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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지 Oct 22. 2022

데일카네기의 '인간관계론' 실행 후기

데일님, 평점 5점 드립니다.

그는 5년 전 우리 팀에 신입직원으로 오면서 알게 되었다. 그는 열심히 일하는 것을 모토로 사는 사람처럼 보였는데, 갓 들어온 신입직원이 거의 매일 야근을 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그렇게 많아 입사하자마자 야근부터 할까?


그에게 맡겨진 일은 부서 서무 업무와 주 1회 돌아오는 부서별 주간회의자료 취합 및 배포였다. 부서가 여러 개다 보니 정해진 양식을 배포하여도 줄 간격과 자간, 텍스트 크기 등이 조금씩 다르기 마련인지라 기본적인 문서 편집 능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그는 나와 비슷한 나이에 경력도 있었기에 이 간단한 업무를 가르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완전한 판단 미스였다. 

부서별로 작성한 회의자료의 양식을 보기 좋게 맞추고 간단한 오타를 잡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까다로운 일이 되었다. 수정할 부분을 직접 알려주어도 그가 보내온 수정본에는 대부분 수정이 완벽히 되어 있지 않았다. 마치 나를 완벽히 무시하는 것처럼. 승진적체가 심각했던 우리 회사에서 나는 그와 아직 같은 직급이었다.


어느새부턴가 그에게 일을 가르칠 때 짜증의 감정을 내뱉는 나를 발견하고, 감정적으로 변하는 스스로에게 환멸을 느껴 회의실에서 자책하다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남모를 고뇌에 휩싸이다 나는 그에게서 신경을 쓰지 않기로 결심하고 과장님들께 보고했다. 

"저 더는 못 가르치겠으니까, 과장님들이 직접 맡아주세요."


여기까지만 보면 싸가지 없는 신입직원이라고 느낄지 모르나, 그는 '열심히'라는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다. 식당을 가면 물과 수저를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세팅하고, 상사가 하는 말에 몸을 기울이고 경청하며, 일을 배울 땐 눈을 반짝이며 열심히 메모한다. 그런데 일의 결과는 늘 그 모양이니 당최 그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내 인생에 처음 만난 새로운 캐릭터랄까.




그와 1년쯤 일했을 무렵 나는 부서를 옮기게 되었고, 다시 만날 인연이었는지 그는 입사 4년 차쯤 내가 옮긴 부서로 오게 되었다. 그는 벌써 세 번째 부서로 옮겨온 것이었는데, 이전 부서의 상사와 문제가 생겨 부서 이동을 한 차였다.

공교롭게도 그는 나와 같은 파트의 일을 하게 되어 내가 또 업무를 가르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그가 잘못 처리한 일이 자꾸 내 눈에 띄게 되었다. 내가 아니면 일을 못 배운다는 사명감에 주저하다 일을 알려주면 그는 안색이 눈에 띄게 굳었다. 다음에 다시 그 일에 대해 물으면 그는 금시초문이라는 태도로 당황했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번 확신했다. 

"태도는 열심히로 포장하지만, 속으로는 자기 고집대로 사는 이중적인 사람이구나."


꼭 필요한 말이 아니면 하지 않고, 그가 굳이 물어보지 않으면 가르쳐주지 않게 되자 우리 사이는 냉랭함이 감돌게 되었다. 



그러다 읽게 된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책을 읽는 내내 그가 떠올랐다.


사람들을 대할 때는 우리가 논리적인 존재를 상대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기억하라. 우리는 감정의 동물이고, 자존심과 허영에 자극받아 행동하며 편견으로 가득 찬 존재다. <인간관계론>
사람들에게서 최선을 이끌어내는 방법은 인정과 격려입니다.  <인간관계론>
상대에게 틀렸다고 지적하지 않으려고 마음을 먹고 약간의 작전을 세운 걸로 그때 우리 회사는 상당한 액수의 현금을 벌 수 있었습니다.  <인간관계론>



내가 그에게 건네는 대화의 대부분이 '지적'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인정을 바라는 한 인간에게 끊임없이 '너는 수준 미달'이라고 얘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솔직해지자면, 나는 그가 명문대를 졸업한 것이 희대의 미스테리라고 지인들에게 얘기하고 다닐 정도로 마음속 깊이 그를 무시하고 있었다. 생각은 항상 태도로 발현되는데.


그는 인정과 격려를 얻지 못해 늘 불안한 결핍의 상태였던 것이다. 머물렀던 부서마다 문제가 생겨 계속 부서이동을 하던 차였으니 더 방어적인 태도일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와 대화할 때 그를 가만히 관찰해 보니, 그는 상대가 말하는 동안 자신이 할 말(주로 변명과 핑계)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5분 후 내가 했던 말에 대해 다시 물으니, 그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기 방어하느라, 상대의 말을 전부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고의가 아니게.


나는 그가 일부러 나를 무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인간관계론'에서 말하는 대로 실천해 보기로 했다. 






인정과 격려, 그리고 그 사람이 중요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00 씨'에서 '대리님'으로 호칭부터 바꿨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그를 대하고자 노력했고, 그가 실수를 하더라도 '당신 또 잘못했어'라는 식의 지적이 아니라 '더 좋은 방법이 있다'라고 제안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그를 처음으로 궁금해했다. 

대상을 잘 보는 건 자연적으로 되지 않는다. 이것은 겸손함의 어떤 행위이다. 이것은 자기 자신에게서, 즉 자기에게 필요한 것이나 자기가 바라는 것에서 온전하게 빠져나와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보고자 하는 대상을 자기 관심사의 반영물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산>


약간의 존중과 진정 어린 관심을 더하는 것만으로도 그의 태도는 놀랍도록 부드럽게 변했다. 실수하더라도 나에게 묻지 않고 혼자 하던 그는, 어느새부턴가 나에게 먼저 업무에 대해 조언을 구하기도 했고 소화제를 찾는 나를 위해 다른 부서에서 소화제를 구해 오기까지 했다.



지금까지 그가 나를 어려워한 것이 아니라, 싫어했었다는 것을 명확히 알게 되었다.


내가 그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일 못하는 사람, 고집불통인 사람-이 편견으로 작용해, 그간 얼마나 그를 인격적으로 무시하고 있었는지 깨닫고 내 오만함에 소름이 돋았다.



나와 그의 관계가 편해지자, 팀 분위기가 급속도로 좋아지기 시작했다. 팀 중 가장 선배였던 내가 경직되어 있으니, 다른 팀원들도 그간 눈치를 보며 일했던 것이다.


점심을 먹고 나서 테이블에 모여 팀원들과 티타임을 가지며 한참 웃다 보니, 재미있게 사는 인생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싶었다. 


- 마음의 벽이 없이 누군가와 교류할 수 있는 것. 

- 하루에 8시간이나 있는 직장에서 조금이라도 재미있게 소통할 수 있는 것.


결국 삶의 질은 인간관계의 질이라는 말을 다시금 실감한다.


우리가 살면서 누릴 수 있는 행복 가운데 하나는 뭔가 더 노력하지 않아도, 뭔가를 숨기지 않아도, 지금 이 모습 그대로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다. 그리고 상대방이 나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차이를 받아들이는 일이야말로 그 행복에 다가가는 지름길이다.
<당신과 나 사이>
솔직하고 열린 마음으로 교류하는 법을 배우면 삶이 변화한다. 어떤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그와 교류하는 것이다.
<내가 만난 1%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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