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un May 13. 2020

1. 예민충의 발리 입문.

Somehow 발리, 그리고 또 다시 

발리에 처음 온 건 2019년 2월쯤이다. 

7년 가량의 직장 생활에 지쳐 선택한 호주 워킹홀리데이 생활이 끝날 때 즈음, 여태 해오던 업무에 대한 문성을 좀 더 넓히기 위해 대학원 진학을 결정했다. 

그리고 한동안 대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시험 점수들을 위해 발 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공부만 하다가 드디어 시험이 끝나고 왠지 모를 허무함과 결과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차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 때, 오랜 친구에게서 퍼스와 아주 가까운 발리로 휴가 온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한동안 시험 준비 하느라, 일도 쉬어서 주머니 사정은 어려움의 최고봉이었지만, 호주로 떠나오기 전 외숙모가 편지와 함께 주신 용돈이 생각났다. 호텔은 친구가 이미 예약했으니 몸만 오면 된다 하고, 

why not.

다행이 퍼스와 발리는 호주 국내선 티켓보다도 더 저렴하여 왕복 티켓을 충분히 살 수 있었다. 

서둘러 결정을 하고, 이틀 뒤 아무것도 모르는 가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던 

발리로 'somehow' 날아갔다.



발리 입문 : 퍼스 > 발리

한동안 무기력하고 똑같이 돌아가던 

의미 없어 보이던 삶에 지겨워서 였는지

 충동적으로 떠난 발리 여행은 신선한 충격이었을 뿐만 아니라 

다시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90프로 이상 들게 하는 의미 있고 너무나 기억에 남는 여행지였다. 


 발리 무지 했던 나는 떠오르는 것이 요가 밖에 없어, 요가를 해보기로 했다. 한국에서부터 필라테스를 꾸준히 해 왔었기 때문에, 

하루 한 두 시간 운동 정도는 이미 오랜 습관이 되어, 여행지에 있는 동안에도 내가 진심으로 즐기며 힐링 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렇게 찾아간 발리에서 가장 유명한 요가반

요가 원 전체로 흐르는 

아로마 향기, 바람, 벌레 소리, 사람들의 편안하고 고요한 표정, 바람에 살랑 살랑 흔들리는 풀잎, 나무들, 그 사이사이 비치는 햇살.. 분명 호주도 자연하면 따라올 자가 없을 만큼 아름다운 곳이었는데 뭐랄까, 나도 모르는 새 나를 돌아보게 만들고, 비우게 하고,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보게 했다. 

좋은 쪽으로. 어떻게든 좋은 쪽으로…… 



우붓의 유명한 요가원 yoga barn



요가는 내가 행복해질 수 있었던 수많은 이유들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한가지이지만, 요가뿐만 아니라 발리 자체의 많은 것들이 나를 행복해지지 않으면 안되게 압박해왔다. 

우스갯소리로, 지난번 발리에 왔을 땐 내가 하루 먼저 도착하고 친구가 그 다음날 밤 자정이 넘어서야 도착하는 스케줄이었는데, 하루 먼저 발리를 느끼고 즐기고 있는 나에게 친구가 어떠냐고 물었을 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여기서는 행복하지 않으면 두들겨 맞을 것 같다. 제대로 행복할 준비하고 온나” 

돌아 온 친구의 답변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친구도 발리 도착하고 하루 만에,

 “네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 알 것 같다. 진짜 안 행복하면 안될 것 같노 여기는 …… “ 라고 말했다.

모두가 웃고 있다, 눈을 마주치면 생긋 웃으며 인사를 한다. 물론 길가엔 외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많은 사장님들이 있어, 웃으며 택시 필요한지를 물어보는 분들도 많지만, 관광객들끼리도,

 눈이 마주치면, 웃으며 인사를 한다. 그 아무것도 아닌 눈인사, 안녕 단순한 한 단어가 모두에게 큰 힐링이 되는 마법이 발리에는 있다.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그럴 만한 정신머리도 없었다. 왜냐하면, 딱히 비우려고 온 것도 아니고, 그저 지루하고 답답했던 수험생의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급히 도망치듯 왔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급히 결정하고 온 발리 여행이 끝날 즈음에는 감사하게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텅텅 비워진 머리와 긍정과 행복으로 채워진 가슴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다시 호주로 돌아 갔을 땐, 떠나기 전처럼 혼란스러워 하거나 무작정 답답해하지 않고, 

천천히 하나씩 다시 점검하고 새로운 다음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그리고

 가고 싶었던 대학원의 최종 합격 통지도 받아 행복은 배가 되었다. 

호주 생활도 정리하고 한국을 돌아가자마자

대학원 가기 전까지 할 일도 운 좋게 찾아 바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다시 돌아온 한국에서 

힘들었던 일들 트라우마가 되었던 요소들도 개인적으로 천천히 다시 일어서서 극복해 보며 일을 하는 중에도 큰 용기와 힘을 주었던 발리가 자꾸만 생각이 났다. 

시간만 나면 발리 행 비행기표를 검색해 보았고

 결국 또 가기로 결정했다.



다시 발리로 (서울 >발리) 옆,앞자리가 다 비어서 전세 낸 듯 편하게 갈 수 있었다 ! 


그래서 다시 한번 

"somehow BALI"


티켓을 사고나니 제일 처음으로 생각난 것은 요가였다. 

지난번 발리 왔을 때 UBUD, YOGA BARN 에서 세 번 정도 매일 매일 요가수련을 체험 했었는데, 

나뭇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을 눈으로 보며, 아로마와 숲의 향기를 코로 마시며, 눈을 감고 단전호흡을 하며 모든 자연을 느끼고, 행복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했던 그 요가 클래스를 잊을 수가 없었다. 

다음에 시간이 난다면 정말 여기서 살면서 요가만이라도 제대로 해보고 싶다고 했을 정도로 

마음에 쏙 들었던 순간, 시간, 신선하고 촉촉한 오감이었다. 




그래서 이번 발리도

 첫 번째 리스트는 묻고 따질 필요도 없이 

요가 


매거진의 이전글 나름 프롤로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