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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기담은 철학 May 01. 2024

마흔여덟번째 길. 외계 생명체

몸은 하나의 거대한 이성이며
하나의 의미로 꿰어진 다양성이고
전쟁이자 평화이며
가축의 무리이자 양치기다.
- 니체 -*



이 넓은 우주에 우리와는 다르지만 서로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외계 생명체가 정말 있을까? 일들이 자체적으로 이야기를 모아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리 가정에 따르면 외계 생명체는 분명히 많이 존재할 것이다.

생명의 발생을 위한 가장 중요한 선결 조건은 독특하고 다양한 물질들이 물과 같은 액체 속에서 상호 반응을 반복하는 것이다. 다른 곳에서는 쓰이기 어려운 그들만의 이야기들이 쌓여가면, 우연히 일어나는 반응이 아니라 공동의 맥락 속에 한 기능을 담당하는 조직된 반응들이 되어갈 수 있다.


만약 우주 탐사선이 보내온 영상에서 우연으로는 만들어지기 힘든 구조물들이 여럿 보인다면 사람들은 흥분에 휩싸일 것이다. "틀림없이 외계인들이 사는 행성이다!" 우연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구조가 있고, 그렇지 않은 구조가 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움직이는 생명체들은 보이지 않는다 해도, 그 구조물들에는 분명 외계인이 그것을 만들고 활용하는 모습을 떠올릴만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탐사선을 조종할 수 있거나 인공지능이 알아서 탐사를 계속한다면, 외계인이 숨어 있을만한 장소를  찾아볼 것이다.


혹시 영화에서처럼 우리 몸이 아주 작아져서 세포 속을 탐험할 수 있다면 이와 비슷한 기분이 들지 않을까? 우연히 만들어졌다고 보기 힘든 아주 정교한 구조물들이 많이 보이지만, 딱히 그것을 만들거나 쓰고 있는 지능 있어 보이는 생명체가 따로 보이지는 않는다.

일부 생물학자들은 세포 속의 외계인 같은 역할을 유전자가 하고 있다는 듯한 주장을 해왔다. 물론 우연의 신봉자인 그들은 비유적인 표현일 뿐이라고 서둘러 덧붙인다. 사실 유전자는 생명의 설계자도 아니고 설계도도 아니고 통치자도 아니고, 전달하기에 알맞은 암호로 된 구조물이다.  


우리가 물질이라고 생각하는 것들도 처음부터 그런 물질들이었던 건 아니다. 언제든지 빛처럼 흩어져버릴 수도 있는 일들에서, 자체적으로 되풀이할 수 있는 리듬을 만들어낸 일의 모임이다. 일은 지난 결과를 바탕으로 새롭고 다양한 일을 끊임없이 시도한다. 그 시도들은 우연하기만 한 시도들이 아니라 기존의 시도에서 생긴 정보들이 같이 일하는 시도다. 

뇌에 외계인이 살고 있지 않듯이 세포에도 외계인이 살고 있지 않다. 우리 의식에서 감각 정보들이 모이고 쓰이는 것 만큼이나 똑똑하게, 세포에서는 복합적인 물질들의 반응에 대한 세밀한 정보들이 모이고 쓰인다. 몸에서는 의식과는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외계인의 작업이라고 여겨질만한 일들이 수없이 일어나고 있다. 의식은 그런 세포들에 의존해서 거시적인 언어들을 활용할 수 있게 된 일의 모임이다. 




각성한 자, 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전적으로 몸이며, 그 밖의 아무것도 아니다. 그리고 영혼은 몸에 속하는 그 어떤 것을 표현하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몸은 하나의 거대한 이성이며, 하나의 의미로 꿰어진 다양성이고, 전쟁이자 평화이며, 가축의 무리이자 양치기다. 

형제여, 그대가 정신이라고 부르는 그대의 작은 이성도 그대 몸의 도구이며, 그대의 커다란 이성의 작은 도구이고 장난감이다.

그대는 자아라고 말하면서 이 말에 자부심을 느낀다. 그러나 보다 위대한 것은, 믿고 싶지 않겠지만, 그대의 몸이며 그대의 몸이라는 거대한 이성이다. 이 거대한 이성은 자아를 말하지 않고 자아를 행동한다.*



* 니체, 장희창 옮김,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50~51쪽, 민음사, 2004.

** 대문사진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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