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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뽀로리 Apr 20. 2023

사이드 프로젝트: 해외 패키지 여행 서비스 UX전략

새싹 UX Researcher의 직업 일지!



결과는 아쉽지만 리뷰는 합니다!


다소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얼마 전 야놀자에 지원했다가 탈락의 고배를 마셨어요. 그 지원 과정 중 패키지 여행 서비스 신규 런칭 시 활용할 수 있는 UX전략을 세우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수행했는데요. 열심히 프로젝트를 하긴 했지만, 워낙 짧은 시간에 진행해서 아쉬운 부분이 많았어요. 하지만 그만큼 배운 것도 많았습니다. 어디에 더 집중해야 하고, 어디에 덜 신경 써야 하는지 완급조절이 필요했거든요. 결과와는 관계없이 느낀 점도 많고 배운 점도 많은 과제였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경험을 한 김에, 오늘은 저의 사이드 프로젝트 겸 과제를 리뷰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대략적인 가이드로 활용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본격적인 배경조사에 앞서 제 이야기를 해보자면, 저는 여행을 꽤 많이 다니는 편에 속해요. 코로나 때문에 줄어들긴 했지만 1년에 해외여행을 적게는 두 번, 많게는 세네 번 정도는 다녔습니다. 다녀온 나라는 10개국이 훌쩍 넘고, 같은 나라나 같은 도시를 재방문한 경우도 많아요. 한 도시에서는 일주일 이상을 머무르는 느긋한 여행객이기도 합니다. 이런 제 여행의 역사에 특징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대부분 부모님이나 가족들과 함께 했다는 점이에요. 부모님을 모시고(부모님의 표현으로는 저를 모시고 다녔다고 하시지만) 다니다 보니 여행의 종류도 다양했습니다. 완전 자유여행, 반패키지, 풀패키지 등등이요. 이렇게 여행을 다니니 평소에 UX 리서처로써 느끼는 점도 많았어요. ‘아, 패키지 여행 고르기 진짜 힘들다…’ 혹은 ‘내 나이 또래들은 당연히 패키지 여행은 고려 대상이 아니지!’ 처럼요. 저는 이 과제를 보고 제가 느낀 생각이나 경험들은 모두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것인지가 궁금했습니다.


그럼 해외 패키지 여행 서비스를 신규 런칭하려는 상황을 가정하고, 배경조사부터 시작해볼게요.







✈️배경조사: 패키지 여행은 누가 가나요?


오픈서베이의 2022 여행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전체 연령대에서 해외여행 종류를 고를 때, 패키지 여행을 이용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18.7%에 그쳤거든요. 65%가 자유여행을 선택한 것을 비교해 보자면 유의미하게 낮은 수치로 보입니다. 물론 연령대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지만요. 패키지 여행 선택 비율이 20~30대에서는 각각 9%, 5.5%로 낮게 나타났지만 50대에서는 30.9%까지 올랐습니다. 이 자료를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야놀자의 주 이용 고객 연령층인 20~30대가 패키지 여행 상품을 잘 사용할까? 유인가를 느낄까? 였습니다. 수요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자유여행을 선호하는 경향은 존재하는 것으로 보였거든요. 저는 이 점을 착안하여 리서치 스케치를 시작했습니다.


데이터를 열심히 분석했던 문서 중 한 장을 공개합니다!


이 밖에도 주목할 만한 데이터들이 더 있었습니다.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은 음식 > 숙소 > 관광 등의 순서로 정보를 찾는 경향성이 있다는 것, 즉 여행을 구성하는 요소에서 각자의 중요도가 있다는 것. 여행관련 앱, 웹 서비스를 정보 검색 용도로 사용하는 사람이 10.7%로 적다는 것. 해외 여행은 버티컬 서비스가 사용율이 높다는 것이었어요. 즉, 검색은 포털 사이트에서 하고 예약은 숙박, 비행, 음식 등 특화된 서비스에서 각각 진행한다는 맥락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사용자들은 서비스에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접근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체크해두었어요. 이 점은 꼭 리서치에서 확인하려고 했습니다.


추가적인 상황 정보로는 코로나 이후로 안전과 서비스가 보장된 여행지를 찾는다는 점도 있었네요. 이전에는 다소 우선순위가 낮게 고려된 요소들이 현재는 중요해졌다고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시장이 변화한 점이니 이 역시 고려사항으로 두었어요.


배경조사에서 아쉬웠던 점은 데이터들의 상관을 좀 더 깊게 살피지 못했다는 점이에요. 1차원적인 생각으로 맥락을 만든 게 아닌지, 제가 인식하는 시장배경이 정말 확실한지 검증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다음에 관련 리서치를 진행한다면, 이 부분을 꼭 보완하고 싶었어요. 참, 리서치 배경조사 뿐만 아니라 다른 조사에서도 오픈서베이의 정기 리포트는 정말 단비 같은 존재예요. 나중에 업계 관련 자료를 찾으실 일이 있다면 추천드립니다.







✏️문제 정의: 패키지 여행 수요가 높지 않을 것 같은데요?


배경조사를 하다보니 패키지 여행 자체에 대한 수요가 높지 않을 것 같다는 결론이 지어졌어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었는데요. ①야놀자의 주 고객층 선호와는 다른 여행 방식이고, ②사용자들이 여행을 예약하러 서비스에 접속했을 시점에는 여행 형태를 결정하는 단계가 아니라 이미 특정 서비스(숙소 등)를 예약하러 오는 단계일 수 있다는 것이죠. 추가적으로 야놀자가 숙소 외에 다른 서비스를 예약할 수 있다는 걸 인식이 가능한지도 고려되어야 했어요. 서비스의 포지셔닝이 워낙 숙소에 특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배경을 두고,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딥 다이브(Deep dive)를 통해 정리해봤어요. 굉장히 많은 상황들을 생각하고 스케치하고 지우고를 반복했습니다. 가설을 설정해야 하는 부분이다보니 리서치 사전 단계에서 가장 시간이 오래 소요된 작업이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를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①야놀자라는 서비스 자체의 인식 ②패키지 여행을 하는 이유 ③패키지 여행을 하지 않는 이유 등에 대해 탐색적으로 리서치를 해보기로 결정했어요. 가설은 총 두 가지 정도로 정리했네요. 이렇게 리서치 목표와 가설을 정하고,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시나리오와 태스크를 정했어요. IDI로 방법론을 선정하고 질문지도 구성했습니다. 확인해야 하는 경험들이 어떤 것인지를 중점으로 크게 그룹을 나누기도 했어요.


다양한 상황들을 고려했던 기록들...



문제 정의에서 아쉬웠던 점은 실제 유저 데이터를 확인했다면 손쉽게 확인이 끝났을 상황들이 있었다는 점이었어요. 이 부분을 체크할 수 없었거든요. 외부인이니 당연하긴 합니다만, 외부 데이터로 간접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았습니다. 이 점은 현 회사에서 일을 할 때 꼭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가설 자체의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겠다고 판단했거든요.







✏️참가자 리쿠르팅: 누구에게 물어볼 수 있을까요?


질문이 정해졌으니 이제 물어볼 사람을 정해야겠지요? 제가 확인하고자 하는 목표를 두고, 가장 경험을 잘 끌어낼 수 있는 집단이 어디일까를 고민했는데요. 가장 먼저 결정된 변수는 나이였습니다. 인구통계학적 요인들은 되도록 변수에 넣지 않는다가 불문율 같이 느껴졌지만 패키지 여행 서비스에서는 다르다고 판단했어요. 데이터를 확인했을 때 패키지 여행 수요가 높은 집단이 50대 이상으로 포진해 있었거든요. 수요를 기준으로 나누었는데 나누고 나니 나이가 변수라고 설명해도 다를 바는 없어 보입니다. 그만큼 패키지 소요에 있어서 나이는 중요한 변수 중에 하나였어요.


또 다른 변수는 여행을 계획하거나 결정하는 서비스의 형태였어요. 길거리에서 보이는 많은 여행사들, TV나 라디오 광고들, 혹은 여행사들에게 전화로 상품을 문의하는 주변 부모님들의 모습들이 그 증거라고 할 수 있었는데요. 워낙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로 자라고 생활하고 있지만, 주 소비층의 행동양식을 고려해야 했어요. 정말 웹/앱 환경이 고려 대상이 아니어서 여행사에 전화를 걸게 되는 것일까요? 라는 고찰이 있었거든요. 한가지 예시를 떠올려보자면, 앱 환경이 어색해서라고 하기엔 토스로 송금을 하고 주식 앱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는 부모님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행을 간다는 공통적인 경험에서 정보를 찾는 첫 시작점이 어디인지는 여정에서도 주요한 요소로 판단했어요. 그래서 리쿠르팅 시 고려한 그룹은 아래 그림과 같이 총 네 그룹이었습니다. 이 중 경험 정도, 관여도, 리쿠르팅 용이성 등을 고려해 두 그룹을 선정했어요.


리쿠르팅을 하고 진행했던 인터뷰 스케치입니다!


아쉬웠던 점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야놀자의 실 사용자들 중 연령대에 따라 타겟팅을 해서 뽑았다면 더 좋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서비스 내 패키지 여행의 검색 기록이나 로그가 남아있는 사용자, 패키지 수요가 원래 많은 20대~30대 사용자들을 수배하기 등으로 타겟팅을 더 정교화 해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네 그룹 전체를 커버하지 못한 점도 아쉬움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래도 주어진 환경에서 열심히 진행을 해야 맞겠지요.







✏️진행 및 인사이트 도출: 어떤 것을 알게 되었나요?


두 그룹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하고 어피니티 다이어그램을 통해 인사이트를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직접 패키지 여행을 예약하는 형태로 시나리오를 구성하여 사용자 행동을 보았고, 그 외의 시간들은 패키지나 자유여행 등에 대한 사용자들의 경험을 질문했어요. 50대 이상 이용자들에게는 패키지 여행을 왜 가는지, 어떻게 예약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여정 전체를 더 꼼꼼하게 확인하였습니다.


인터뷰 결고에서는 실제로 패키지 여행을 선택하는 이유가 대부분 ‘서비스 경험이 어려워서(혹은 몰라서)’, ‘여행지에서 의사소통이 어려워서’ 라는 것에 주목했어요. 여행 로드맵을 직접 짜주니 편리해서 좋아하는 것이란 예상과는 다른 결과였습니다. 선택한다고 해서 좋아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되었네요.


패키지 여행의 주 이용집단의 불만족도는 인터뷰에 참가한 모든 참가자에게서 나타났어요. 경험을 들을 때 현지에서 문제를 겪거나 하는 이야기를 자발적으로 꺼냈습니다. 실제로 좋아서 선택하는 게 아니라는 직접적인 응답을 한 사용자들도 많았어요. 인터뷰 진행 중 그 이유들에 대해서 물었고, 무리한 일정, 마음에 들지 않는 숙소, 액티비티, 식사 등이 공통적인 이유로 뽑혔습니다. 그와 동시에 일반적으로 패키지가 주는 장점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직접 짜지 않아도 되는 여행 계획이 편리하다는 의견 역시 공통적이었거든요. 전 이 점을 사용자들이 상품에 대한 통제력을 가지고 싶어한다고 해석했어요.


30대의 경우, 패키지 여행을 선택할 때 자유여행을 계획할 때와 마찬가지로 항공 > 숙소 > 액티비티 등의 순서로 결정하려고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직접 패키지 여행을 예약하는 활동을 해볼 때, 마음에 드는 리스트들을 일차적으로 선정하고 하나씩 소거해 나가는 방식에 주목했습니다. 여러 상세 페이지를 중요한 순서대로 자체 필터링을 하느라 들락날락 시간 소요가 꽤 컸어요. 당연히 피로감도 높았고요. 사용자들의 행태를 지켜보면서 가장 생각나는 코멘트를 하나 소개해 드립니다. “이러다 여행 가기도 전에 지치겠어요…”


위에서 언급한 내용 외에도 다양한 내용을 확인한 덕분에, 사용자들이 여행을 선택할 때 선택지를 어떻게 고르고, 어떻게 소거하면서, 어떻게 결정하는지를 알게 되었어요. 또 결정하는 순서가 매우 중요한 행동 변인으로 판단될 만한 행태들을 수집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사용자들의 경험 지도도 잘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저니맵의 보이스는 실제 데이터가 아닙니다!


인사이트 도출에서 아쉬웠던 점은 역시 데이터였네요. 더 많은 사람의 경험을 수집했다면 더 풍부한 자료가 되지 않았을까 해요. 그래도 반면에 좋았던 점도 있었습니다. 여행 관련 인터뷰다 보니 평소보다 즐겁게 참여해주시는 분들이 많아 저도 즐거웠네요.






✏️전략 제안하기: 그래서 어떤 경험을 제공하면 좋을까요?


위의 분석을 토대로, 저는 패키지 여행을 완성된 상품 리스트가 아닌 하나씩 직접 구성할 수 있는 서비스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본인의 관여가 높을수록 상품에 대한 매력도와 구매의사가 상승하기 때문이에요. 또, 사용자들이 전체적으로 통제감을 가지고 싶어한다는 경향성에 주목했습니다. 그래서 사실상 백오피스에선 정교한 필터링 기능에 가깝지만, 사용자들에게는 나만의 여행을 구성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설정했어요. 패키지 여행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를 먼저 개선하는 걸 가장 중요하게 보았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가격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사용자들을 위해 가격 안내에 명확한 표기(ex. 최저가 등)로 화면을 구성했어요.


대략적인 가이드라인을 구성했어요. 아쉬운 점이 실시간으로 보이네요. 눈물이...


제안한 전략에서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화면 구성이 좋은 UI를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검증이 필요했다고 생각해요. 와이어프레임을 오랜만에 그려보기도 했고, 기능에 대한 깊은 고찰이 부족했거든요. 제가 주고 싶은 경험은 명확하게 줬다고 자신할 수 있지만, 그 경험을 어떻게 표현할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저는 진행 단계를 상단 GNB 아래에 표시했는데 세련된 느낌은 덜 했다고 느껴졌어요. LNB처럼 구성해서 스크롤링하며 단계를 넘나들 수 있었다면 더 유쾌한 경험이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여기까지가 저의 사이드 프로젝트 리뷰였습니다. 막상 시간이 지나고 다시 보니 부족한 점이 많이 보이네요. 보완할 만한 점을 늘 조금씩 더 생각할 수 있는 리서처가 되고 싶습니다.


그럼 다음 아티클에서 만나요!







다소 딱딱해보인다는 의견이 있어 친근한 문체로 구성해봤어요!

열심히 발전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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