 들어간다. 내 마음에 어둠이 무겁게 내려앉는다.
엎친 데 덮친다고 하나, 아내가 몸이 안 좋다는 것이다. 마스크 쓰고 병원에 갔다. 코로나 확진. 정신이 없네. 내 몸의 모든 면역 세포에게 명령을 내렸다. 일하라고. 나는 지금 감염될 상황이 아니다.
아이들을 모두 케어한 후 하루를 정리하면서 그날 밤, 오늘날 모든 일이 뜻대로 되는 일이 별로 없다는 생각에 우울감이 들었다. 하지만 속상한 일이 많아도 나는 철들었고, 어둡게 반응하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어찌해 볼 수 없는 일은 내가 어쩔 수 없다. 옛날에는 나쁜 감정에 쉽게 휩싸이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하늘을 탓하지 않는다.
불현듯 드는 생각이 있었다.
큰소리로 딸의 이름을 불렀다.
- 왜?
- 아빠, 찬송가 부를 테니까 너도 따라 불러!
딸은 어이 없는 모습으로 아빠를 본다.
- 뭘? 모르는데 내가 어떻게 따라해!
- 잔말 말고 따라 불러!
그리고 나는 찬송가를 불렀다.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 ~ 내 일생 소원은 주 찬송 하면서 주께 더 나가길 원합니다.
몇 번이고 찬송가를 불렀다.
어제 저녁, 청주 성모병원에서 소식이 왔다.
수술이 잘 끝났고 기적처럼 회복되었다는 연락. 작은형에게 전화를 걸어 목소리를 들었다. 좋네.
아내를 위해 고기를 굽고, 아이들을 하나씩 케어하고. 그렇게 또 하루를 마감했다. 고맙다. 쌓인 눈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여러분에게도 삶의 기적이 찾아오기를.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