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마음산책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누 Jan 24. 2021

풀꽃으로 전하는 환대

『연남천 풀다발』, 전소영

모든 것은 가을로부터 시작되었다.    

깃털처럼 가벼운 것들이

조금씩 조금씩

세상을 실어 나른다.    

씨앗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땅,

버려진 화분,

아스팔트 틈새에서 몸을 웅크리고 다음 해를 기다린다.    

그 곁에 구부려 앉아 보내는 응원.

툭, 힘을 내.

전소영, 『연남천 풀다발』 중에서


『연남천 풀다발』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연남천에 살고 있는 풀꽃을 자세히 관찰해서 쓴 책이다. 꾸밈없는 그림과 음미하고 싶은 글을 마주 대하고 있으니 편안하다. 단어 하나하나가 주는 긴 울림이 꼭 시를 읽는 것만 같다.

페이지를 넘기면 계절마다 볼 수 있는 풀과 꽃, 그리고 열매가 등장한다. 이들은 살아온 모습 그대로 우리를 반기며 다정하게 말을 건다. 가만히 들어볼까? 어떤 이야기인지.

모든 것은 가을에서부터 시작된다. 가을이 되면 풀은 자신의 씨앗을 세상에 내보낸다. 그것은 가장 아름다운 일이며 철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삶을 이어간다. 땅에 떨어진 씨앗이 머리를 내밀어 해를 보는 일, 꽃이 피고 지는 일, 겨울을 준비하는 일, 다시 봄을 맞이하는 일, 뿌리를 내리고 싹을 피우는 일, 나날이 키가 자라고 꽃을 피우는 일, 여름을 지나며 열매를 맺는 일, 그리고 다시 성숙하게 가을을 맞이하는 일.

자연의 흐름에 따라 순응하며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내는 풀의 이야기는 우리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도 살면서 수없이 봄, 여름, 가을, 겨울 같은 삶을 만나지 않는가. 어느 시절에 있든 그 삶을 응원하며 격려하는 작가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린다. 화려한 꽃이 없어도, 큼직한 열매를 맺지 못해도 절대 사라지지 않는 아름다움이 있으니 그 진실된 아름다움으로 삶을 가득 채우길 바란다는 메시지가 마음을 어루만진다.

각각의 아름다움이 함께 어우러진 풀다발 같은 우리. 그림책으로 우리는 무엇을 만나며 배우게 될까? 풀이 씨앗을 가볍게 퍼뜨리는 것처럼 우리 마음속에 씨앗 하나 품고 가볍게 발걸음을 옮긴다.    

     


수업 목표

 우리 주변에 있는 풀과 꽃과 열매를 언제 봤는지 기억을 떠올려보면 흐릿하다. 그런 것들은 사소한 것이고 관심 없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과 이 책을 읽고 싶다. 책을 함께 읽으며 계절에 따라 피고 지는 작지만 소중한 것들에 대한 의미를 발견하기를 바란다. 더불어 나를 둘러싼 자연의 아름다움과 자연이 알려주는 삶의 비밀을 만났으면 좋겠다.


1. 마음에 드는 장면 골라 글쓰기

이제 본격적으로 그림책 수업을 진행할 차례.

페이지마다 다양한 색깔과 모양을 한 풀꽃이 그려져 있고 이에 어울리는 글이 있다. 그림책을 읽기 전에 글은 포스트잇으로 가린다. 그림만 훑어보기 위해서다. 처음부터 끝까지 넘겨 가며 그동안 스쳐 지나갔을 법한 이름 모를 풀과 꽃과 열매를 눈여겨본다.

우리 주변에 이런 것들이 언제 피어 있었지? 책을 읽기 전에 이들과 먼저 만나보고 싶었다. 그 아름다움에 몰입하고 싶었다.

아이들은 길을 걷다 우연히 봤을 풀꽃을 떠올리며 각자 마음에 드는 장면을 하나씩 골랐다. 그리고 떠오르는 생각을 그림과 잘 어울리게 포스트잇에 적는다. 자기 이야기를 쓰는 것이다. 순간 왁자지껄했던 분위기는 쏙 사라지고 다들 뭔가 적기 시작했다.

이제 다 쓴 글을 돌아가며 읽는다.

감탄과 호응과 부끄러움과 미소들.     


2. 마음에 드는 문장 고르고 나뭇잎 가랜드 만들기

두 번째 활동으로 그림책을 천천히 읽었다. 그리고 작가가 쓴 글에서 마음에 드는 문장을 골랐다. 글은 가을을 시작으로 다시 가을을 만날 때까지 풀꽃의 삶을 이야기한다. 또 자연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삶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글에서 삶을 아름답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얻을 수 있다. 짧지만 따스한 글을 고르며 마음에 담아두었으면 좋겠다.

가랜드 만들기는 벽이나 천장에 매달아 실내를 장식하는 용도로 쓰인다. 우리는 종이에 글을 써서 그것을 엮어 가랜드로 만들었다. 읽은 책과 어울리게 나뭇잎 모양으로 오린 색종이에 글을 정성껏 적었다. 꽃과 풀 그림을 그려 꾸미기도 했다. 각각의 종이는 끈으로 엮으면 예쁜 작품이 된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있는 공간에 걸어놓으면 끝.

가랜드가 상상했던 것보다 예쁘다. 나뭇잎 한 장 한 장이 만들어낸 멋진 결과물!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행복한 이유, 감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