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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이 Dec 15. 2022

하프(harp) 동행기

물범? 마라톤??

 검색 사이트에 하프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검색되는 것이 하프(harp) 일 거라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2000년 초반만 해도 한글로 하프를 검색하면 나오는 건 언제나 하프(half) 마라톤이었다. 황당하고 당황스러운 건 나만이 느꼈을 감정일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악기를 검색했는데 마라톤이 검색되니 이 어찌 황당무계하지 않을 수가. 검색 저 뒤편이라도 악기가 나올 것 같지만 그땐 그렇지 않았다.  나 역시 그때 처음 알았다. 마라톤 중에서 하프마라톤이 있다는 것과 이렇게 많은 대회가 대한민국 곳곳에서 열리고 있었다는 걸.  


사정이 이렇다 보디 검색을 하려면 야후(그 당시엔 잘 나가는 사이트였다)처럼 외국 검색사이트로 사용해야 했고 여기서도 한국말로 하프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검색되는 건 악기가 아니라 물범이었다.  

하프물범?? 이 역시 얼마나 당황스러운 일인가.

악기를 검색했는데 동물 관련 정보가 나오니. 들어는 보았는가 하프물범. 나도 동물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이지만 이렇게 귀엽고 뽀얀 색의 털을 가진 물범이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줄이야.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눈치챘을 것이다.

대문사진에 보이는 까만 눈망울의 소유자가 바로 하프물범이다.  그래서 검색은 영어로만 해야 했다. 다행히 영어로 검색하면 관련 자료들을 찾아볼 수 있었고, 미국과 유럽 등에서 열리는 다양한 교육과 행사들을 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해결할 수 없었던 하프 교육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기에 더욱 간절했었다. 그렇게 꿈을 꾸며 외국에 갈 여러 가지 계획도 세워보며 가슴 두근거려했던 거 같다. 꿈을 꾸면 이뤄진다고 누군가 말하였던가. 2010년 미국에 워크숍을 들으러 갈 기회가 생겼고 나는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어 워크숍이 끝나는 시기에  맞춰 인터넷으로만 보던 곳에 참석할 수도 있었다.

2010년 워크숍 참석 당시

 지금은 어느 사이트에서나 한글로 하프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검색되는 건 하프(harp)이다. 예전에 비해 하프에 대한 관심과 관련 정보의 양이 많아졌으니 당연한 일일 것이다. 실제 몇 년 전 tv 프로그램에서 유재석 씨가 하프를 배우고 연주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도 했고 그 때문에 취미로 하프를 배우는 인구가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예전에는 무대에서 사람들에게 악기를 소개하기 위해 악기 이름을 물어보면 바로 대답이 나오지 않거나 자신이 어디에선가 들어본 것 같은 생소한 악기의 이름을 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무대에 악기를 세팅할 때부터 관중석에서 들려오는 소리에서도 변화가 생긴 걸 알 수 있었다.


예전에는 아이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저건 뭐야?”,  "엄마! 저게 하프야?”,  “저렇게 작은 것도 있어?”라는 소리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하프 나왔네~”, “하프다!!”라는 소리로 바뀌었다. 그만큼 친숙해졌다는 얘기일 것이다.

예전에는 하프를 옮기기 위해 엘리베이터나 거리에서 사람들과 마주칠 때면 대부분의 반응들이 이랬다. 

“그게.. 뭐예요?” 또는 뭔가 아는 척을 하고 싶은 사람들은 “가야금? 콘트라베이스인가요” 등 재미난 반응들도 많았다. 하지만 요즘엔 “하프죠?”, “하프가 이런 사이즈도 있어요?”라거나 “작은 하프도 있구나..”라고 말하는 사람들까지 사람들의 반응이 바뀌었다. 몸소 느끼는 다양한 반응들 속에서 하프라는 악기가 대중들에게 더 친근해지고 가까워진 것 같아 기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예전처럼 재미있고 다양한 반응을 볼 수 없다는 아쉬움도 있다.


이미지: 오하라 레이(Ohara R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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