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성규 Nov 10. 2018

9. 평범한 교육이 특별한 교육이 되는 이상한 방법.

아이와 함께 걷는 세상 9

두 아들이 상하이로 오기 전 나는 이제 막 고등학교를 들어간 큰 아들 벼리와 부산의 서면에 있는 카페에 간 적이 있다.

고등학교에 들어오면서 외모에 한창 신경 쓸 나이가 되어버린 큰 아들 벼리는 유행에 대해 심각하게 물어보았다.

"요즘 친구들은 이런저런 브랜드 옷을 입는데, 나는 그런 게 하나도 없어요."

한때 한국에서는 노스페이스라는 고가의 패딩이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옷이 되어, 그 옷을 입지 않으면 어울려 놀지도 못한다며 떠들썩 한 적 있었기 때문에 나 역시 벼리와 그런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참이었다.

"어떤 사람이 두 명의 학생에게 각각 백만 원이라는 돈을 주고, 그걸로 사람들의 주목을 끌 수 있는 아이템을 구해서 나오라고 했어. 그렇게 나와서 사람들의 주목을 끌며 부러움을 얻을 수 있는 사람에게 다시 백만 원을 더 준다고 했지."

"그럼, 제일 먼저 인터넷에서 요즘 유행하는 제일 유명한 패션 아이템이나 뭐 그런 것을 검색해서 구입하면 되죠."

"그래. 그 두 사람 중의 한 사람은 그렇게 했지. 유명하고 고가의 아이템을 장착한 후에 거리로 나왔거든. 그런데, 아무도 신경을 안 쓰는 거야."

"왜요?"

"워낙 유행하는 게 되다 보니, 거리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차림이었거든. 자기 생각에 가장 돋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 아이템이 사실 가장 보편적인 아이템이 되어 있는 거야. 그게 바로 유행이지."


사실, 누구나가 특별해지고 싶고, 뛰어나 보이기를 원했다. 하지만, 세상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유행을 따라가는 것 자체가 특별하고 뛰어나 보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이고 평범하게 만들어 버린다는 것이었다.

벼리는 생각지 못한 결과에 조금 놀란 표정이었다.

"그럼, 다른 한 사람은요?"

"다른 한 사람은 평소에 자기가 관심을 가졌던 클래식한 자전거를 샀지. 요즘 유행하는 고가의 로드 자전거가 아니라, 빈티지하고 아무런 장식이 없는 심플한 자전거를 사서 거리로 나온 거야. 사람들은 거리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자전거가 나오자 모두들 모여들어 그 자전거를 만져보기도 하고, 어디서 샀는지 물어보기도 하며 관심을 보인 거야."

"그 사람은 평소 자전거에 관심이 많았나 보죠. 그러니까 그런 특이한 걸 아는 거죠."

"그래. 특별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요즘 유행하는 것을 찾는 동안, 그 사람은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에 대해 연구를 많이 했던 거야."

싸구려 프레임으로 조립한 10년 가까이 된 내 자전거를 이제는 작은 아들 누리가 타고 다닌다.

사실, 특별해진다는 것은 아주 간단한 것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알고, 그것에 대해 관심을 가지며 끊임없이 추구한다는 것이다.

특별해지기 위해 특별한 것만 추구하다 보면, 어느 순간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유행을 추구한다고 해서 그것이 특별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맹목적인 유행의 추구는 자칫 시간 낭비와 돈 낭비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한국을 떠나 중국으로 온 것은 남들보다 특별해 지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단지, 아이들 스스로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학교라는 곳에 속에 있으면서 수동적으로 생각을 강요받기보다는 자기의 관심사와 개성을 능동적으로 생각해 보기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남들보다 공부를 더 잘해서, 더 좋은 대학을 들어가고 좋은 회사에 취직한 뒤 남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 더 좋은 사람 만나 결혼한다는 인생 계획은 사실 알고 보면 자신은 배제되고 오로지 남과의 비교에서 오는 특별함이었다.

나는 아이들이 20살이 되기 전에, 나는 아침에 왜 일어나야 하고, 왜 잠을 자야 하는지, 왜 밥을 먹고, 책을 봐야 하는지 등의 가장 간단한 것부터 스스로 생각해 보기를 바란 것뿐이었다.

그렇게 정규 교육과정을 포기하고 해외의 다른 교육기관으로 조기 유학을 보낸 것이 아니라, 그냥 1년을 계획 없이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보내게 하는, 다른 사람의 시각에서 보자면 정말 무책임한 행동을 했었다.

물론, 항상 하는 말이지만, 내가 만약 충분한 경제적인 여유가 있었다면 이런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채 바로 국제 학교나 사립학교를 보냈을 수도 있다. 궁하면 통한다는 말처럼, 없는 살림에 어떻게 평범한 교육을 시켜볼까 하고 고심한 끝에 나온 생각일 뿐이었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이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며 평범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자기들은 아무런 할 일 없이 1년을 그냥 놀고 있다는 것에 대해 두 아들은 조금은 불안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불안한 심정을 가지고, 아이들은 1년을 보냈다. 그 시간 동안 아이들은 자신의 하루를 깊게 생각해 보았고, 학교라는 것에 대해, 그리고 그곳에서 배우는 것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았다.


둘째 아들 누리에게 있어 지금 다니는 학교는 말 그대로 새로운 지식을 얻는 재미나는 보물 창고와도 같은 존재이다.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누리는 학교에서 배우는 중국의 역사가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는 것보다 재미가 있었고, 과학시간에 배운 5대 영양소로 밥을 먹을 때 우리가 부족한 영양소가 무엇인지 깐깐하게 따져 들고 있다.

누리가 다니는 로컬 학교가 고급학교는 아니기 때문에, 뭔가 특별한 교육 시스템으로 특별하게 교육을 하고 그러지는 않는다. 하지만, 누리는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와서는 한 동안 내 앞에서 선채로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신나게 떠들어 대곤 한다. 중국 아이들에게는 생각하기도, 떠올리기도 싫은 교과 내용을 누리는 너무나도 재미있어하는 것은, 아마도, 누리에게 있어 학교는 자기가 관심이 있는 분야를 배울 수 있는 곳으로 인식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자세는 불량하지만 엄연히 중간고사 공부 중인 큰 아들 벼리.
숙제가 곧 공부인 누리의 중국어 숙제

한국뿐만 아니라, 이곳 중국에서도 학부모들은 중국의 교육제도가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아이들을 다른 해외로 보내고 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그런 중국의 교육제도 아래에서 신나는 학교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제도가 좋으면 더 좋은 교육결과를 낳겠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정해져 있는 교육제도 속에서 어떤 태도를 가지고 그것을 취할 것인가가 더욱 중요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큰 아들 벼리는 이제 대학을 다니고 있으니 별 관련이 없지만, 누리는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 다시 정규 교육 제도에 들어가더라도 나름 학교에서 배우는 것에 대해 더 이상 수동적 학습 방법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어 낼 수 있다고 생각이 든다.


나는 아이들을 특별하게 키우고 싶은 생각은 하나도 없다. 일류대학을 가야 하고, 일류 기업에 취업하는 것 자체도 관심이 없다. 나는 아이들이 사회적 시선에 의해, 자신도 모르게 떠밀려서 이런 공부를 해야 하고 저런 학교를 들어가야만 하는 그런 삶의 태도를 가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내가 바라는 것은 엘리트 교육이 아니라, 자기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즐길 수 있는 교육을 바라는 것이다. 이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국가의 교육제도도 중요하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부모가 자식에게 바라는 사회적인 시선을 과감히 떨쳐 버리는 것이다.


자식을 가진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처럼 자신의 분야에서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성공을 거두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그들의 전기를 읽히고, 그들처럼 생각하고 생활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정작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같은 사람은 자신의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다. 누구를 따라 하고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원하고 바라던 평범한 삶을 살고 싶었던 사람들이다. 그렇게 평범하기 위해 특별해지는 것이다.


학교에서 꼴찌를 하는 것이 뭐가 문제이겠는가. 학교에 찾아가 선생님께 우리 아이 공부 잘하게 부탁드리는 것보다, 공부보다는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선생님을 존중하는 아이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는 부모가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 아이가 꼴찌를 해도 야단치지 말고, 공부 더 열심히 하라고 강요하지 말아 달라고 촌지를 쥐어 주는 부모는 아닐지라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아이들과 선생님을 대한다면 우리나라의 현재 교육제도도 그런대로 괜찮은 교육제도로 보이지 않을까?

우리가 문제라고 하는 한국의 교육제도를 미국의 전 대통령 오바마는 극찬을 하며 미국의 교육제도에 많은 문제가 있어 한국의 교육제도를 참고하고 배워야 한다고 했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세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그런 미국으로 아이를 보내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8. 나의 이름을 불러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