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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전략으로 종교가 되다: 나이키 1편

영웅 전략과 브랜딩

by 민찬
사유하는 소비자에게.
오늘의 글을 요약합니다.

1. 나이키는 기능적 가치에서 출발했지만, 1988년 캠페인을 기점으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목표에 도전하는 존재'라는 영웅 설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 해당 캠페인의 슬로건이었던 'Just Do It'은 단순한 문구가 아닌, ‘영웅 모방 행동’으로 기능하며 나이키를 종교화된 브랜드로 격상시켰다.

3.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이키는 일관된 인격과 서사를 유지하며, 타 브랜드와 차별화된 헤리티지를 이어가고 있다.



나이키의 영웅 세계관으로 입장하기 전에


영웅은 그 시대의 세계가 만들어낸다는 말이 있죠.


그렇기에 영웅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그 영웅이 탄생한 과거로 돌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나이키가 등장했던 50여년 전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특히 나이키가 1980년대에 ATL(Above The Line) 매체─TV, 라디오, 신문, 잡지─에서부터 보여 준 그들의 세계관부터 살펴볼까요?



초기에는 기능적 가치 중심.

세계관이 없었다


나이키는 1970년대 미국에 불었던 ‘레저 스포츠 열풍’에 탑승하며 시작되었습니다. 건강을 위해 조깅을 즐기는 대중이 늘어났는데, 미온적인 대처를 했던 아디다스에 반해 나이키는 적극적으로 고품질의 조깅화를 개발하여 선보였습니다. 이처럼 나이키의 탄생은 소비자 가치 피라미드에서 기능적 가치, 감정적 가치, 존재적 가치 중 기능적 가치를 중점적으로 소구하며 성공 신화의 1막을 올립니다. ‘경쟁사보다 더 나은 기능의 운동화’라는 포지셔닝 전략으로 승부했던 것이죠.


나이키가 이렇게 기능적 가치 위주로 소구했다는 것은 1982년 나이키 TV 광고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이 광고의 시작은 황야에서 뾰족한 창을 들고 중요한 곳만 가린 원시인들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다른 원시인이 쫓아오는 것을 보고 도망가죠. 이때 나레이션이 흘러나옵니다.


“러너들은 첫 날(Day 1)부터 지금까지, 달리기를 매우 진지하게 여겨왔습니다.”

그러면서 화면이 달리는 원시인에서 러닝머신 위를 달리는 현대인으로 전환됩니다. 그러면서 3D 프로그램으로 운동화가 스케치되고 있는 화면이 등장하죠.


“우리는 매우 정교한 리서치 랩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나이키에서는 어떻게 하면 운동 선수들이 더 빨리, 더 안전히 달릴 수 있을까 연구합니다”

마지막으로 초록색 나이키 스우시 로고가 그려지며 광고는 끝납니다. 이처럼 나이키 탄생 이후 1980년대 초반까지는 기능적 가치를 중심으로 브랜드를 운영하였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부터는 본격적으로 그들의 영웅 세계관을 보여주기 시작했죠.



나이키 세계관의 본격적인 시작


시간이 흘러 1988년, 나이키는 역사적인 TV광고를 선보입니다.**


영상 첫 장면은 샌프란시스코의 명소인 금문교Golden Gate Bridge를 멀리서 비춰 주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누군가 금문교에서 열심히 조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체형을 보니 나이가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그는 월트 스택Walt Stack이라는 이름을 가진 80살의 할아버지입니다. 고되지만, 그는 열심히 뜁니다. 그리고는 웃으며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매일 17마일(약 27㎞)을 달립니다” 그러면서 검은 화면에 “Just Do It”이 흰 글씨로 등장합니다. 그러고는 나이키 스우시 로고와 함께 영상은 끝납니다.



영웅, 그리고 모방 행동이 나타나다


30초의 짧은 광고였지만, 이 광고는 나이키라는 인격의 세계관 요소 중 '영웅'이 구체화된 순간입니다. 나이키라는 인격 브랜드가 바라보는 영웅은 ‘어떤 상황에도 자신의 목표를 향해 도전하는 존재’인 것이죠. 그리고 ‘Just Do It’은 단순히 슬로건이 아닙니다. 나이키 세계관에서 영웅이 되기 위해 인간이 따라야 할 ‘모방 행동’입니다. 종교화 된 브랜드는 슬로건이 단순 매력적인 언어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가 수행해야 할 모방 행동의 경지에 이릅니다.


나이키라는 디지털 인격이 가진 이러한 인간상과 특정 행동이 포함된 세계관은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동일합니다. 이중 인격 또는 다중 인격이 아닌 것이죠. 그래서 그들의 세계관은 헤리티지가 있으며 일관성이 있습니다. 일부 대기업 브랜드들이 일회성으로 존재적 가치를 건드리는 광고를 만드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입니다. 그러한 광고는 잠시의 감동은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들은 인격으로서의 일관성을 갖추고 있지 않습니다. 매년 달라지는 광고 집행비와 바뀌는 담당자에 따라 브랜드 인격이 변하죠.



다음 주 2편에서는 2020년대에는 나이키의 영웅 설정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유튜브 채널 Mimoun Koubaa, “Nike's first television commercial – 1982, 2014. 6. 10

**유튜브 채널 Runner’s World Italia, “Spot Nike 1988”, 2013.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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