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춘곤증 Dec 02. 2018

행복의 홍수,  수도꼭지를 트는 일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을 보고,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Attila Marcel, 2013)


프랑스스럽게 적당히 화려하며 분위기 있는 포스터에 끌려 봤던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화려한 색감을 더한 푸른 정원의 영상미에 홀려 100분을 눈 깜짝할 새에 보내느라 내용을 오히려 놓쳤던 첫 관람이었다

내용도 영상미도 머릿속에 잊어갈 때 즈음 문득 프랑스어를 잔뜩 듣고 싶어 져 다시 감상하게 됐다





쌍둥이 이모와 함께 살며 이모들의 댄스 교습소에서 피아니스트로 일하는 폴

2살쯤 부모님을 모두 잃고 그 충격 탓인지 세상과 조금이라도 단절되고픈 의지 탓인지 말을 하지 않는다

폴의 하루 일과는 댄스교습소에서의 좋아하는 마들렌을 먹으며 이모들 앞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뿐
말도 하지 않는 그의 유일한 표현인 피아노조차 그의 의지대로 행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폴의 일상에 전환점이 되어줄 마담 프루스트를 만난다

폴의 이웃집에 살고 있는 프루스트의 집으로 우연히 장님 손님의 떨어트린 물건을 돌려 주려 들어가게 된다

우리나라의 제목처럼 비밀정원으로 꾸며진 마담 프루스트의 집은 비밀스러운 공간이다

정확한 이름을 알 수 없는 비밀 약초들을 집 안에서 키워서 차로 만들어 마들렌과 대접한다


단순히 차와 마들렌을 먹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고 싶은 기억의 물건을 가져오거나 그 기억을 떠올릴 노래 등을 준비해오면 차를 마시고 꿈속에 빠지듯 그 기억 속으로 흘러들어간다


흘러들어가고 싶은 기억


인간이 지닌 트라우마와 그 트라우마가  한 사람의 인생에 끼치는 영향력

누구에게나 크고 작은 트라우마가 있을 것이다 트라우마가 지닌 힘은 한 남자가 세상과 소통할 의지 조차 잃은 채 벙어리로 살게 만들 만큼 강력하다

그만큼 강력한 기억이라도 내가 인지 할 수 있을 만큼 의식의 너머로 건너와 있을지  알 수 있을까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빗방울로 울려 퍼지는 우쿨렐레 목소리


상처를 딛고 상처와 버무려져

상처 속에 말을 잃고 상처 속에 다시 입을 떼는 폴


아무렇게나 잡힌 기억 속에 진실과 오해는 얼만큼 일까? 내가 떠올린 불분명한 기억이 나를 얼마나 해치는지

햇빛을 가리는 그랜드 피아노의 무게만큼

육중했던 우울감



진실 속에도 우울감은 존재하지만 오해와 진실로 점철된 지난날의 기억을 딛고 다시 노래하는 존재


나쁜 기억을
행복의 홍수 속에 잠기게 하는 일


너의 삶을 살아라.




매거진의 이전글 겜알못이 본 레디 플레이어 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