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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라니 Sep 30. 2024

나의 이방인에게_40

최초의 칠면조와 흥정

최초의 칠면조와 흥정 



마거릿은 칠면조를 안고 있었다

칠면조를 알아본 귀부인이 다가왔다 


칠면조를 파시겠어요 

그 귀걸이 진짜 진주죠

가짜 진주 귀걸이로 진짜 진주 귀걸이를 사려면 

가짜 진주 귀걸이를 몇 개나 사야 할까요 


모자를 벗으면 브로치는 따로 보관하나요 

혹시 브로치 때문에 모자를 쓰나요 


귀부인은 칠면조가 얌전하고

살이 오를 대로 오른 것에 빠져

마거릿의 속삭임을 듣지 못했다 


칠면조는 얼마죠

진주 귀걸이와 브로치요 


칠면조는 두면 둘수록 값이 올라갈지 몰라요 

최초의 칠면조니까요 

조심히 다루세요 깃털이 미끄러워요 


 오븐에 노릇노릇 구워진 칠면조만 봤지

살아있는 칠면조를 손댄 적 없는 귀부인은

칠면조가 얌전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계속 얌전하길 기대했기 때문에

칠면조를 놓쳤다

그나마 머리라도 건지려다

피를 흘렸는데, 칠면조의 피라고 생각했다 


 놀란 귀부인은 칠면조 머리마저 수풀에다 던져버렸다 

최초의 칠면조는 조각조각 흩어졌다

귀부인의 손에는 작은 빗금이 남았다 


 수년 후, 

마거릿은 극사실주의 공예가로 유명해졌다

마거릿은 최초의 칠면조를 떠올리며

최후의 칠면조를 빚어냈다


 마거릿이 죽은 후, 회고전이 열렸다


진주 두 알을 품은 눈

매끄러운 깃 사이 브로치가 비스듬히 반짝였고

칠면조에서 귀부인이 엿보였다

얌전해 보이지는 않았다


 제목 : 최후의 칠면조


 *그랜트 우드의 그림 ‘품평회’를 보고 시를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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