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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모든 Mar 16. 2021

두 번째 난방 제로 성공기

난방 축소하기


난방을 한 번도 켜지 않고 지내보는 두 번째 겨울, 평균 온도는 영상 19도였다. 조금 추우면 18도로 떨어졌고 환기를 시키면 17도, 따뜻하다 싶으면 20도를 웃돌았다. 재작년에는 온도계를 두기 전이라 보일러에 표시된 온도를 기준으로 우리 집 평균 온도를 16도라고 알고 있었는데, 그때보다 더 추웠던 올겨울의 평균 온도는 19도였으니 아마 재작년에는 더 따뜻했을 거다. 이런 난방 제로 도전은 아마 제주도라서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아무리 추워도 좀처럼 동파되지 않고 창밖에는 푸릇푸릇한 겨울 작물이 쑥쑥 자라니까 말이다. 바람이 몹시 심하게 부는 지역이지만, 바람이 불지 않고 볕이 좋은 날은 마냥 봄 같은 겨울을 보낼 수 있다.


처음 제주도에 와서 2년 동안은 난방을 꼬박꼬박 틀었더랬다. 보일러를 조금만 틀어도 금방 10~15만 원씩 청구됐다. 그렇게 따뜻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개별난방으로 전략을 바꿔봤지만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난방 제로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후 옷을 한 겹 더 껴입은 것뿐인데 충분히 버틸만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심지어 올해는 귀찮아서 에어캡을 창문에 붙이지도 않았다. 난방 제로로 겨울을 나는 비법은 첫 번째로는 옷 껴입기, 두 번째로는 물주머니 등 보조 난방기구 사용하기이다.





난방을 축소하려면 홈웨어를 특별히 신경 써야 한다. 나의 특별한 홈웨어는 플리스, 수면바지, 양말이다. 뭔가 거의 폴리에스터라서 좀 그렇긴 하지만 추위를 버티기에는 이것만 한 홈웨어가 없다는 것이 현재 나의 결론이다. 긴 팔 티를 입고 플리스의 지퍼를 목까지 쭉 올린다. 수면바지를 입고 꼭 양말을 신는다. 발목 양말보다 두꺼운 겨울 양말이면 더 좋다. 이렇게 입기만 해도 일단 12월까지 별다른 난방 기구 없이 지낼 수 있다. 재작년에 난방 제로를 도전하면서 난생처음 수면바지를 입어보았는데 왜들 이걸 입고 외출까지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보드랍고 가볍고 자체적인 열을 가진 듯 따뜻하여 한번 입으면 절대 벗을 수 없는 마력의 바지다. 플리스도 외출복이라 생각했는데 상의 위에 입으니 마치 북극곰이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왜 동물들이 혹한 야생에서도 옷도 안 입고 살아갈 수 있는지 자연스레 알게 된다. 그리 춥지 않은 날에는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다 날 정도다. 그리고 마지막 마무리는 양말. 맨살이 나올 수 있는 곳은 손과 얼굴 정도여야 겨울 홈웨어의 덕을 볼 수 있다.





물주머니는 저렴한 가격에 국소 난방을 하게 해주는 고마운 겨울템이다. 요즘처럼 사우나도 제대로  가고 집에 욕조도 없을  간편히 몸을 뜨끈하게 지질  있다. 물론 전기장판이 있다면 다르겠지만 우리 집엔 아직 전기장판이 없다. 아직  필요성을  느꼈다. 전기포트에 물을 사용설명서에 명시된 온도( 60~80) 끓여 물주머니를 3분의 2 정도 채운다. 매우 추운 날엔 물주머니를 하루에   정도 리필하여 플리스 안에 캥거루처럼 넣고 다니면, 맞바람 치게 창문을 열고 요리를 한다 해도 무서운 게 없다. 별로 춥지 않은 날에는  번도 쓰지 않은 적도 많았다. 남편 전용으로    샀는데    써서 아깝다.





그런데도 올해는 라디에이터를 샀다. 나 혼자 사는 집이 아니기 때문에 동거인인 남편의 의견을 수렴했다. 남편은 나보다 더위는 덜 타고 추위를 많이 타기에 남편이 원했던 라디에이터를 들이기로 했다. 조금만 틀어도 방의 공기가 후끈해졌다. 맨날 라디에이터의 도움이 필요한 건 아니었지만 이른 아침이나 정말 뭘 해도 추운 날, 자기 전 정도 가볍게 틀었더니 삶의 질이 올라갔다. 우리의 목표는 전기를 200 kWh 미만으로 사용하는 것이었으나 최고로 많이 쓴 달은 178 kWh였다. 요금은 약 1만 4천 원 정도. 물주머니와 라디에이터 등을 만족할 만큼 쓰고도 난방을 켤 때와 비교하면 굉장히 뿌듯한 숫자다.



눈이 많이 오고 춥다 했던 올 겨울도 한 번도 안 아프고 한 번도 난방을 켜고 싶다는 유혹 없이 무사히 넘겼으니 다음 겨울도 전혀 무섭지 않다. 물론 겨울보다 더 무서운 습한 여름이 다가오고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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