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뽀로리 Dec 02. 2022

인지심리학과 UX 리서치 1편: 왜 좋다고 느끼세요?

새싹 UX Researcher의 직업 일지!







둘 중에 이게 왜 좋냐고요? 그냥, 그랬는데 왜냐고 물으신다면...


리서치를 진행하다 보면 누구나 사용자들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해 궁금해하게 된다. 아니, 궁금하다 뿐일까? 리서치는 사용자들이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를 알아가는 과정이니, 그냥 이 질문이 리서치에 대한 본질일지도 모른다. 사용자들은 대체 왜 그랬을까? 내가 보기엔 이 디자인도 나쁘지 않은데. 혹은 이런 사용성도 괜찮게 느껴지는데, 회사 사람들은 아무도 어렵다고 말하지 않던데 등등…. 생각이 참 많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생각만 하고 늘어져 있을 수는 없다.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무던히도 많이 고민하고 또 괴로워하게 된다.


내게 이런 고민은 주로 서비스의 방향성과 사용자들의 선택이 불일치하는 경우, 내부(주로 사업부)에서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디자인이나 기능이 있는데, 사용자들은 다르게 생각한다는 경향이 보이는 경우에 발생했다. 더 정교한 설득과 설명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이런 경우가 리서치 진행 이전에 파악된 경우는 나름 후속처리가 쉬웠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알기 위한 질문을 하고, 대략적으로 가닥을 확인한 뒤 정량적인 분석을 진행하면 되었다. 정성적인 리서치를 진행한 직후에 나타난 경향이라면, 정량적으로 검증을 보조로 진행해주는 것으로 커버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간혹 가다 모든 리서치를 진행한 후, 어피니티 다이어그램을 하다 경향성이 보이거나 예상하지도 못했던 부분에서의 강한 선호를 확인할 때가 있다. 예측도 못해서 왜 이렇게 생각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꼼짝없이 시간을 써야할 것이 보이는 때 말이다. 이런 쪽은 예상 못했는데… 라는 생각과 함께 잠깐 슬퍼지곤 할 때. 나는 늘 내 전공책을 뒤지곤 했다.


인지심리학에서의 연구분야는 매우 넓고 많으나, 나의 연구 분야는 의사결정(Decision-making)이었다. 사람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을지에 대해서 심도 깊게 연구하는 분야다. 그때 당시에는 내가 감당하지 못할 양의 공부 양을 보다 마음으로 눈물을 흘렸으나, 지금은 아주 감사해하고 있다. 리서치에서 사용자들이 왜 그런 ‘의사 결정’을 내렸는지, A/B 테스트 등에서 왜 그런 ‘선호’를 나타냈는지 알기 위해서는 이만한 학문이 없기 때문이다. 데이터 만능의 세상이지만, 사람 속은 여전히 데이터화 되기가 어렵다.







그 선택은 왜 했나요, 에 대한 답변. 평가성 효과 Evaluability Hypothesis


A/B 테스트를 하고 있거나, 상품 A, B, C를 놓고 어떤 차이점이 있는 것 같냐고 질문을 받은 사용자를 생각해보자. 혹은 우리의 일상이어도 괜찮다. 선택을 하는 건 굳이 사용자뿐만이 아니니까. 리서처든, 참가자든, 사용자든 우리는 일상 속에서 많은 의사결정을 하면서 살아간다. 매 순간 마주하는 선택의 기로에서 사람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이 대안은 내게 의미가 있는 것일까? 혹은 이 대안이 내가 얼마나 큰 이익을 가져다주게 될까? 이 대안은 내가 좋아하는 건가?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마음에 드는 것 같긴 한데 등등…. 고민이 가볍기도 하고 무겁기도 할 수 있겠으나, 선택에 앞선 고민의 기저는 누구나 같다. 스스로에게 가장 옳은 선택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가장 후회가 적고 비용이 적으며 만족도는 큰 대안을 고르는 것. 즉, 선택이 얼마나 합리적인지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합리적인 선택인가? 선택을 할 때 모든 대안을 고려하고 현재에 얻는 이익과 다가올 미래에 끼치는 영향들을 모두 계산한다면 우리는 언제나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더 마음에 드는 핸드폰을 고르기 위해 아이폰과 갤럭시 시리즈의 사소한 스펙과 디자인, AS기간과 세부 기능, 외관, 다른 사람들의 평가, 강도, 배터리 지속성, 가격, 미래의 예상 만족도 등을 모두 표로 정리해서 선택하는 것이다. 이렇게 한다면 우리는 아주 만족스러운 핸드폰을 고를 수 있을 것이다. 단, 시간이 아주 넉넉하고 한동안 핸드폰을 비교하는데만 인지능력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면 말이다. 


안타깝게도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위해서는 빠르고 즉각적인 선택을 할 수는 없다. 모든 요인들을 고려해야하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것을 고려했다고 판단해도 놓치는 것들이 있을 수 있다. 너무 비효율적이지 않나? 실제로 우리는 모든 것을 고려하기는 불가능하며 뇌는 빠르고 적당한 선택을 원하지 가장 정확한 선택을 원하지 않는다. 늘 그렇듯 인간은 제한적이고 불확실하다.


즉 우리는 어느 정도 비합리적인 선택을 감수한다는 것이다. 모든 요소를 만족하는 선택보다는 휴리스틱을 사용하여 최단시간에 나름의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면서 우리의 선택이 제시된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같은 대상을 평가하면서도 비교 대상이 어떠한 일인지에 따라, 어떤 프레임으로 제시되는가에 따라서 다른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의 특성을 보여주는 효과가 바로 선호도 반전 (Preference Reversals)이다. 


The Evaluability Hypothesis: An Explanation for Preference Reversals between Joint and Separate Evaluations of Alternatives의 저자 CHRISTOPHER K. HSEE는 이러한 선호도 반전을 평가성 가설로 설명하고 있다. 평가성 가설에서는 물건을 함께 비교할 때와 따로 비교할 때 같은 물건이라도 선호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다고? 그렇다면 아래의 실험을 보면 어떨까!







같은 서비스인데, 선호도가 완전히 다르다고요? 대체 왜요?



쉬운 이해를 위해 실험을 예로 들어보자. 상품 A와 B. 위 선택지 중에 어떤 걸 선택해야 할까? 얼마를 주고 구매할까? 선택을 다 했다면 다음 설명을 이해할 수 있다. 실험 속에서 피험자들은 음악 사전을 고르고 있다는 설명을 듣는다. 사전은 A와 B 두 가지가 있으며 각 사전을 보고 얼마나 가격을 지불할지를 결정하면 된다. 사전 A는 단어가 10,000개 수록되어 있고 흠집이 없다. 이에 반해 사전 B는 단어가 20,000개 수록되어 있고 흠집이 있다. 피험자들은 사전 A와 B에 얼마나 가격을 지불할 것인지를 판단하며 사전 A와 B를 함께 놓고 평가하기도, 따로 각각 평가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함께 평가를 하는 공동평가 조건에서는 사전 B를 더 선호하고 분할평가 조건에서는 사전 A를 더 선호하는 선호도 반전 효과가 나타난다. 평가성 가설에 따르면 사람들은 어떤 요소들은 함께 높고 비교하면서 평가를 해야 알 수 있고, 어떤 요소들은 그냥 단독적으로만 봐도 평가할 수가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단어가 몇 개 있는가와 같은 문제들은 10,000개면 많은지 적은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비교가 중요하다. 따라서 비교가 가능한 공동평가 조건에서는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단어가 더 많은 사전 B에 대한 선호가 증가하게 된다. 이에 반해 하자가 있는지 없는지와 같은 문제들은 다른 사전과 비교하지 않아도 단독적으로 평가가 가능하다. 


즉, 대상의 특성이 어떤 속성인지, 어떻게 비교를 하고 있는지에 따라 선호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비교가 주축이 되는 공동평가 조건에서는 중요하게 작용하지 않는 반면 따로 평가를 하는 분할평가 조건에서는 중요하게 작용하게 된다. 이러한 특성은 공통성에 기반하여 차이를 알아보아야 하는 정렬 가능한 비교와 공통성에 기반하지 않아도 차이를 알아볼 수 있는 정렬 비관련 비교로도 설명할 수 있다.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다면, 조금 더 일상의 단위로 내려가 볼 수 있겠다.







당근마켓 거래를 하며 떠오르는 당신의 생각!


이러한 선호도 반전 효과는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다. 바로 중고거래를 할 때가 그러하다. 우리는 중고거래를 할 때 여러 가지 대안을 놓고 비교하고 가장 스스로에게 이득이 되는 물품을 구매하려한다. 하지만 새 상품이 아니라 중고이니만큼 여러 가지 하자가 있을 수도 있다. 


애용하는 서비스인 당근마켓 경험을 떠올려보겠다. 내 사랑 당근마켓! 당근마켓에서 중고로 휴대전화를 구매하려고 할 때, 많은 휴대전화 중에 좋아하는 브랜드인 애플의 아이폰과 갤럭시를 함께 놓고 비교했다. 아이폰은 풀 박스로 모든 장비가 있었고 흠집이 없었으며 매우 깨끗하게 사용했음을 강조하는 글이 올라와있었으나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단점이 있었다. 또한 리퍼기간이 지나 수리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돈이 발생함을 알려주는 판매 글이었다.


하지만 아이폰의 장점인 사진을 올리며 후면 카메라 기능에 대해서 몇 가지 설명을 덧붙이고 있었다. 이에 반해 갤럭시는 가격은 저렴했으나 후면 카메라에 스크래치가 난 상태였고 사용 흔적이 있으며 풀 박스가 아닌 단점이 있었다. 단 상대적으로 리퍼기간이 긴 삼성의 시스템 때문에 수리를 받을 수 있는 기간이 조금 남아있었다. 휴대전화를 카메라로 많이 사용하는 만큼 카메라 화질과 조리개 값에 대한 안내가 나와 있었다. 카메라 기능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조리개 값이나 전문가 모드에 대한 설명은 이해하기 어려웠으나 두 가지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던 찰나에 두 판매 글을 동시에 켜놓고 여러 번 비교해보다가 상대적으로 이득이어보이는 갤럭시를 구매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다음날 다시 따로 글을 확인하자, 다시 마음이 바뀐다. 평가 환경은 변했지만 이를 인지하지 못했고, '역시 가슴이 시키는 선택을 해야지.' 따위의 생각을 하며 아이폰을 선택했다. 그런데, 이런 나의 선택은 정말 가슴이 시키는 선택이었을까? 평가에 대한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은 아닐까? 누군가가 내 앞에 '다시 봐봐. 이거 두개 비교한 거 맞아?' 라고 내민다면 또 내 선호가 뒤바꼈을 지도 모른다.


이렇듯 세부적인 요인들은 추가적인 검색을 하지 않는다면 비교하기 어려운 요소에 속한다. 하지만 두 스펙을 놓고 같이 보게 된다면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모르지만 비교해서 더 높은 값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대상을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금액에 대한 지식은 이미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단독적으로 나와도 비싼 것, 비싸지 않은 것을 구분해 낼 수가 있다. 따라서 돈이라는 것은 비교하기 쉬운 요소에 속한다. 이렇듯 비교하기 쉬운 요소인 돈, 비교하기 어려운 요소인 전문적 사진 요소들을 함께 평가할 때와 따로 평가할 때 다르게 평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생활 속에서 이처럼 선호도 반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게 리서치랑 무슨 상관이냐고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서비스의 여러가지 버전들을 놓고 사용자의 선호를 파악하거나 여러 경쟁사 중 왜 그 서비스를 선택했냐고 물어봐야 할 때, A/B 테스트의 결과를 파악할 때, 혹은 서비스 내 제품군을 비교하는 기능을 추가할 때에 선호도 반전이 될 요소가 없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여러 선택지들을 놓고 비교할 때, 혹은 비교가 어려운 특성을 판단해야 할 때 그 순서를 어떻게 제공할지 등을 고민할 필요도 있겠다. 서비스 버전 A를 정렬되지 못하는 특성을 이해하는 데에 사용해버리고, 서비스 버전 B를 만나게 된다면 B에 대한 선호가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니까. 그저 순서의 혜택을 받은 B 서비스를 사용자가 좋아하는 서비스다 라고 말하기에는 사실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은가.


혹은 이 선호도 반전이 발생하기를 역으로 노려볼 수도 있겠다. 나는 주로 왜 이런 선택을 했을지에 대한 행동 이해용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위에서 나열한 것 외에도 다양한 활용 방법들이 존재할 것이다. 소통을 함께 하고 싶어 이야기를 털어놓았으니 혹시 이 관점을 이용하여 사용자를 이용했다면, 꼭 댓글로 알려주시라! 또, 글이 너무 길어져 응용과 적용에 대해서 제대로 적지 못해 아쉽다. 다음에는 응용편으로 글을 하나 더 적어봐도 좋을 것 같다. 









연구실에서 일을 할 때 적었던 글에서 먼지를 탁탁 털어 작성했습니다.

오랜만에 과거로 돌아가 머리를 리프레시 한 기분이네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