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미러 시즌5 후기/결말
스포일러가 다분합니다.
블랙 미러 시즌5
세 가지 에피소드가 공개된 블랙 미러 시즌3
ㅣ스트라이킹 바이퍼스
ㅣ스미 더린
ㅣ 레이철, 잭, 애슐리 투
그중에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본 에피소드는 첫 번째 에피소드 스트라이킹 바이퍼스
에피소드 내에 게임의 이름인 스트라이킹 바이퍼스는 철권이나 스트리트파이터 같은 캐릭터 격투 게임이다
VR 게임이 상용화되면서 VR게임방도 거리 곳곳에 생기고 나 역시 친구들과 총으로 좀비를 잡는다던지, 활을 쏘며 요새를 지키는 게임을 해보았다
현실이랑 헷갈릴 만큼의 수준은 아니었지만(아직) 활을 쏘는 액션을 하고 나면 손끝에 활이 나간 뒤의 진동이 미세하게 느껴지는 디테일이나 공간감이 4D로 꽤 리얼하게 제작되어 있어서 게임을 하는 맛이 났달까
멀지 않은 미래의 기술이 인간의 일상에 들어올 때 그 기술을 개발할 당시엔 예상하지 못했을 상황을 보여주며 나름의 경고를 하는 블랙 미러는 내가 애정 하는 넷플릭스 중 손에 꼽는다
기대하던 새 에피소드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인간과 기술의 관계에 대한 다소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 스트라이킹 바이퍼스는 주인공인 두 친구가 젊은 시절 함께 즐겨하던 게임을 VR 버전으로 체험해보며 시작된다
각자 선택해왔던 캐릭터를 골라 게임을 하게 되는데 여자와 남자 캐릭터였다
공간적 체험뿐 아니라 육체적인 모든 감각도 경험 가능한 기술을 통해 격투 게임에서 맞는 것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격투 게임인데 캐릭터가 맞으면 나도 아프다니?
과연 체험하고 싶을까 의문이 들었지만
두 친구는 다른 방향의 체험을 즐기게 된다
이내 게임 내에서의 유혹에 실제 일상에서의 유혹엔 시들해지게 된다 (대체 어떻길래??)
물론 캐릭터는 남녀지만 그 캐릭터를 경험하고 움직이는 당사자는 남자들이기에 그들은 혼란스러워진다 서로가 게이인 것을 이제야 알게 된 건지
단지 게임 내에서만 불꽃이 튀는 건지
확인을 해보자며 실제로 만나 키스를 해본다
이 장면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기술의 도움 없이 온전히 서로일 때도 뭔가 통한다면 정말 서로를 원했던 것일 테니까
그러나 실제 그들의 키스는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오로지 게임 내에서 캐릭터로 분한 그들일 때만 서로를 원하는 것이었다
게임을 끊고 각자의 삶에 충실해보고자 하지만 잘되지 않는다
결말은 역시나 블랙 미러답게 씁쓸한 웃음이 나온다
VR 게임을 선물 받았던 생일날에만 부부의 동의하에 게임 속에서 만나 사랑을 나눈다
가상현실 없이도 머리와 가슴이 따로 노는 경우는 파다하다 머리로는 다 이해하지만 내 몸은 그렇지 못한 경우
기술이 더해져 내 몸과 머리로도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는 것
현실보다 더 달콤한 가상현실이라면 그것이 곧 나의 현실이 돼도 괜찮은 걸까
실제로는 사랑을 나누지 않았지만 가상현실 속에선 욕망을 나누는 그들은 도덕적으로도 자유로울 수 있는 걸까
인간의 문화적 성장보다 몇 배는 빠르게 성장하는 기술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한 경고일지,
새로운 영역의 사랑에 대한 정의를 내리자는 질문일지,
받아들이는 자의 자세에 따라 다를 수 있겠다
그것이 블랙 미러 특유의 씁쓸하지만 계속 맛보고 싶은 다크 초콜릿 같은 맛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