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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seongi Kim Dec 31. 2018

그리운 S

S는 임파선 암중 드문, 균상식육종(mycosis fungoides) 환자였다. 완화의학을 위해 간 호스피스에서 S는 가장 나이가 어렸고, 오래 있었다. 내가 오기 전 많은 선생님들이 그를 알고 있었고, 장기간 입원이 큰 어려움이 없게 호스피스에서는 배려를 해주었다(대부분의 호스피스에서는 내원 기간이 수달을 넘기면 재정적인 면때문에 다른 기관으로 전원 하거나 집으로 돌려보낸 뒤 악화되면 다시 오게 한다)

처음 본 S를 아직까지 기억한다.
통통하고 둥실둥실 한 몸에, 넉살 있는 얼굴. 하지만 피부는 거칠고, 판상 및 발진에 진물이 섞여 나왔었다.
밤새 간지럽고, 우리한 통증이 있었다.
전식 육종기(macular stage), 침윤성 판상기(plaque stage)를 지나는 느낌이었다.  

이전에 그를 돌보아 주셨던, 원장 선생님께 경과를 듣고 처음에는 원장님과 같이 회진을 돌았다. 원장님과 라포가 쌓인 S는 원장 선생님을 좋아했고 그래서 나도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S는 20대 초반, 또래 아이들이 한창 진로 고민과 연애 이야기와 군대 문제로 고민할 시점, 어느 조그마한 호스피스 1인실 침대에 혼자 있었다. 그의 어머님은 극진히 그를 보살피셨다.


또래가 없어서 심심한 그는 '상대적으로' 젊은 나는 같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대였다. 호스피스에 침대에서 보는 '왕좌의 게임'등의 여러 미드 이야기와 온라인 게임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평소 침잠한 호스피스에서의 소소한 재미기도 하였다.


"선생님은 어떤 미드 보세요?"
"선생님은 어떤 영화 좋아하세요?"
"스타크 가문이 결혼식에서 몰살한 것은 말이 안 돼요. 얼마나 어이가 없었는지."


하지만 그가 나랑 친해지는 시간만큼  상태는 서서히 나빠졌다. 
열이 나고, 피부는 진물이 났으며, 피로해하였다. 그래도 의료진은 항생제와 진통제를 쓰고, 어머님은 지극정성으로 연고를 발라주었다. 다행히 그는 회복되었고, 피부는 다시 연해졌으며, 진물이 줄었다. 컨디션은 회복되어 잠시 호스피스를 퇴원시킬 정도가 되었다.


그 뒤-내가 이런저런 사정으로 그 호스피스를 떠날 시점. S가 다시 2층에 입원하였다. 오랜만에 만나서 인사를 가야 하는데 왠지 마음이 썩 내키지 않았다. 조금 있다 그만둘 내가 그를 만나 어떤 이야기를 하겠는가. 며칠 고민하다가 애써 밝은 얼굴을 지으며 병실에 들어섰다.


수개월만에 만난 S는 상태가 이전보다 안 좋았고 처음 보자마자 위중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담당하시는 선생님께 상태를 들었고, 지속적으로 항생제를 쓰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S는 밝았다.


"선생님,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셨어요?"


우리는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고, 나는 먹먹한 마음으로 병실을 나와서, 하루 종일 소리 없이 울었다.


그 젊음에 죽음을 이야기하기엔 미안했고
그 죽음을 이야기하지 않기엔 시간이 너무 짧았다.


그러던 어느 날 카톡에 설정되어 있는 그의 카톡 메인 사진을 보며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알았다.

작년 가을 즈음. 우리가 호스피스 1인실에서 보이는 밖의 풍경에 감탄하며, 담소를 나누었던 기억이 지나갔다.


S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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