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8 _ 사직서를 내기까지 58일
내가 퇴사라는 두 글자로 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다. 아무것도 아닌 심하게 흔한 단어지만 왠지 너무 감성 충만한 단어 같다는 생각에 '퇴사' 어쩌고 하는 제목으로 쓰인 에세이 집은 서점에서도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인터넷으로 어떤 알고리즘으로든 내 눈앞에 뜨는 글들을 멀리 했다.
퇴사, 많은 사람들이 매일 꿈꾸고 상상하는 그것. 나는 '지금 업계에서의 마지막 퇴사를' 58일 앞두고 있다.
사실 58일 후는 내 생일이다. 35번째 생일에 사직서를 내는 것으로 의미를 조금 더 부풀려 보고 싶기도 했고,
마침 11월 마지막 날이 지금 회사에서의 연차를 닫아주는 마무리 날짜로 '한 달 전 노티스'라는 퇴사 규정에 꼭 맞아떨어지기도 하고, 어떻게 나를 좀 다시 채찍질해서 주기적으로 글을 써볼까 하는 긴긴 시간 내 숙제에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가 눈에 들어오기도 했다. 출판이 될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어쨌든 10월 말까지 꾸준히 써야 하는 프로젝트에 맞아떨어지는 시기기도 하니까 성가신 주제 '퇴사'로 나 혼자 '프로젝트 일지'를 써볼까 한다. 뭐 나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연애 시절에도 한 번을 찾아보지 않았던 네이버 날짜 계산기로 날짜를 넣고 계산해 본다. 오늘 포함 58일 남았단다. 과연 나는 목표한 날에 사직서를 낼 수는 있을까?
'프로젝트'라고 하면 어떤 목차가 필요할까?
* 프로젝트 : 연구나 사업, 또는 그 계획
* 프로젝트 (나무 위키피디아) : 특정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여럿이 함께 모여서 하는 일 또는 작업을 일컫는 말. 여러 가지 종류의 작업이 목적 달성을 위해서 제휴할 수 있을 것, 목적 달성의 기한이 결정되어 있는 것이 주요한 특징이다
목적 달성의 기한이 결정되어 있어야 한다. 기한은 우선 '가결정' 되었고 (아직 자신이 100% 없다) 목적은 퇴사다. 앞으로의 작업들을 하나씩 기록하면 될 것 같다.
자, 이제 진부한 계획부터 한번 세워볼까
-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동기
-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필요한 것들
- 프로젝트 완성까지 걸리는 예상 시간
- 발생할 수 있는 변수, 위험 요소
- 해결할 수 있는 방법
- 생각해 낸 솔루션에 대한 창의적인 실험
- 실험 보고서
- 프로젝트가 특별한 이유
- 프로젝트 완성 후 소감
- 그 후
우발적으로 퇴사를 할 나이도 아니고 이미 결정된 사안에 대해 조금의 용기 추가가 더 필요해서 어떻게 의미 부여를 할 수 있는 날짜를 끼워 맞추다 보니 '브런치책 출판 프로젝트'를 빌미로 시작을 하게 되었지만 재미있을 것 같다. 떠들어 보고 싶은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간질간질한다. 이 정도면 실제로 재미있고 신나게 그리고 알차게 '퇴사' 도달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