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 사랑을 건네는 차례가 된 것이다.
오늘은 7월 20일 초복이다.
삼복 가운데 첫 번째 날이라는 초복은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시기에 삼계탕을 먹으며 건강을 챙긴다.
나 역시 이번 초복을 맞이하여, 이번 주에 각각 시댁과 친정 양가 부모님들께 해신탕을 직접 만들어 대접해드렸다.
재료들 중 낙지는 손질이 번거로울 듯하여 국산 손질 냉동 낙지로 주문했고 나머지 주 재료인 닭이랑 전복은 내장 제거 등의 손질 과정을 내가 직접했다.
육수가 핵심이기에 양파랑 파 마늘 쪽파 대파 한약재팩 월계수 등등의 재료를 오랜 시간 동안 끓였다.
찹쌀을 삼계탕에 같이 넣지 않고, 육수를 조금씩 부어가며 따로 죽을 쑤어 먹으면 더 맛있기에 두 개의 화구를 활용해서 요리했다.
감사하게도 양가 모두 내가 만든 해신탕을 맛있게 드시고 좋아해주셨다.
나 역시 이 순간을 뿌듯한 기억으로 남기며, 2025년 초복을 오래 기억할 것 같다.
사실 나는 요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결혼 전까지 대학교 기숙사 4년 이후 쭉 친정에서 살면서 요리와는 거리가 제법 멀었다.
그러다 2023년 결혼 후에 요리에 재미를 붙여 집밥을 올리는 인스타그램 계정도 운영했다.
내가 요리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하나다, 오로지 사랑하는 남편.
그에게 정성스러운 순간들을 주고 싶었고 건강한 일상을 같이 일궈나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2024년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게 되며 2025년에는 자연스럽게 직접 이유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요리를 시작한 것과 같은 이유였다.
사랑하는 아가에게 좋은 식재료와 올바른 조리(요리라기보다는 조리에 가까운 이유식), 그리고 정성으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이유식을 일찍이 3끼 시작했기 때문에 바삐 이유식 큐브 공장을 돌려야했지만, 꽤 수고스러운 기쁨이었다.
번거롭고 때로는 힘들더라도, 아기새처럼 입을 앙 벌리고 꿀떡꿀떡 받아먹는 아가를 보면, 이유식 만드는 수고로움도 잊게 된다.
아기에게 좋은 것을 먹이는 일.
그 일은 내가 했던 그 어떤 노동보다 제일 가치 있는 일이기에,
문득 나 역시 누군가의 사랑을 먹으며 여기에 서 있음을 돌아보게 되었다.
얼마나 많은 사랑을 먹으며 자랐을까. 그리고 나를 키운 이들은 지금의 나처럼 얼마나 고심해서 사랑을 먹여주었을까.
이제는 내가 그 사랑을 건네는 차례가 된 것이다. 아기에게, 그리고 나를 먹인 이들에게.
그리하여 이번 초복에 시댁과 친정에게 해신탕을 대접해드리게 된 것이었다.
특히 친정 쪽은 나를 어릴 적부터 키워주시고, 지금도 내게 맛있는 음식을 해다주시는 나의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드실 것도 같이 준비해서 드렸다.
내가 받은 사랑에 비하면 이번 해신탕은 너무도 약소하다.
그렇지만 아기를 재우고 흔히들 이야기하는 '육퇴' 이후에 부엌에서 재료를 다듬고 천천히 끓이고 확인하고 다시 요리하는 그 고요하지만 생동감 넘치는 그 시간.
그 시간까지 해신탕에 담겨져 있길 바란다.
누군가에게 음식을 먹인다는 건
결국 내가 살아온 방식 그대로 사랑을 되돌려주는 일인 것일까.
먹고, 먹이는 사이에 사랑이 이어지고, 그 마음은 세대를 건너 자연스레 흐르는 것이겠지.
외할머니가 나를 위해 한 알 한 알 올갱이를 까던 그 순간처럼,
이제는 내가 내 아기와 가족을 위해 부엌에 서 있다.
거창한 의미를 붙이지 않아도, 누군가를 생각하며 먹는 것을 준비하는 그 마음 속에 사랑은 자연스레 이어진다.
먹고, 먹이며, 오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